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부산 여행] 다시 찾은 태종대는 여전히 빛났다!

카잔 2007. 7. 4. 08:38

집에 돌아오니 비가 막 쏟아진다. ^^ 타이밍 참 좋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가 조금 못 되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니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샤워 전에 틀어준 재즈 선율이 방안에 가득하다. 샤워한 후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미리 틀어둔 것이다.
따뜻한 브로컬리 스프를 홀짝이며 부산 여행을 돌아본다.

2007년 7월 3일.
예정보다 늦게 출발했다.
강연 요청이 들어왔고, 강연 유인물을 보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11:00 출발 KTX 였다.
차비 절약을 위해 무궁화호를 타고 갈 계획이었으나 늦게 출발한 바람에 급히 KTX로 바꾸었다.
10시 58분, 서울역 철도회원 발권기 도착!
캬,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고 안도하며 철도회원 번호를 눌렀다.
화면상으로는 티켓이 떴지만 승차권 출력은 안 되었다.
개찰구 직원에게 물어보니, 열차출발 3분 전에는 승객 안전상 출력이 안 된다고 했다.
안전은 무슨! 출력 안 되는게 더욱 불안전하구만. ㅜㅜ

결국, 열차를 놓쳤다. 10% 수수료도 날렸다. 아!
이래 저래 속상했지만, 그렇다고 매표소 직원에게 화 낼 수도 없다.
화가 나도 화 내지도 못한다. 나는.
하지만 속으로 삭이는 것은 아니니 정신건강상 문제는 없다.

사실 58분에 발권기가 출력이 안 되었을 때,
저기 보이는 철도회원 전용 창구로 뛰어갈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저 줄을 무시하고, 나만 바쁘다고 새치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숫기가 없는 것인지, 용기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약속 시간만 늦게 생겼다. 그래서 속상했다. 이 것이 나다, 라는 생각이 든다. 바보같은 이희석.
순간, 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해 비행기 출발 시각을 10분 늦추었다는 어느 유명강사가 떠올랐다.
나는 그처럼 절대 못할 것이다. 그는 그고, 나는 나다.
나에게 불만스럽지 않다. 덤덤히 나를 받아들인다. 나는 내가 좋다.

팀원에게 늦게 되었다고 전화로 양해를 구했다.
남은 시간에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 세트메뉴를 시켜서 먹었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서류 한 장을 들고 들어와서 여기 복사 안 되냐고 다급히 물었다.
복사는 안 된다고 점원이 얘기하자, 왜 복사가 안 되지, 하며 나가신다.
참, 신기한 상황이다. 버거킹에서 복사를 하러 들어온 아저씨라니.

스르륵~! (시간이 흘러간 소리 ^^)

2시 30분 부산역 도착! 캬~!
남포동으로 이동하여 국제시장 안에 있는 <개미야>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TV에 맛집으로 두 번이나 소개 된 집인데 과연 싸고 맛있었다.
낙새볶음~ ^^ 음.. 냠냠.

스르륵~!

4시 35분 태종대 도착.
둘이서 걸었다. 처음엔 그냥 걸었다. 비가 오지 않아서 좋았다.
잔뜩 찌푸린 날씨는 먼 바다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걷기엔 참 좋았다.
태종대를 한 바퀴 걸어서 돌기로 했다. 기분이 상쾌했다.
우리는 걷다가 다리 아프면 좀 쉬면서 얘기하다가, 다시 걸으면서 얘기 하다가... 이렇게 걸었다.

5시30분 경
등대, 신선바위, 망부석, 촛대바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사진도 찍고, 바다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유명한 망부석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곳은 5년 전에 왔을 때보다 더 잘 꾸며져 있었다.
신선바위로 내려가는 길도, 그리고, 등대도, 조형물도 그 때엔 없던 것이었으리라.
관광객들의 흔적을 남기는 곳도 별도로 만들어 두었는데, 우리도 거기에 우리 여행의 흔적을 남겼다.


