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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단이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했을 때, 오프라는 이런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 수준에 오르면, 그 분야의 조단이라고 말하지요."

조단의 기량은 탁월함의 정점에 있다. '위대한' 조던이라 부르고 싶다.

 

의지가 약하고 타협하기를 좋아하는 내게 조단의 동영상은 좋은 약이 된다.

동영상을 보고나면 다시 내가 하던 일을 계속할 에너지를 얻는다.

그는 나의 히어로다. 내 인생의 영웅!

 

"나는 농구 선수생활을 통틀어 9,000개 이상의 슛을 실패했고,

거의 3,000게임에서 패배했다.

그 가운데 26번은 다 이긴 게임에서 마지막 슛의 실패로 패배했다.

나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바로 그것이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 마이클 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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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나에게는 이것 뿐이다' 하는 일을 끝까지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이 흐트러지면 성공할 수 없다.


서점에서 오마에 겐이치의 『난문쾌답』을 뒤적이다가 만난 문장이다.
기억하고 싶어 플래너에 적어 두었고, 일주일 내내 거듭 들여다보았다.
내게도 '이것 뿐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했다.
일주일 동안 27시간 동안 글을 썼다. 끝까지 계속해 볼 요량이다. 꿈을 이룰 때까지.

2.
자기 확신이 부족하면 계속하기가 힘들어진다. 
불쑥불쑥 찾아드는 회의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정확히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을 때에도 회의가 느껴질 수 있고
자신의 재능을 향하여 전진할 때에도 삶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성찰할 때에는 회의적 시각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충분히 걸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드는 회의는 경계해야 한다. 
방향이 정해졌다고 해서 확신과 열정만 있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니까.

3.
지난 주에 자신감이 넘쳤다고 해도 이번 주엔 두려움에 빠져들 수도 있다.
두려움은, 내개 해낼 수 있을까 혹은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류의 생각으로 찾아온다.
두 가지의 생각 모두 근본 원인은 자신감의 결여다.
어떤 상황이 와도 나는 견딜 수 있다, 고 생각하면 두려움 극복에 도움이 된다.

나는 사별이 두렵다. 누구나 사람하는 이와의 영원한 이별을 두려워하겠지만,
나에게 사별은 관념 속의 두려움이 아니라 실제적인 두려움이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함께 공부하던 친구, 사랑하는 선생님이 모두 먼 길을 떠나셨기에.

또 다시 나의 소중한 이들과 헤어질까봐, 나는 정말 두렵다.
배우자나 아이와의 사별을 생각하면 몸서리쳐질 정도지만
(종종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두려워하고 있음의 증거이겠다),

그래서 절대로 그런 일이 있기를 바라지 않지만 인생은 상실의 연속이란 것도 안다.

이 때, 나를 위로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결국엔 견뎌낼 수 있을꺼야" 라는 생각이다.
두려움을 벗어던지는 자신감이 더해질 때, 계속하는 힘을 덤으로 얻는다.

4.
강사로서 종종 아주 부담되는 강연을 맡을 때가 있다.
처음 하게 되는 주제인데 억지로 떠맡았거나,
강연하기 어려운 대상이거나 (가령 목사님들),
그리고 원인을 모르지만 이상하게 부담이 되는 강연들이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으로 부담을 떨쳐낸다.

'저들이 나를 부른 것은 내가 해낼 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너무 잘 하려는 부담 내려놓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면 되겠지.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안 좋으면 나를 부른 저들의 선택 미스도 있는 거지. 뭐.'

좀처럼 극복되지 않는 부담감이 찾아왔을 때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벗어나며 몸에 힘을 빼면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다.

5.
창 밖으로 잠실대로가 보인다.
도로는 끝없이 이어져 이 나라 모든 곳으로 통한다.
나도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과 통하고, 모든 생각이 만나는 깨달음에 닿겠지.

계속한다는 것은
나의 꿈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피하지 않고 직면한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나의 한계였던 지점을 단 1cm라도 넘어선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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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으악!
30분 전, 정성을 다하여 퇴고까지 한 포스팅을 저장 실수로 날려 버렸을 때, 나는 정말 소리를 지를 뻔했다. 카페였던 지라, 바람소리에 가까운 신음을 낼 뿐이었다. 작은 상실이지만, 쓰리다. 상실, 이별, 고통은 익숙해지긴 해도 완전히 면역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려 기억을 되살려 초고를 다시 썼다. 긴 글이라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는 법! 초고는 처음의 글과 30 퍼센트 즈음 달.라.졌.다.

