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우리 모두 화이팅!

카잔 2009. 12. 22. 12:43

"치약이나 칫솔은 안 필요하세요?"

그녀를 지나치고 나서야 작은 목소리의 이 말이 들렸다.
이미 그녀를 지나쳐 왔기에 타이밍이 늦은 호객이다.
불과 2~3초 전에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그 때야말로 치약 칫솔을 선전할 찬스였으니 말이다.

사실,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녀의 존재를 발견했다. 젊은 20대였기 때문이다. 어려 보였다.
대부분의 점원이 아주머니들이기에 금방 눈에 띄는 것이지,
결코 내가 아가씨들을 눈비비며 찾는 놈이 아님을 전한다. ^^ 호호.

3일 전에 마트에 왔었을 때 없었으니
고작해야 그녀의 근무 일수는 이틀이리라.
혹은 오늘 처음 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사 매대에서 며칠 간만 근무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치약이나 칫솔은 안 필요하세요?"
"치약 칫솔 할인 행사하고 있습니다. 구경 잠깐 하세요."
"칫솔을 대기만 해도 세균이 죽는 치약입니다. 구입하시면 치과치료비 버는 겁니다."
이런 등등의 말을 연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는 가장 수줍은 말을 선택하여 나의 등에 대고 말했다.
나는 금방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는 게, 고작 저 말이었다.
그렇다고, 주먹을 불끈 쥐며 "화이팅!"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 오늘이 되었고, 나는 카페에서 일을 한다.
카페 밖, 테헤란로의 인도에는 한 젊은이가 <대구탕> 광고지를 나눠주고 있다.
나눠 주는 모습이 열심이나, 받아드는 이들이 적다. 
저걸 모두 나눠 주어야 뿌듯할 텐데...

한 분, 한 분 인사를 하는 청년을 보니
3주 전 즈음에 만난 어느 아주머니가 생각난다. 
그 분도 식당 광고지를 나눠 주시던 분이셨고
참 정성스럽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개 숙이며 전했다. 

광고지와 함께 식사 잘 하시라는 마음까지 전하는 듯한 그 모습.
나는 멀치감치 떨어진 곳에 잠시 서서 그 분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형에게 "참 열심히 일하시지요. 연세도 많으신데..." 했다.
다음 주, 그 분을 찾으러 갔지만 계시지 않았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잠시 흐뭇하게 웃게 해 주어 고맙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시간 내어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싶다고.

지금 또 한 번 가 보아야겠다.

아주머니 거기,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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