"WOW 3기 OO & 희석 2007. 7. 3"
이렇게 적었던 것 같다. ^^
언젠가 돌아오게 되면 이 순간을 추억하며 씨익 웃을테지?
다산 선생님은 어릴 적 노닐던 곳에 어른이 되어 온다면 이것은 하나의 즐거움이라 말씀하셨다.
나 역시 부산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이전에 누군가와의 부산 여행을 아련히 추억하며 회상에 잠기곤 했다.
이러한 추억은 그리움이기도 했지만, 즐거움이기도 했다.

신선바위에서 휴식하며 50여 분을 보내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잠깐 책을 읽기도 했다.
기차 안에서 감탄하며 읽었던 구본형 선생님의 책이었다.
많이 읽지 않았다. 5~6페이지를 읽고 덮었다.
함께 얘길 나눌 동행이 있었기에, 느긋이 바라봐야 할 바다가 있었기에.

이 곳에는 해양 도서관이 있는데 바다 바로 곁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언젠가 한 번 여기서 반나절 책만 읽고 싶다는 욕심이 나는 곳이었다.
7시가 다 되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제 밥 생각이 난다.

7시 30분 조금 넘어.
태종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난 내리막길을 따라 가면
한 차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나오고 조금 더 걸어가면 바닷가 자갈밭이 쫘악 나온다.
여기에 해변을 따라 횟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들어갔더니 물고기 회는 없고, 해물모듬, 장어구이, 조개구이 이렇게 세 가지 메뉴만 있었다.
여기에는 물고기 회는 아나고회 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잠시 상의 후에 조개구이를 주문했다.
바닷가 자갈 위에 펼쳐 둔 돗자리 위에 상을 차렸다.
캬~ 10m 전방에는 파도가 치고, 우리는 파도소리와 함께 조개를 연탄불에 구워먹었다.
2년 전에 박상이랑 함께 대구에서 조개구이를 먹은 후로 조개는 처음이다.
맛있었다. 양념이 조개살과 함께 어울려 참 맛있는 맛을 내었다.
좋다, 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소주 한 잔을 입 안에 털었다. 참 쓰다. 분위기상 그냥 먹는 거다.
맛으로 먹었다는 예전의 내가 믿기지 않는다. 이게 왜 맛있지?

9시 30분경.
남포동에 도착하여 용두산공원에 올랐다.
부산 시내가 다 내려다보인다는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너무나 아쉽게도 전망대 관람시간이 끝났다.
용두산 공원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었다. 지난 달에 읽은 난중일기가 떠올라 반가웠다.
그렇게, 공원 벤치에 앉아 애기를 나누다가 부산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11시행 밤기차를 탔다.
타서 곧 우리 둘다 잠이 들었다.
잠들기 전에는 7월 3일 화요일, 부산이었는데,
깨고 나니 7월 4일 수요일, 서울이었다. 하하하. 죽었다 살아났나 보다.

직장인들도 하루만 휴가를 내면 당일치기로 부산에 갔다 올 수 있겠다 싶었다.
아침에 부산으로 출발하여 국제시장, 태종대 등을 구경하고 밤기차로 내려오는 게다.
5시가 안 되어 도착하니 집에 들러 옷갈아입고 출근하면 되는 것이다.
하루 정도는 여독으로 피곤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정도의 피곤함은 능히 부산 1일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맞바꾸겠다는 마음이다.

지하철 서울역에서 함께했던 일행과 헤어졌다.
동시에 "즐거웠어요." "즐거웠다." 가 오갔다.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 ^^

갑자기 창 밖 옆집에서 아저씨의 와, 하는 소리가 들린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 아! 맞다. 오늘 브라질과 한국 축구 경기가 있지.
또 하나의 행복을 찾아 TV를 켠다. 내 입에서 또 한 번의 캬, 소리가 나온다.
이제 막 전반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제 간다. 축구와 함께 행복의 나라로.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 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