달라짐! 
상실 후에 오는 것들을 제대로 설명하는 단어는 '달라짐'이다. 사람들은 상실의 아픔 뒤에 성숙이 온다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의심스럽다. 성숙이 오지만 트라우마가 남을 수도 있고, 배움이 있겠지만 많은 것을 잃은 뒤일 수도 있으니까. 상실의 아픔은 여타의 정신적 고통과 다른 점이 있다. 상실이란, 아주 없어지거나 완전히 헤어짐이다. 상실로 인한 아픔은 아물고 난 후에도, 상실이 남기고 간 환경의 변화는 그대로일 수 있다. 상실이 지나간 후의 인생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성숙이 아니라, '달라짐'이라고 한 까닭이다.

웃음!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 감정에 나를 맡기면 결국 나만 손해다. 세 시간 동안 쓰고 다듬었던 글이 날아가도, 한 시간에 전에 카페를 나서려던 계획이 틀어져도, 이런 상황에 대한 반응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나는 웃기로 선택했다. 친구에게 보여주려고 모아 둔 웃긴 사진을 내가 먼저 필요로 할지는 몰랐다. 역시, 인생은 예측불허의 현장이다. 아래 사진들은, 부디, 웃긴 사진의 명불허전이기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남자의 6단계 지원절차 그리고 여자의 단박 면접



 

아이를 발견할 엄마의 반응이 궁금해!


 

"보고 있지만 말고, 날 좀 빼 줘요"

 

 

 자연이 창조한 백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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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휴일 오전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을 때였다. 나는 글을 쓰던 중이었고, 시계바늘은 오전 9시 45분을 가리켰다. 차창 밖 잠실대로에서 호각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매주 휴일이면 잠실 롯데마트, 키즈니아 등으로 진입하는 차량들로 뒤범벅이 되는 곳이다. 교통경찰들의 호각이려니 했지만, 그것은 오후에나 벌어지는 일이다. '아직 차가 막힐 시간이 아닌데...' 하는 호기심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았다. 잠실대로가 한산했다. 잠실역에서 갤러리아팰리스에 이르는 도로를 통제하는 교통결찰이 보였다. 

'와! 마라톤이 있는가 보네.'



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동아마라톤대회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를 표시하는 골드라벨로 승격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1년 개최된 국제마라톤대회 중에서 골드라벨 대회는 16개 뿐이었으니 희소성의 권위가 있다. 지금은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83회 동아마라톤대회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나는 실내복을 벗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잠실역 사거리에 이르니, 대회 참가자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뜀박질을 할 때마다 물결치는 그들의 허벅지 근육이었다. 사람의 근육이 아름답다고 혹은 허벅지 근육의 역동적인 모습이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나는 감동을 느꼈다. 남자들의 허벅지가 아줌마들에게 섹스어필을 하는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한동안 그들의 허벅지가 펼쳐내는 아름다운 움직임을 쳐다보았다. 넋을 잃었던 것 같기도 하다. (휴대폰 사진기로밖에 찍을 수 없음이 아쉬웠다.) 사람들의 뛰는 모습은 각양각색이었지만(퍽 우스운 포즈로 뛰는 이들도 있었다), 허벅지의 움틀거림만큼은 한결 같았다. 그것은 근육질 남성만이 아닌, 뜀을 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뿜어내는 것이었다. 깡마른 체형도, 물렁한 살결이 푸짐한 체형도 허벅지만큼은 꿈틀거렸다.

그들을 보며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들은 살아있었다. 적어도 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생생하게 살고 있었으리라. 헐떡이는 숨소리, 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칼과 상하의, 뜀걸음마다 움직이는 다리 근육, 힘겨워서 일그러진 표정은 모두 살아있음의 증거였다. 도로가에 서서 응원하는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의 파이팅 외침까지도 에너지가 넘쳤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주자들을 응원하는 그 곳에 시들한 외침은 자리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은 짧다"고 말한다.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면 한 순간에 불과하다고. 인생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이라면 시들함, 의기소침, 에너지없음을 몰아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비워진 자리에 채워야 할 것은 열정, 도전, 역동성일 것이다. 생생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들 말이다. 마크 트웨인의 재치있는 말이 떠오른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살기 위해 노력하자.
장의사가 일을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게 될 만큼."



2.
"엄마, 11시 정각이야"
"응. 15분 후면 아빠도 오실꺼야."

