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역사상 최초의 자기경영자

카잔 2009. 10. 14. 10:06

수년 동안 이어진 가뭄 때문에 왕은 근심이 많았다. 앞날이 궁금하여 점을 쳤더니 결과가 당황스러웠다.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왕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기우제를 드리는 것은 백성을 위함인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목적을 희생하는 꼴이다. 왕은 목적과 수단을 혼돈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왕은 아침마다 세면을 하며 거울 앞에 붙여 둔 말을 들여다 본다. 『大學』에 나오는 한 구절의 글귀를 거듭 읽으며 자기계발을 다짐한다. 오늘 아침에도 낮은 목소리로 글귀를 반복해서 읽으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리라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어제 보았던 점의 결과를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목욕재계하고,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왕은 말한다. "기어코 사람을 바쳐야 한다면 내가 희생하겠다."

만류를 뿌리치고, 화려한 장식도 없는 백마를 타고 뽕나무밭으로 갔다. 스스로를 꾸짖었다. 하늘을 우러러 통탄의 말을 던지기도 했다. 제가 덕치를 못하여 노하신 것입니까? 제가 살고 있는 궁이 너무 화려합니까? 백성을 돌아보지 못하고, 뇌물이 성행하고 있습니까? 왕의 덕망에 하늘이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구름이 눈물을 더하고 바람이 눈물을 더하여 지면에는 촉촉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온 우주가 왕의 간절한 소원이 실현되도록 도운 것이다. 무려 3,800여년 전에 살았던 왕의 덕망은 지금도 역사서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은나라의 황제 탕왕이라는 이름으로.


탕왕이 거울에 붙여 주었던 글귀는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이었다. 흔히 줄여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로 쓰인다. 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지난 날에 대한 후회는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오늘을 맞는 것은 귀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날, 당연히 주어진 날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젖기 쉽다. 그럴 때마다 '일신우일신'을 음미할 일이다.

일신우일신을 실천할 구체적인 목록은 저마다 다르다. 날마다 새로운 단어를 익히기, 날마다 지인 한 명에게 안부 전화하기와 같은 의미 있는 일을 반복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혹은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날마다 공부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신우일신'의 정신을 깊이 음미하는 것이다. 오늘의 태양으로부터 힘찬 기운을 얻어 자신을 날마다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신우일신의 정신이다.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 이 작은 깨달음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힌트를 주는 이들은 많다. 러시아의 대문호도 거든다.

"매일 매일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하라.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그렇게 하라." - 중국의 지혜

어제는 어젯밤에 끝났다. 오늘은 새로운 시작이다. 과거를 잊는 기술을 배워라.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라. "오늘은 무슨 좋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이란 없다. 우리의 온 인생이 집약된 현재의 한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새롭게 시작하라. 
날마다 뒤돌아보는 일이 없도록 쉬지 말고 집중하라.
진정한 삶은 시간을 벗어나서 존재한다.
                                                                              - 톨스토이 잠언집에서


나 역시도 일신우일신을 조용히 다짐해 본다. 탕왕에 대한 백과사전 설명을 보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글을 썼다. 이제 나의 멋진 하루를 상상한다. 미뤄 두었던 중요한 메일 4개(스승님, 인터뷰 관련 2건, 지인) 를 마무리하며 상쾌함을 느낀다. 독서강연 안내 공지를 올리고, 내일 저녁에 있을 와우팀과의 '여행이야기' 스크립트 준비를 끝낸다. 몰입에 관한 책을 읽고, 한 시간 동안 원고를 다듬는다. 와우팀 수업 공지를 올리고 와우팀원 2명에게 피드백한다. 할머니와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나눈다. 생산성 높은 하루에 뿌듯함을 만끽한다.


<나의 생각 및 추가정보> 

1) 자기계발은 외부로부터의 강요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대오각성의 순간을 경험한 이가 스스로 노력을 기울일 때에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괜한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을 구원하지 못한 이가 내놓은 설익은 자기계발 담론만을 멀리하면 된다.

 
2) "어떤 사람이 가진 생각이 지혜로운 것인지 평가하는 좋은 방법은 그의 정신과 건강상태를 주의 깊게 검토하는 것"이다. 그의 말이 가치가 있다면, 그 유익을 취할 사람은 그것을 생각해낸 사람일 테니까. 작품과 작가의 삶이 일치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예술 작품(소설, 그림 등)과 그것을 창조한 예술가들의 삶은 최고의 산을 정복한 등산가의 모습과 비슷하다. 등산가는 항상 정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마음과 삶의 방향은 항상 산을 향하고 있다. 예술가도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작품을 위해 투자한다. 내가 멀리하라고 당부한 대상은 이런 삶의 일관성이 결여된 저자들이다. 읽을 만한 좋은 책이 많으니 굳이 차선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3) 누구나 자신을 경영한다. '경영'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자신의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한다. 경영이라는 단어의 역사는 백년에 불과하지만, 자기 수신의 의미로 본다면 우리 모두는 자기경영자들이다. 따라서 탕왕을 최초의 자기 경영자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만, 문헌상에 존재하는 꽤 옛날을 사셨던 분이 자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이 자극을 주어 저런 제목을 달았다. 오해 없으시길. 

4) 탕왕에 대하여 <출처: DAUM 백과사전>
BC 18세기경에 활동한 중국의 황제.
성탕(成湯)·태을(太乙)이라고도 한다. 하(夏:BC 22~19/18세기)나라를 멸망시키고 상(商), 즉 은(殷:BC 18~12세기)나라를 세웠다. 역사상 실제 인물인 탕은 신분이 높은 가문의 후예였던 것으로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신화적 인물인 황제(皇帝)의 후예라고 한다. 탕은 거북 등딱지에 쓰인 예언대로 하나라의 포악한 군주 걸(桀)에 대항하여 군대를 일으켰다고도 한다. 온후하고 관대한 왕으로 칭송받는 그는 가뭄이 들자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는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제사가 끝나기도 전에 비가 내렸고 탕은 목숨을 건졌다. 그는 대개 9척(2.7m) 장신, 흰 얼굴에 구레나룻을 기르고 뾰족한 머리와 6마디의 팔을 가지고 있으며 몸의 한쪽이 다른 쪽보다 훨씬 큰 모습으로 묘사된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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