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홀로 있음에 대한 변명

카잔 2010. 3. 2. 23:04


자꾸만 외부 활동이 잦아드는 요즘입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이것이 서른 중반에 접어드는 사내의 일반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점점 외부 활동을 줄이려는 제 의도의 결과인지는 알지 못하겠군요.
저도 인생을 처음 살아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강연 요청이나 새로운 사업의 제휴 등은 저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지만,
그런 기회마저 자꾸만 피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나다움을 향한 불필요한 일의 가지치기요, 효과를 높이는 집중인지
아니면 그저 몸 편안하기만을 바라는 철없는 게으름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저도 아직 제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서요.

홀로 가만히 책을 읽거나 글이나 쓰며 살고 싶지만
사실 제 기질상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지는 못하지요.
삼사일을 꼬박 집에서 보내면 다음 날에는 어디론가 나서야 한답니다.
좋은 책을 쓰고 싶어하는 저로서는
규칙적인 일상을 살았던 칸트 류의 학자들이 가진 성향을 부러워하곤 하지요.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 요즘의 조용한 삶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지요.
허나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저는 제가 가진 것을 포기하는 데에는 재빠르거든요.
저는 갖지 않은 것을 부러워하기보다 가진 것을 한껏 발휘하는 데에 능숙합니다.
그러니 지금 저의 뜸한 외부 활동은 어떤 감정의 결여에서 오는 부작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 자신의 생산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찾는 실험 과정이라 봐야겠지요.

'있음의 차원'에 만족하는 조용한 삶은 사람다운 삶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존재와 우주의 의미를 훌륭히 정의한 탁월한 철학자들이 제게 매력이 없는 이유입니다.
저는 철학을 일상으로 가져와 삶의 현실을 반영한 철학을 강조한 학자들을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눈뜨는 삶, 뜨인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때 얻는 깨달음을 좋아합니다. 
상처를 주고 받더라도 사람들과의 관계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사람다운 삶이라 믿습니다.

함께하는 삶, 더불어 주고 받는 삶이 즐거움으로 가득하리라 믿지 것도 아니지요.
서로 주고 받는 것이 도움일 때도 있지만, 상처와 아픔을 때도 많으니까요. 
아프다고 해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단절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숲길을 걷다가 나무 가지에 걸려 넘어졌다고 해서, 다시는 숲에 가지 말아야지, 라는 다짐한다면
그것은 지혜롭지 않은 판단이라 생각하니다. 삶은 완전하지 않기에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임을 믿고, 건강한 자아상은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믿습니다.

카뮈는 말했습니다. "시지프스가 행복한 인간이었다고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고.
저도 한 마디하고 싶습니다. "상처 있는 불완전한 삶일지라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고.
행복한 삶이라고 마냥 유쾌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온갖 감정을 모두 수용한 평온한 상태입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제가 항상 유쾌함으로 들떠 있다는 말은 아닌 게지요.
그래서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입니다.

제가 자꾸 혼자 있더라도 너무 염려치 말기를 당부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함께함이 중요하다는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누구에게나 홀로 있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무엇이든지 지나치게 되면 넘침의 상태와 부족의 상태가 비슷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필요 이상의 것들은 말 그대로 불필요함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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