아빠는 출전했고 가족이 모두 응원을 나왔다. 나는 아이의 엄마이자, 한 마라토너의 아내인 여자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모자 후드티와 모자 차림의 그녀는 삼십 대 중반으로 보였다. 시선은 줄곧 마라토너들이 달려오는 잠실대교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지하철역 난간 위에 서서 고대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이가 엄마에게 다가섰다. 엄마는 아이 얼굴을 어루만졌지만, 시선은 여전히 주자들을 향해 있었다.

잠시 시선을 아이에게 돌리며, 엄마가 말했다. "이제 13분에서 15분 사이에 아빠를 볼 수 있을꺼야." 어쩜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로 예상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하마터면 그녀에게 물어볼 뻔 했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 늘 생각만으로 그친다.) 그녀는 남편이 마라톤을 하든, 등산을 하든 관심없는 아내가 아닐 것이다. 남편이 하는 일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지지자가 되어 주는 편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할 것이다. 

나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얼굴이 잘 생겼는지 궁금해서가 아니라, 아내와 아들을 발견한 아빠의 기쁜 표정이 궁금했다. 그 순간의 아내의 눈빛도 보고 싶었다. 사랑이 넘치는 곳에서는 즐거움이 샘솟기 마련이고, 사랑과 즐거움은 바라보는 것은 삶의 에너지가 될 테니까. 명화를 감상할 때 감동을 느끼는 것처럼.


3.
잠시 후, 나는 잠실역 인근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직 가슴은, 5분 전까지 관람했던 마라톤 대회가 준 감동의 열과 에너지가 식지 않았다. 나는 그 남자를 기다리지 않았다. 나에게도 내가 달려가야 할 마라톤(글쓰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의 표정 만큼이나, 내 길을 모두 달려간 후의 나의 표정이 궁금했고, 나를 대견해하며 기뻐하실 외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마라톤 대회가 안겨다 준 감동은 컸다. 그들은 모두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생각, 절정의 고비를 넘긴 승리이기에 기쁨이 클 거라는 예상, 조금만 힘들면 금새 포기해 버리는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운 인식, 이젠 나도 혼신의 힘을 다하여 내 길을 달려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유의 결실을 맺고 싶어, 3시간 동안 글을 썼다. 내가 살아있던 순간이었다. 살아있음의 순간들이 쌓여간다면, 과정과 결과 모두에 만족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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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글을 쓰는 공간은 공장이기보다는 창작소다. 시간이 주어지면 물건을 팡팡 찍어내는 공장처럼 글을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창작의 소산이다. 창작이란 말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힘겨운 과정이 묻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글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글 쓰는 일을 특정인만의 영역으로 성역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가 힘겹다는 사실을 말한 것 뿐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모든 인생에는 책 한 권 즈음이 될만한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면 영감이 떠올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을 포함하여) 날마다 기계적으로 글쓰기에 임하는 사람이 직업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쉽지 않은 '글쓰기'를 날마다 해야 한다는 점이 작가를 꿈꾸는 이로서의 어려움이다. 글쓰기 대신 '일'을 넣으면 그대로 직장인의 애환이 된다. 쉽지 않은 일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것이라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 쉽지 않은 직장 생활을 날마다 해야 한다는 점이야말로 직장인들의 힘겨움이다. 글쓰기와 직장생활,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2.
그곳은 나의 글쓰기 공장이었다. 직장생활에도 술술 풀리는 날이 있듯, 나의 글쓰기도 고속 항해 중이었다. 나는 그곳 카페데베르에만 가면 정말 신나게 글을 썼다. 2010년 가을과 겨울, 그 즈음엔 정말 그랬다. 물론 직장생활이 술술 풀리는 것은 어떠한 상황이나 개인적인 노력의 결과물이지 그런 손쉬움이 직장 생활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삶은 고해다. 하지만 의미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고해다.) 마찬가지로 글쓰기가 술술 풀린 것도 그 시절의 호사였을 뿐이다. 수개월의 호사 덕분에 나는 『명랑인생』이란 책을 퇴고까지 거의 마치고 탈고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내일 출판사에 보내볼까, 하는 정도까지.

3.
원고는 출판사에 보내지지 못했다. 이튿 날, 하드디스크가 지워지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명데이터에서 이런저런 복구 시도를 했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복구 의뢰를 하고 최종 통보를 받기까지는 두 달이 걸렸고, 그 기간 동안 가졌던 지푸라기보다 가벼웠던 희망마저 내려놓아야 했다.

