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여행은 자세히 보는 것이다

카잔 2009. 8. 8. 15:41

비행기는 독일 영공을 날아간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 독일은

대한민국의 그것과 똑.같.았.다.

빛나는 태양, 두둥실 떠 있는 구름.


프랑크푸르트에 가까워지자

비행기의 고도가 좀 더 낮아졌다.

2.5Km의 하늘에서 바라본 독일은

대한민국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다.

넓은 논밭, 그리고 숲과 들.


착륙하게 될 공항에 가까워지자

집이며 자동차며 도로가 장난감처럼 보였다.

이것 역시 대한민국과 비.슷.했.다.

현실감은 없었고, 세심히 바라볼 수도 없었다.


공항에 내려 사람들을 보니 이제야 현실감이 느껴지고

대한민국과 무엇이 다.른.지. 알.게. 된.다.

사람들의 눈동자 색깔이 다르고 공항의 이정표가 다르다.

이정표에 쓰인 언어도 확연히 다르다.

EXIT 라는 문자 위에는 'Ausgang'이라는 독일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다.


여행은 세심한 눈길과 호기심을 가지고

한 발짝 혹은 두 발짝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다.

느긋한 속도를 가져야 일상에서의 무심함을 떨치고

삶의 곳곳에 깃든 기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여행이다. 호기심과 자세히 보는 것 말이다.

가까이 다가서야 자세히 볼 수 있다.

느긋한 속도로 지내야 섬세히 볼 수 있다.

호기심과 섬세한 눈길은 여행지에서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비결은 호기심과 섬세한 눈길을 지니는 것이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 리무진에는 세 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나와 한쌍의 흑인 부부.

남자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내가 알기로는) 두 번 무비카메라를 찍었다.

국기원사거리에서 강남역을 돌아 교보타워에 이르는 길에서

그 길을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과 풍광을 찍었다.

성공가게에서 강연을 할 때면 늘 그곳을 지나간다. 내게는 일상인 것이다.

나의 일상이 그에게는 이국적 모습이 되어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올림픽 대로에 접어드니 넓은 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그의 무비 카메라가 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한동안 한강을 찍었다. 나는 생각한다.

'한강은 내가 사는 곳에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강이고,

한 달에도 여러 번 지나치는 곳인데...'

그에게는 어떠한 모습으로 비쳐졌을까.


새삼스레, 한강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강북 쪽으로 보이는 아파트들과 한강의 물결까지 보게 된 것은 얼마만인가.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삶의 빡빡함보다 아쉬운 것은

일상의 여유와 섬세한 눈길, 호기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여행지에서 돌아가 다시 나의 고국에서 일상을 살 때,

이곳에서 가졌던 이 호기심과 섬세한 관찰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잊게 될 즈음, 나는 아마 또 다른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들을 바라보게 되겠지.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 8월 6일 오후 6시 (현지시각)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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