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귀가길은 꽤 피곤했다.
어젯밤 늦게 잠이 들었고, 이른 아침부터 일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일산의 모 출판사에서 강연이 있었다.
강연 후 참가한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나니, 3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6시에 충무로에서 모임이 있어 집에 가기에도 참 애매한 시간이다.
나는 '자문위원'이라는 직함으로 그 모임에 소속되어 있지만
역할을 성실히 해내지 못했기에 1주년 기념 행사에만큼은 참석하리라, 생각했던 터였다.
피로를 끌고 모임에 갔다.
모임은 비전을 품은 젊은 청년들로 구성되었고,
그 비전은 대학 신입생들이 아름다운 20대를 살도록 돕는 것이었다.
'자문위원'이란 직함이 꽤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그냥 팀원을 하게 되면 일이 더 많아질 터이니, 이런 부끄러움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
2시간 정도 식사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계획이었는데, 밤새는 분위기란다. 으악..!!
'그래도 나는 밥만 먹고 가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식사 시간은 한 시간이 늦어졌다.
8시가 되었고, 결국 나는 일어났다. 주일 오전에 강연도 있으니 집에 가서 쉬어야했다.
준비가 거의 끝난 식사는 퍽 먹음직스러웠지만,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피곤했지만, 책을 읽고 싶었다.
유진 피터슨의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하며 무릎을 치고, 강연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했다.
노트북과 6권의 책이 든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로 나는 선릉역에 서서 떠오른 생각을 메모했다.
피곤했지만 내 삶에 적용하여 실천할 교훈 하나를 얻으니 약간의 힘이 생겨났다.
이날은 매서운 꽃샘추위가 불어닥친 날이다.
한겨울 코트를 꺼내 입었는데도 테헤란로의 밤거리는 차가웠다.
르네상스호텔 사거리와 선릉역 사이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테헤란로를 유심히 쳐다본다.
도로 한 가운데를 천천히 걸으며 삼성역 방면으로 바라본다. 고층 빌딩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다.
밤하늘에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사무실 불빛이 아름답게 보였다.
불의와 힘겨움은 밤하늘의 어둠에 모두 숨었고, 별빛같은 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찰나였다. 테헤란로의 풍광을 음미한 것은.
허나, 다시 못올 여행지를 떠나 올 때 그곳의 사람들과 풍광들에게
마지막 시선을 주는 것처럼 진하게 바라보았다.
힙겹게 보낸 하루였지만 평온하고 충만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필름을 되감듯 나의 하루가 스쳐 지나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나의 소명인 강연을 준비하여 4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은 기독 출판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고, 나는 하나님이 내 영혼에 하신 일을 나눴다.
참 마음 좋아 보이는 전도사님의 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동안 편안함을 느꼈다.
6시 모임이 있기 전까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글 하나를 쓰고 몇 명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다.
내게 전화하신 한 분은 말꺼내기 어려운 부탁을 하셨다. 그 분과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모임에 참석해 달라고 세 번이나 연락한 모임의 리더에게 고맙고,
나를 필요로 하는 모임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돌아오는 길에서 누리는 짧은 독서 시간에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기쁨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주말이면 오는 친구를 맞기 위해 약간의 청소를 하고 잤다. 잘 잤다.
이것이다. 내가 바라는 삶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재능으로 살고 먹으며, 다른 이들에게 나누는 것.
누군가와 대화하고 격려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활동(독서든, 강연이든)을 하며 내 영혼이 즐거워하는 것.
이 모든 일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기쁨 넘치는 삶을 사는 것.
아주 평범하고 소박한 하루 속에도 행복이 깃들어져 있음을 느낀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삶.
오늘도 난 외부 세계에서의 성공보다는 내면 세계에서의 성공을 꿈꾼다.
글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