탈고 직전이었던 원고 뿐만 아니라 집필 중이던 여러 편의 원고와도, 나는 결별해야 했다. 결별은 힘겨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장 가슴 아팠던 실연의 경험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괴로운 날들을 보냈다. 2011년 1월 17일에 일어난 일이고, 그 한해 동안 나의 글쓰기 공장에도 가지 못했고, 날려 버린 원고들에 대해 다시 글을 쓸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블로그의 글이 내가 쓴 글의 전부였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언제나 책 원고를 조금씩 진전시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한번 썼던 거니까 다시 쓰면 속도가 빠르니 괜찮다고. 혹은 이것 역시 소중한 경험과 자산이 될 거라고. 그들보다 김영하의 단편 「내 사랑 십자 드라이버」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사람마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서로 다름을, 그것을 잃은 사람이 얼마나 추락할 수 있는지를 판타지 형식으로 보여준다.

4.
열 다섯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것 이후로 내 삶에 또 하나의 거대한 단절이 되어버린 그 일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세월의 도움이었다. 2011년 말, 나는 새해가 정말 새로운 해가 되기를 바랐다. 그저 달력의 연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다시 나의 글쓰기 삶에 변화가 있기를 소망했다. 한 해 동안 책쓰기를 조금도 진척시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싫었다. 

일년 단위로 해가 바뀐다는 사실은 소설의 새로운 장(章)이 시작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2011년이라는 장은 이제 끝을 맺어야 한다는 생각과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일은 내게 달린 일이라는 생각은 모두 내가 그 일을 극복하며 끌어올린 것이 아니다. 그저 세월이 지났고, 그 시간들이 나를 얼마간 치유했고, 다시 그런 세월을 보내기는 정말 싫었다.

5.
그래서 올해 초부터 책을 쓰고 있다. 턱하고 막힐 때도 있고 큰 과업이 주는 부담감 때문에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일정이 많았던 까닭 뒤에 회피하고 싶은 은밀한 마음이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책 출간에 도전하고 있다. 계약할 때의 원고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러니 매일매일 열심히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이런 상황을 두고 글쓰기의 힘겨움이라고 하는가 보다.

내게 힘을 주는 것은 직장인들이다. 쉽지만은 않은 직장생활을 매일매일 해내고 있는 그들의 삶에 비하면, 나는 너무 연약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 고단함이 느껴지는 직장생활이지만, 이것을 지속하는 것이야말로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위대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돈을 주니까 하는 일이지, 라고 치부할 수 없는 그 어떤 힘을 얻기 위해 테헤란로를 역동적으로 오가는 직장인들을 쳐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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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겨울자켓 하나 사세요." 며칠 전 와우연구원이 내게 한 말이다. 내겐 겨울용 자켓이 없다. 겨울 끝자락이 되어 겨울 옷 이월상품이 나오면 그걸 사서 내년 겨울에 입자, 라는 생각이었다. 두 개의 가을 자켓을 입고 다니며 겨울을 보냈고, 겨울자켓 구입을 차일피일 미루던 터에 저 말을 들은 것이다. 저런 말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뭔가 들켰다라는 느낌이 들어 쑥스럽기도 했다. 사실, 겨울 내내 장갑 한 번 끼지 않고 보냈으니(장갑 살 돈이 아까웠다), 옷을 사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

돈이 없어서 그런가? 그렇지는 않다. 돈을 안 벌고 있는 것도 아니다. (관리가 허술하여 돈이 술술 새긴 한다. 안 쓰고 있는 갤럭시탭, 보지도 않는 쿡TV 등등) 분명한 건 내가 휴지, 샴푸 등의 생활용품이나 의류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들으면, 저축을 꼬박꼬박 하고 있겠구만,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청승맞게 절약을 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싼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엄청나게(?) 사들이는 품목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예스24에서 책을 주문한 내역들이다. 맨 위에 있는 하나의 주문을 제외하면 모두 내가 읽고자 사들인 책들이다. 나도 놀랐다. 궁핍했던 이유를 발견해서 속시원하긴 했지만, 돈을 너무 썼다는 생각도 했다. 3월에는 나아지려나 했는데, 비슷했다. 두 번으로 구매 회수가 줄긴 했지만 11만원, 18만원치를 샀으니 하릴없다. 예스24에서만 책을 구매한 것도 아니다. 3개월 동안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약 25만원 그리고 교보문고에서도 7~8만원은 구매한 것 같다.

