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건강한 몸 아름다운 삶

카잔 2009. 1. 22. 22:40

5시 30분이다.
결국, 약속 시간 30분 전까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오늘 약속을 연기할까 말까를.
밥 한 번 먹자고 했던 형과의 약속 예정일이 오늘이었고,
내가 연락을 하면 만나기로, 아니면 차일로 연기하기로 했던 터였다.
2월 초에는 브라질 여행을 떠나기에 오늘 만났으면 하는 것이 나의 마음이었고,
조금만 움직이면 쉬이 피로를 느끼는 나의 몸은 집에 있기를 원했다.
몸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면 나갈 요량으로 이 시각까지 버틴 게다.
전화를 했다. 나중에 만나자고 말했고, 형은 응했다.
몸의 승리다. 마음은 패했다. 괘씸하지만, 당해낼 재간이 없다.

1월 19일 8시 40분 즈음이다.
내가 강연장 화장실에서 구토를 한 시각이다. 강연을 하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채.
정오 무렵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몸이 무거워졌다.
집에서 낮잠을 잤고, 와우 특강이 있어서 나가려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다.
20일, 21일에도 8시간 이상씩의 강연 일정이 있었다.
일정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무거운 몸을 털고 일어나려는 나의 의지를, 몸도 따라 줄 것이라 생각했다. 
7시 30분부터 강연을 시작했고 한 시간 여를 버티다가 나가떨어졌다.
팀원의 부축으로 나는 강남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몸의 승리다. 의지도 패했다. 씁쓸했지만,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물질 세계 보다는 정신 세계에 더 큰 가치를 두며 살아왔다.
실제 몸의 컨디션도 마음 먹기에 따라,
혹은 의지력을 발휘하여 어느 정도는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파도 털고 일어서려는 의지와 금방 회복된다는 믿음으로 살았다.
많은 경우, 의지와 마음이 승리했고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었다.
잘 모르겠다. 내 몸이 이팔청춘 때와는 달라져서 그런 것인지,
이번이 의지와 마음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경우여서 그런 것인지.

19일 와우특강의 주제는 '행복'이었다.
아픈 몸에 창백한 얼굴로 나는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냐고.
몇 가지의 이야기 중에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2개 포함되어 있었다.
팀원들에게 나의 창백한 얼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그 기억과 함께 건강의 중요성이 그들의 삶에 각인되었으면 좋겠다.
사유와 철학이 중요하지만 경험과 실천 역시 중요하듯이
정신과 가치가 중요하지만 몸과 사실도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에 절대적 우위를 두기보다는 현명한 조화가 필요하다.

플라톤의 철학은 눈에 보이지 않은 선을 추구함으로써 현실 세계를 다루는 감각이 무뎌졌다.
나는 플라톤이 가졌던 형이상학적 철학은 지니지도 못했으면서도 그의 한계는 고스란히 가졌다.
이십 대의 10년을 무쇠 체력을 은근히 신뢰하며 살았다.
규칙적인 운동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식생활 습관만 조금 나은 편이었다.
일을 많이 할 때에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하기도 했다.
2008년 들어서야 경우 쉼과 여유를 누리기 시작한 정도다.
결과는 자타가 공인하는 무한 체력이 자타가 인식하기 시작한 불량체력이 된 듯한 느낌이다.
건강하지 않은 몸에서도 건강한 정신이 나올 수 있지만, 쉽지 않을 일이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오기 쉬운 법이다. 나는 쉬운 길을 택하련다.

문장이나 쉽게 쓰라고?
그래. 결론이라도 쉽게 쓰자.
삼십 년의 세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나의 몸을 아끼고 돌보리라.
건강한 정신을 위하여,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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