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

카잔 2010. 1. 8. 01:24

나는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머니는 무능한 (혹은 무책임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시기 위해 일터에 나가셨다.
나를 퍽이나 사랑하셨지만, 함께할 시간은 많지 않으셨다.

나의 길지 않은 조직 생활도 어머니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회사 생활은 즐거웠고, 사내 인간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대체로 내 인생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4/4분기에 일이 무진장 바빠질 때면, 밤 11시를 넘겨 일하는 적도 많았다.

직장에 친구들의 모습도 나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우리는 때때로 함께 여행 한 번 가자고 말하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생일 때에는 시간은 많되, 돈이 없어 가지 못했던 여행이라면,
요즘엔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 서로 일정을 맞추기가 무지 힘들다.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어 "나 시간 많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것이 쉬운 소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시간이 많은 사람이 되려면 목표 달성 능력이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 내에 목표에 다다르는 방법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열정이 넘친다고, 지식이 깊다고, 성실함으로 무장했다고 성과를 창출하는 건 아니다.
성과는 오직 목표 달성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목표를 달성해야 일이 끝나는 것이고 일이 끝나야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많은 시간을 가지려면 목표 달성 능력을 높여야 한다.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는 것과 시간이 많다고 표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요즘 시간 많아요"라고 말하는 데에는 용기와 사랑이 필요하다. 
시간이 많다는 말을 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까닭은
우리가 바쁨이 곧 능력의 척도처럼 여겨지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내요? 라는 안부 인사에 "요즘 한가해요"라고 말하면,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구나"가 아니라 "나 무능해요"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반면, "요즘 무척 바빠"라는 말에는 능력이 있어서 할 일이 아주 많다는 의미다.
이것은 분명 거짓 문화이고, 바람직한 삶의 현상이 아니다. 톨스토이는 말한다.

"자신이 근면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대부분 참혹한 사람이 된다.
일과 휴식이 차례대로 오가는 생활만이 기쁜 삶이다."


시간이 많다고 말하기 위해 사랑이 필요한 까닭은
이 말이 곧 자신의 세상을 활짝 열어젖히는 표현으로 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와의 접촉을 피하는 가장 만만한 방법은
"요즘 내가 일이 좀 바빠서.."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지나치게 바쁜 사람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시간을 잘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시간 관리의 달인은 여유로움의 휘장을 감고 있는 모습이다.
나도 바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시간이 많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람을 향한 애정이다.
그것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시간이 없다"는 말로 적절히 관계를 차단한다.

나는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
요즘 저 시간 많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나, 내 모든 시간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모두 쓰여지길 원하진 않는다.
나에게 바쁨이란, 그저 일이 아니라 휴식, 관계, 일, 공헌 등 이 모든 일로 바쁘다는 의미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