내 동생은 옷이나 액서사리에 큰 돈을 지불하는 편인데(그는 남자다), 과소비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치만 나도 과소비를 했다. 책이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솔직한 내 생각은 이렇다. 책도둑도 도둑이고, 책에 대한 소비가 지나치면 그것도 과소비다. 책 구입을 자제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더 이상 과소비를 하지 않기 위한 대책도 세웠다. 이미 집에는 평생 읽어도 못다 읽을 정도의 책이 쌓여가고 있으니.

2.
대책이란 별것 아니다. 1천 페이지를 읽거나 원고지 1백매를 채워야 3만원의 책을 구입하는 것이다. 대책의 주안점은 지식의 소비가 아닌 지적 생산물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자는 것이다. 읽은 만큼 쓰고, 배운 만큼 실천하자는 취지다. 3월 15일부터 유효한 나와의 약속이다. 이 약속을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여, 어제 왕창 내질렀다. 3개월만 갈 수 있으면 참 좋겠고, 6개월을 이어가는 게 목표다. 일년 즈음 실천한다면 나의 의지력에 감탄할 터인데... 글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3.
사실 요즘 책을 열심히 읽었다. 책 읽는 일은 즐겁다. 실천으로 이어가지 않고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된다면, 책읽기는 손쉬운 일이기도 하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존 쿳시의 『추락』과 같은 세계문학의 명저들을 읽을 때면,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강신주 선생이 쓴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으면서는 그가 단행본을 쓰는 일에 도가 텄다고 느꼈고, 이이의 『격몽요결』을 통해 내 삶의 뜻을 확고히 다지기도 했다. 위대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정리해가는 맛이 달콤한 『501 위대한 작가들』 읽기도 즐겁다.

문득,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책을 사고 열심히 책을 읽는가, 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답을 얻지 못했다면 종종 독서의 열정이 시들해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믿고 이해하고 체험한 나름의 답변이 있다. 그것을 또박또박 적어본다. 배.운.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과. 함.께.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동.이.다. 배움을 얻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게는 책을 통한 배움이 익숙하고 효과적이다. 내가 책을 사고 읽는 이유다. 물론, 책읽기는 즐겁다는 원초적 이유는 기본이다.

"먼 옛날, 아리스토텔레스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은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배우고 싶어한다. 이런 욕망이 현재의 우리를 있게 했고, 우리를 주변의 다른 동물들과 구분 짓는 요인이다. 또한 이런 욕망이 우리에게 큰 행복감을 안겨 준다. 이 세상과 과거의 역사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또 우주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고 우주를 지배하는 규칙을 발견하기 위해 기울이는 행동이야말로 인간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다." - 마이클 더다, 저명한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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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1.
독서강연을 시작하며 양해를 구했다. 급하신 일이 아니시면 20분 늦게 끝마쳐도 괜찮으시냐고. 이왕 오신 김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그리고 덧붙였다. 저는 청중의 반응을 영민하게 알아차리는 편이라 여러분들이 강연을 시원찮다고 생각하시면 제가 알아서 정시에 마치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에 띌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2.
강연은 양해를 구한 대로 예정된 시각보다 20분을 더하여 9시 50분에 끝났다. 한 두 분이 강연장을 빠져나가셨다. 그리고 뜻밖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자리에 앉아계신 열 두 분이 번갈아가며 내게 질문을 하셨고, 나는 질문들에 정성껏 답변 드렸다. 다행하게도(^^) 내가 답변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질문하셨다.

강연 때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를테면 통합적인 사유의 중요성과 방법론, 역사 공부의 가치, 독서노트 작성과 독서시간의 균형 맞추기, 책을 끝까지 읽으려는 강박관념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 활발한 질문을 통해 청중들이 강연을 열심히 들으셨음을 알 수 있었다. 강연장을 나와야 하는 10시 30분까지 질문들이 이어졌다. 강사로서 행복했다.

3.
질문은, 5분만 시간을 내어줄 수 없냐고 정중하게 묻는 남성 분과 근처의 카페에서 계속 이어졌다. 그는 유명가구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독서경영 전문가를 꿈꾸었다. 열정은 뜨거웠고 태도는 정중했다. 꿈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했다. 꿈을 이루기를 기원드리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했고 응원이 될 만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의 답변보다는 그 늦은 시간에 차 한 잔의 시간을 요청한 용기가 그의 삶을 바꾸어 놓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4.
독서경영전문가와 헤어진 시간은 11시였다. 7시에 시작되어 9시 30분에 종료하기로 예정된 강연이었다. 이 정도로 많은 질문을 받게 될지는 몰랐다. 40분 동안의 질의 응답과 30분의 짧은 미팅은 내게 뜻밖의 시간이었고,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다. '뜻밖'이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친한 친구처럼 기분이 좋았다.

