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촉촉한 봄날에

카잔 2009. 5. 16. 08:54

지난 주, 응봉산을 오르며 코끝을 찌른 아카시아 향이 떠오른다.
지금의 내 방에도 꽃향기가 가득한데, 향기가 지난 추억을 부른 것이다.
사실적인 시인들보다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많은 시인들이 화려한 늦봄을 노래했다. 


새 봄 5
            - 김지하

꽃 한번
바라보고 
또 돌아보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봄엔 사람들 우주에 가깝다.  


아직 자연의 변화에는 눈이 먼 나로서는 초봄을 노래한 것인지
늦봄을 노래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작위적으로 해석하며 상상에 잠길 수 있을 뿐이다.


모든 꽃은 자신에게 적합한 시기에 자기만의 빛깔로 피어나듯
모든 사람들도 자신만의 시기에 자기들의 빛깔로 피어날 것이다.
꽃이 피고 지듯, 우리도 나타났다가 사라질 것이다. 덧없지 않다.
우리들은 떠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는 남을 것이므로.
잘못 살면 뒷담화를 남길 것이고, 잘 살면 아름다움을 남길 것이다.

잘 살고 싶다. 꽃을 잡은 손에 향기가 묻어나듯
나를 알고 지낸 사람들에 내 삶의 향기가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나 선물을 받았다. 하늘로부터, 사람들로부터 크고 작은 선물을 받았다.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은 재능과 소명이다. 이것은 곧 내 삶이다.
사람들에게서 받은 선물은 삶을 누리기 위한 모든 것이다.

선물을 받았을 때, 그 선물을 계속 살아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에 따르면,
신화 속의 영웅은 두 가지의 이타적인 행위로 자신의 여정을 끝낸다.
물리적 행위 :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 때로는 목숨까지도.
영적인 행위 : 자신의 비범한 경험을 나눔으로써 공동체에 깊은 유익을 끼치는 행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까지도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재능과 기질에 따라, 더욱 자연스러운 한 가지를 선택하면 된다.


봄비가 내린다. 꽃잎들이 하나 둘 떨어졌을 것이다.
그 자리에는 잎이 돋을 것이고, 올해가 가기 전 모두들 열매를 맺을 것이다.

창밖으로 봄비가 똑똑 떨어진다. 세상이 촉촉하다.
오랜 훗날, 나의 삶도 피고 지고 난 후 어느 날,
내 삶에도 소박하지만 견실한 열매가 맺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촉촉한 봄 날에 하나님 나라로 갈 수 있기를...
그 날을 꿈꾸는 것은 生의 열정과 꿈을 소생시킨다.
열정과 꿈을 갖는 데에, 내게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자기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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