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다름은 축복이다

카잔 2010. 1. 21. 09:06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학교 시절의 얘기가 나왔다.
그녀가 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음을 알게 되었다.
말하기 쑥쓰러워 하는 그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나의 원래 전공은 생물자원기계공학부인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경영학 공부를 했다.
판단의 결정적인 원인은 공업수학, 열역학 등이 무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공업수학은 껌수학이라 불렀는데, 너무 쉬워서."
그녀의 명랑스러운 유머를 듣고 하하 웃었다. 유쾌했다.
사람들의 서로 다름이 참으로 통쾌했고 신비로웠다.

나는 무식하지 않다. 다만 한 동안 엉뚱한 곳에 가 있었을 때 그렇게 느껴졌다.
다음과 같은 수업에 나를 들여다 놓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공업수학, 정역학, 유체역학, 재료역학, 열역학 등. 모두 나의 전공 수업이었다.

성적은 형편없었고, 전공 공부가 무지막지하게 재미없었다.
스스로를 그곳에 얽매이게 하지 않았던 나의 성향에 고마움이 든다.
나를 경영학 교양 수업(경영의 이해)에 데려다 놓았더니 신이 났더랬다.

비록 교양과목이었지만 성적은 A+ 가 나왔고, 공부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진실로 믿는다. 무능한 사람은 없으며, 모든 것에 심드렁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재능도, 삶의 의욕도 없어보이는 사람들도 눈을 반짝 거릴 만한 그만의 지식과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나의 공업수학 성적을 기억한다. F학점.
이것은 분명 아름다운 결과는 아니지만, 고마운 결과다.
나의 관심과 재능이 이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게으름, 불성실과는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공업수학 수업을 심심풀이로 들었다는 사람을 만났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재능과 관심을 타고 났음이 느껴졌다.
서로 다르기에 우리는 소통의 힘겨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름은 축복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의 다양성에 매료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 中

"우리 모두가 어떤 재능을 선물 받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못내 의심스럽다면 갓난아기나 아주 어린아이를 잘 살펴 보라."
  - 파커 파머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