'뜻밖'은 전혀 생각이나 예상을 하지 못함을 말한다.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혹은 당혹스럽게 만들 만한 단어다. 말 그대로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선사해 주는 단어다. 새로운 불행 혹은 새로운 행복. 하지만 우리는 '뜻밖'이라는 단어보다 큰 존재다. 불행이 다가오더라도 능히 넘어설 수 있고, 행복이 다가오더라도 그것에 취해 방종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아무리 논리가 멋져도 뻔한 것에는 논리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서늘한 공기가 나왔다. 냉장고 안에는 차가운 공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논리의 결함이 없지만, 이를 두고 논리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당연하니까. 뜻밖의 주장인데도 논리가 뒤따라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 논리적이다고 말한다. 멋진 논리는 '뜻밖'의 주장에서 탄생하는 법이다.

5.
'뜻밖'의 일도 내 인생이다. 뜻밖의 좋은 일이 일어나면 인생의 관대함에 감사해야겠다. 혹 내가 관대함을 얻을 만한 일을 했다면, 그것을 자주 반복할 것이다. 뜻밖의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겠다. 나의 어떤 불찰이나 나쁜 마음이 공모했을지도 모르니, 그것을 파악하여 내게서 끊어낼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어제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라 기분이 좋다. 이제 다시 빠져들 시간이다. 오늘이라는 현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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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영하 제.대.로. 읽기를 시작했다. 2010년 쏠비치에서의 여유로운 휴가는 김영하 소설로 인해 풍성했다. 아니, 그의 소설이 준 감탄만 떠오를 정도다. 「크리스마스 캐럴」, 「보물선」,「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등 나를 열광케 한 작품들.

2.
내게 있어 제대로 읽기란, 차분한 전작주의자가 되는 것을 뜻한다. 흥분했으니 차분해져야 한다. 그래야 서두름에서 오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을 마구 읽어대는 남독 습관을 제어하여 나름의 순서대로 생각하며 읽어나가려면 차분함이 필요하다.

그의 전작을 읽되, 마음에 꽂히는 순서가 아니라 출간된 순서대로 읽기로 했다. 사실 그가 작품을 썼던 순서대로 읽고 싶지만 단편의 경우는 하나의 작품집으로 묶여 출간되기에 단편 하나하나를 언제 썼는지 알기 어렵다. 단행본의 출간순서로 읽을 수 밖에 없다.

'김영하 제대로 읽기'는 열광케 한 작가에 대한 예의,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감탄하고 싶고, 그의 작품을 통해 사유하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몇 달이 걸리더라도 나의 시간을 주고서 대신 그의 표현력, 상상력, 통찰력을 얻어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탐심이다. 김영하의 소설들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아니, 넘쳐난다.


3.
김영하는 1995년 계간지 『리뷰』에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여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김영하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린 그의 첫 단편은 「호출」을 표제작으로 한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다.) 2012년 3월까지 그가 쓴 소설은 단행본으로 10권이다. 단편집 4권과 장편소설 6권.

1996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7 「호출」
1999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2001 『아랑은 왜』
2003 『검은꽃』
2006 『빛의 제국』
2007 「오빠가 돌아왔다」
2007 『퀴즈쇼』
2010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2012 『너의 목소리가 들려』

4.
어젯밤, 그의 데뷔작 「거울에 대한 명상」을 읽었다. 그도 작가 생활을 하며 더욱 성장했을 테니 데뷔작은 신인의 어설픈 구석이 있겠지. 이것이 책을 읽기 전 나의 기대성과(?)였다. 나도 열심히 쓰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지, 하는 어떤 희망을 그의 데뷔작에서 찾아보고 싶은 속셈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기대성과는 빗나갔다. 박살났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단편의 어느 대목도 어설프지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저 감탄할 뿐이었고 이러니 당선되었구나, 하는 수긍만 할 뿐이었다. 내 속셈도 좌절되었다. 김영하는 그냥 신인이 아니라, 초대형 신인이었다. (민망하다. 내가 대한민국 작가를 얼마나 안다고... 이런 표현을 쓴단 말인가! 또 우습다. 그렇다면 외국 작가는 제대로 알고 있긴 한건지... 하하.)

5.
「거울에 대한 명상」은 성(姓)적인 장면이 많아 흡입력 있게 읽다보면(나는 남자다), 소설의 묵직한 주제를 만나게 된다. 소설은 나르시시즘을 다룬다. 물에 비친 자기를 사랑했던 나르키소스에서 파생된 단어 나르시시즘(자기애). 이야기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루는 김영하의 역량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단편이었다. 

