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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시읽는 CEO] 옛 시와 함께 혁신의 길을 모색하다

카잔 2008. 10. 17. 09:16



 
혁신은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을 갖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제보다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변화와 자기계발을 시도하지만, 작은 개선에 그치고 만다. 스스로를 혁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관 (패러다임)을 바꾸기보다는 새로운 행동과 방법만을 찾고 있다. 이것이 그들이 위대함으로의 길에 첫발을 들이지 못하는 까닭이다. 스스로를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가 창조적 발전을 가로막는다. 거듭 말하지만, 혁신이란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행동을 바꾸면 작은 성취를 얻지만 패러다임을 바꾸면 영속적으로 원대한 결과를 얻는다. 성공한 리더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가장 다른 점은 세계관의 차이다. 그들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보는 시각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다.

물론, 혁신은 개선보다 위험하다. 피터 드러커는 "모든 사업 계획은 암흑의 세계를 향한 비약이며 용기와 신념을 필요로 하는 행동"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다음의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성공은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며 삶과 인간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혁신은 체계적이며 조직적으로 미지의 세계로 도약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의 힘과 풍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 오늘 소개할 책, 『옛시 읽는 CEO』의 미덕이 필요하다.

『옛시 읽는 CEO』는 생각의 여백과 상상의 기회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책이다. 사색의 공간에 어울리는 책이다. 전작 『시 읽는 CEO』를 통해 ‘시’와 자기계발의 메시지를 절묘하게 결합했던 고두현 기자가 일 년여 만에 내놓은 책이다. 전작의 부제는 '20편의 시에서 배우는 자기창조의 지혜'다. 부제에 맞추어 자기 경영에서의 화두 20개를 다뤘다. 저자는 친절하게 몇 가지 화두에 대하여 설명하였고 나는 편하게 몇 가지를 배웠다.

『옛시 읽는 CEO』는 전작에 비하여 저자의 주장이 완곡함과 여백의 뒤로 숨었다. 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고, 사색하게 한다. 또한 독자 스스로가 현실에 적용할 대목을 찾게 한다. 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으로 결론 맺지 않음은 전작과 다른 점이다. '나를 재창조하는 생각의 여백'이란 부제에 꼭 맞는 저자의 전략이고 배려일 게다. 고수에게는 친절한 설명보다 촌철살인의 메시지와 정제된 핵심이 더욱 유용하다. 이미 지식과 경험이 많은 독자라면 그것을 끄집어 올릴 수 있는 마중물 한 바가지가 필요한 것이다. 『옛시 읽는 CEO』는 적어도 3가지 정도의 기회를 끌어올릴 수 있는 힘찬 마중물이다.

 
시는 ‘신선한 감각’과 ‘발상의 전환’이 가득 담긴 상상력의 보고다. 저자는 중국의 시인 곽말약(1892~1978)의 '초승달'을 소개한다. 필자도 이 시를 입에 물고 한참을 읊조리다 보니 상상력의 경계가 끝이 없음을 절감했다. 이러한 상상력이 창의와 혁신의 출발임을 안다면 어찌 한 두 줄 지식을 더 읽지 못하였다고 조급해할 것인가!
 

 

 
신뢰는 리더십의 굳건한 토대다. 성품이 신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분명하지만, 온전한 신뢰는 성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뢰는 성품과 역량이 조화를 이뤘을 때 온전해진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다. 서양에 비하여 우리는 리더의 도덕적 자질을 크게 따진다. 사람들은 리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리더의 비전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리더가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가 제시한 비전이 옳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겠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성적인 인간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하나의 예다. 요컨대, 한국 사람들은 탁월한 역량에다 훌륭한 성품을 갖춘 인간적인 리더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잘 따른다는 것이다. 굳이 리더십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적 매력을 지니고 사람들을 존중하는 가치관을 가진다면 행복감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저자는 책의 여러 곳에서 인간적인 리더십을 강조했다. 조선의 이태백으로 불린 이안눌(1571~1637)의 '따뜻한 편지'를 통해 “가슴을 데워야 사람을 얻는다”고 역설했다.
 
 
이 편지를 읽고서, ‘오늘의 단점’을 지적하며 부하 직원들에게 충고하려던 말을 삼가고, ‘내일의 가능성’을 보며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은 어떤가?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늘 격려를 필요로 하는 '결핍'의 주인이자, 누군가에게 격려를 해 줄 수 있는 '배려'의 친구 아닌가! 리더라면 인기보다는 존경을 추구해야겠지만, 역량에 성품을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장사 밖에 모르는 CEO라면 누가 그를 리더로 따르겠는가!


 
삶의 보폭이 다르다 하여 누가 앞서고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길을 자기 속도로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송익필(1534~1599)의 시를 통해 다시금 되새긴다.
 
 
송순(1493~1583)의 시를 통해 저자는 남의 곳간을 탐내는 욕심 많은 부자가 아니라, 남의 곳간이 가득한 데서 기쁨을 느끼는 진정한 부자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인류에 공헌할 기회를 생각하도록 돕는 글도 있다. 푸르른 절경은 경탄할 만한 대상인 동시에 후손들에게 물려 줄 아름다운 유산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 기업,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우주의 섭리라는 저자의 말이 반갑다.
 
 
『옛시 읽는 CEO』는 직장인들과 기업의 리더들에게 사색의 시간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는 실용적 기능을 가진 책이다. 옛 시의 음률에 맞춰 감흥에 젖는 것은 보너스다. 한 편의 짧은 시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고 한 줄의 행간에 삶의 통찰을 담은 옛 시인들의 능력은 감탄할 만했다. 옛 시 읽기를 통해 내 안에 숨어 있는 상상력을 발견하기도 했고, 일상에 치여 밀려나 있던 나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기도 했다. 이렇듯 옛 시 읽기로 자신의 세계관을 교정하고 상상력을 일깨우며, 생각지 못한 경영의 묘안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이다. 경영이나 자기계발 책에서 방법론을 찾는 것이 개선이고 변화라면 세계관의 변화, 상상력의 활용이야말로 혁신이다! 이 가을에 어울리는 옛 시와 함께 혁신의 길을 모색해 보시길.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출처 : 교보문고 <북모닝 CEO>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