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카잔 2008. 12. 14. 22:45

시키는 대루 하기 싫어할 뿐이지 나두 노력하고 있어.
노력은 무슨…… 아무렇게나 사는 거지.
그게 나쁘냐? 나는 말야.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거다.
학업을 때려치우면 나중에 해먹구 살 일이 뭐가 있겠어?
어쨌든 먹구 살 일이 목표겠구나. 헌데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 그렇게 먹구 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 『개밥바라기별』 중에서


→ 이 말에 밑줄을 긋다.
고등학생의 나는 아무렇게나 사는 듯이 보였을 게다. 때론 내게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했겠지. 그 노력은 오래 가지도, 한 가지에 집중되지도 못했기에 나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대학생일 때에는 학교 규율 대신에 성인의 자유가 주어졌다. 물론, 성인다운 성숙함을 가지진 못했지만, 20대의 자유는 개인의 성숙도와는 관련 없이 주어지는 선물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고, 그 즈음에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나는 생물자원기계공학부로 입학했지만 나는 문과의 학과들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경영학부 공부를 하고 싶었다. 전과를 시도했고, 당시에는 불가능했다. 교무처장님을 만나 강력한 전과 의지를 전했지만, 제도에 대한 그들의 충성심보다는 강하지 못했다.

나는 경영학과 전공을 모두 이수하고 자퇴했다. 프로필에 대학교 '졸업'이 아닌 경영학과 '수료'인 까닭은 나의 본래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이수하면 졸업장이 두 개가 나오는 것이다. 나는 죽어도 '생물자원기계공학부' 관련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동역학, 재료역학, 공업수학, 유체역학...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과목들이다.

기꺼이 자퇴할 딱 그만큼의 자신감과 무모함, 그리고 믿음이 있었다.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갖추면 학위나 자격증이 필요없다는 자신감.
학벌이라는 카드의 유용함을 지나치게 무시한 무모함.
그리고, 사람은 밥벌이는 한다는 믿음.
이것은 나의 하나님을 향한 믿음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이러한 감정들로 나는 궤도에서 이탈하면서도 크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나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다. 아니 싫었다. 세상에 맞춰 가는 것보다 마음을 따라 흘러가면서 내 삶을 살고 싶었다. 이 마음으로 젊은 나이에 강연과 글쓰기의 삶에 뛰어 들었다.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나는 분명 남들보다 뛰어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나다운 삶,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순 있다. 오늘 좋아하는 선배가 내게 물었다. 하루 하루 축제처럼 살고 있냐? 하하하. 삼분의 일은 그렇게 보내냐? 어휴, 그것보단 많지요. 그래도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이 말을 할 수 있음은 행운 아닌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