"본래 형 같은 자아도취형 인간들은 섹스를 못하는 법이래요. 피곤한 스타일이죠. 그들은 섹스에 몰입하지 않고 사정하는 순간까지도 이,미,지, 를 고민하죠. 그러면서 쉬지 않고 물어보죠. 좋아? 그러면서 자신은 배려,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거죠. 차라리 자위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인간들이 창녀에게 가면 갑자기 휴머니스트가 되죠. 몇살이냐, 힘들지 않느냐, 고향이 어디냐......" -「거울에 대한 명상」속 한 구절
(이해할 듯 하면서도 정말 그럴까, 싶은 말이다. 답변해 줄 만한 그에게 물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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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부터 서둘러야 했다. 먼 곳에서 강연이 있는 날이었다. 용산역으로, 전라도 광주역으로, 다시 전남대학교로 이동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이런 강연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있을 텐데...' 다행스러운 것은 이동하는 열차는 좋은 업무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KTX 안에서 글을 쓰려던 계획이었지만, 교육 담당자가 새로운 주제의 강연을 부탁했기에 슬라이드의 구성을 살펴보는 데에 시간을 쏟아야 했다.

두 번의 강연은 잘 마쳤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고 슬쩍 훑어본 피드백도 만족스러웠다. 교육 담당자와의 저녁 식사 후 숙소로 돌아온 지금은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 또 하루가 지난 셈이다. 글을 쓰지 못한 채 지나가는 시간들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여간다. 쌓인 것들이 많아지면 조바심이 된다. 꿈을 향하여 노력한 시간들이 그저 흘러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2.
나는 알고 있다. 일정이 없는 날이라고 해서 글쓰기 진도가 척척 나가는 것은 아님을. 산만하게 이런저런 일에 조금씩 시간을 주다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기 십상이고, 글을 쓰기 위한 마음가짐에 신경쓰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생각한 대로 나의 몸을 컨트롤하지 못함을 보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글 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나의 글쓰기가 힘차게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환경 탓만이 아님은 분명하다.

기묘하고 불쾌한 일이다. 그토록 고대했던 일정 없는 날을 맞았으면서도 뜻하는 대로 하루를 보내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마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얼른 헤어지고 싶고, 홀로 있으면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역설적인 감정처럼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 글쓰기 특히 출간을 위한 쓰기는 홀로있음과 함께있음의 조화를 맞춰가는 일보다 어렵다. 일정이 바쁘면 일정 탓을 하고, 겨우 시간을 만들어 내면 준비 부족을 염려하느라 쓰지 못한다.  

3.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하고 있다"는 말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글쓰기에 관해서라면, 직장 생활을 하느라 글쓰기를 못한다는 말이 하나의 예가 될 텐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직장을 다니지 않는 상황이 되어도 글쓰기에 매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진정으로 열망이 크고 간절하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하는 바를 조금씩이라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쁘다, 바쁘다를 연발하면서도 카톡이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거나 지인이 찾아오면 30분 정도의 시간을 내어 수다를 나누는 직장인들을 신기하게 여기곤 했다. 지금은 신기하지 않다. 나도 그러고 있으니.

둘째, 직장 생활이라는 상황이 어떤 제약을 준다면, 하루 온종일의 시간 역시 어떤 제약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상황은 나름의 묘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시간이 넉넉할 때가 되면 한 시간 후로, 혹은 오후로, 심지어 내일로 미룰 수 있다. 또한 집중력이 부족하여 자신의 일에 오랜 시간 몰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모처럼만의 여유 시간에는 정작 그저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 낮잠이나 자고 싶기도 하다.

4.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도 있다. 회사에 가지 않는 휴일이라도 일주일 내내 아이를 돌보느라 수고한 아내의 역할을 잠깐이라도 대신해야 하고, 가족들을 위해 외식이나 나들이를 떠나기도 해야 한다. 자기실현의 여정에서의 차원에서 보면, 중요한의 역할 완수는 직장 생활 못지 않은 커다란 장애물이다. 하지만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가치는 자기실현만이 아니다. 소중한 사람들의 삶을 섬기는 이타주의 역시 아름다운 가치다. 

