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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 용기를 아시나요?

카잔 2010. 3. 25. 10:30

제게는 와우팀원들에 대한 책임의식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주제 넘는 간섭이나 조언을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아닙니다.
물론 그들에게 '결정적 한 방'과 같은 조언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그들의 자존감을 세워 주고 독립성을 높여가는 과정을 돕는 것입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책임의식은 리더를 따라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와우팀원 한 분을 만나, 출근 전까지 커피 한 잔의 시간을 가졌지요.
이직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그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0대 중반의 남자 분인데, 저를 진지한 대화 상대로 여겨 주어 고마웠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그가 이런 류의 말을 하시더군요.
"와우팀을 통해 자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과정이 없었더라면
저는 아마 1인 기업의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독립은 커녕
이직에 대한 고려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라고.

저를 격려하시는 차원에서 하시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당신의 마음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고 믿지요.
앞서 말한 책임의식은 이런 일을 지켜 보면서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그것은 애정이기도 하고, 나의 말이 동기부여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이기도 하지요.

어린 시절, 무언가를 (품목이 기억 안 나네요) 사려고 길을 나섰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새로 이사간 동네여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마음이 이끄는 방향으로 정하여 길을 걸었습니다.
큰 도로를 따라 걷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걸었습니다.

대구에 살던 시절이었는데, 앞산사거리에서 서부 정류장을 지나 송현동까지 걸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갈 생각은 없었는데 걷다 보니 다시 돌아갈 수는 없더라구요.
이미 많이 왔다는 사실이 앞으로 더욱 걸어가게 되는 묘한 상황이었습니다.
길을 나서서 멀리 떠나 본 자들은 이런 '절망적 용기'를 갖게 됩니다.

저는 우리네 인생길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공병호 소장님의 말 중에 가장 와 닿았던 메시지 하나는
"인생에서 안정이란 단어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안정이란 없습니다."
암울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면 자유로워지기도 했습니다.

이 길도 불안하기 마련이고, 저 길도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지 두려움이 따르니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지는 말아야겠지요.
묘한 것은 이미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았으면, 이전 상태로 살기는 싫어지지요.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잘 표현했습니다.

"인식의 나무 열매를 먹은 사람은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 막스 베버


말하자면, 와우팀에서 우리 모두는 인식의 나무 열매 몇 가지를 먹은 것입니다.
그것은 때로 와우팀원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팀원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진하기도 하고, 후진하기도 하면서 성장하니까요.

우리의 성장하는 모습이 상향식 나선형일 것이라는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성장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살지는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묘한 딜레마지요.
이런 딜레마에 빠뜨린 죄(?)로 저는 책임의식을 느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체험하여 살아 숨쉬는 지식을 골라내어 그것을 전한자,
등의 와우팀장으로서의 제 나름의 원칙 몇 가지가 있었지만
이제 더욱 제 삶으로 실험하고 더 많이 연구하는 리더가 되어야 함을 느낍니다.

이 글은 제 노력의 일환입니다.
지금까지 와우팀 이야기는 블로그에서 잘 적지 않았습니다.
자랑한다는 느낌을 주거나 그런 피드백을 들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런 두려움까지 이겨내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인식의 나무 열매를 먹은 당신이라면,
두렵고 부담스러워도 계속 전진하시기 바랍니다.
절망적 용기를 맛보아 그 힘으로 계속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무언가를 찾아 떠났던 어린 시절의 그날 이야기로 글을 마칩니다.

서부정류장을 지나 첫번째 사거리에서 우측 비스듬한 길로 걸었습니다.
10여 분을 더 걸어서 결국 저는 원하던 물건을 파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어디에서 힘이 생겼는지 집으로 돌아올 때에도 걸어서 돌아왔지요.
오가는데 적어도 두 시간은 지났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러 장면이 기억 납니다.

20년 전의 그 기억이 선명한 것은
길을 떠나 부딪쳐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럴 때 우리는 생생히 살아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봅니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