5.
꿈을 실현하고 싶다면,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변명을 내려놓고 매일 조금씩 실천해야 한다. 실천으로 이어가지 않는 다짐을 거듭하는 것은 무슨 의미란 말인가! 지금 당장 시간을 투자하고 몸을 일으켜 실제로 행동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피곤해서 못한다면 꿈도 우리를 위한 전진을 포기할 것이다. 

지금 당장,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무조건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학생의 신분이 아니라면, 생계를 위한 일을 그만두고 꿈을 위해서만 매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상황은 항상 여의치 않고, 누구에게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체력은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강화할 수 있다.

6.
작가를 꿈꾼다면,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오늘 당장 습작을 시작해야 한다.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앤서니 트롤로프처럼 자신만의 규율을 세우고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 그는 "규칙적으로 하루에 7페이지씩, 한 주에 정확히 49페이지의 원고를 작성했다고 한다. 아침에 소설 하나를 완성했어도 새 종이 위에 다음 책의 제목을 적고 하루 양을 다 채울 때까지 쉴새 없이 써내려 갔다."

트롤로프에게 시간이 많아서 가능한 일은 아니였다. 작가가 되려는 노력은 우체국에 근무하면서 진행되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게는 온전히 출판사에 보여줄 만한 글만 쓸 수 있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나는 우체국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들을 써야 했다. 즐겁게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다면 나는 얼마든지 게을렀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소설가라는 두 번째 직업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몇 가지 규칙들을 세워 기꺼이 나 자신을 속박시켰다."

7.
규율은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규율을 날마다 훈련해야 한다. 비전가들에게 열정이 중요하듯, 훈련의 터널을 통과하는 일도 중요하다. 훈련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하기 싫은 일까지도 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터널은 어둡고 생각했던 것보다 길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터널은 반드시 끝난다. 그곳에는 빛이 있다. 그리고 필요한 훈련을 묵묵히 해냈던 과정이야말로 지름길임을 발견할 것이다. 

새로운 직업을 꿈꾼다면, 바로 지금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상황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상황 때문에 시작하지 못한다는 말은 상황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말에 불과하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키워야 한다. 상황의 희생자가 아니라, 상황을 뛰어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을 탓하지 않고, 자기 인생을 주도하는 자들이 꿈을 실현할 것이다. 특정한 상황은 우리의 실천을 돕기도 하지만, 자신의 열정과 의지로 불리한 상황도 뛰어넘는 이들이 꿈을 실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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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핸드폰을 켰다. 가장 먼저 떠오른 글, "제 특기가 뭘까요?" 회사 지원에 필요한 이력서를 쓰던 지인의 문자메시지였다. 응시원서의 '특기'라고 쓰인 공란에 퍽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그의 특기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내가 답한다는 게 아이러니했지만, "그걸 제가 어찌 알까요?"라고 보낼 수도 없어.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약간의 지식을 짜내어 회신을 보냈다. "사회 보는 일(진행)과 연기가 아닐까요?"

답변이 바로 날아왔다. "그걸 특기라고 하긴 좀 그래요. 특기까지는 아닌 듯 해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매우 높은 기준을 가진 그다.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기 일쑤인 사람. 나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 "기준을 낮추세요. 충분히 특기가 될 만합니다." 회신이 왔다. 결정타였다. "그건 제가 못 할 때도 있는데.. 선생님,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만족할 만큼의 결과가 있어야 특기 아닌가요?" 나는 짧게 답변했다.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2.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하지 못할까봐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잊지 말아야 할 명제다. 완벽함에 집착하게 된 것은 누군가가 당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말을 그대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믿지 말아야 한다.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대개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판단은 대개 균형을 잃는다. 잘할 때에는 가만히 있다가도 작은 실수를 하면 가혹한 피드백을 한다.

완벽함에 집착하는 것이 나쁘다. 완벽해야 한다는 기준을 가진 사람들은 잘못할 때마다 자신을 비하하고 다른 사람들을 혹독하게 판단한다. 잘못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민감해지고 사람들을 칭찬하는 법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기비하나 죄의식에 시달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거듭 실망한다. 거듭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다. 자신을 향해서도 다른 사람들을 향한 기대도 완벽함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 가능한 것 이상을 기대하면 모두 힘들어진다.

3.
그는 연극 무대에 선 적이 많다. 연기를 잘 하는 축에 속하여 독립영화 출연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그 영화에 출연을 했다. 영화 제작과 스크린 상영은 다른 문제여서 (독립영화의 경우 더욱 그렇다) 스크린에서 그를 보지는 못했지만, 회사 이력서 특기란에 쓰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헐리우드 영화 캐스팅에 내기에는 아직 불충분하겠지만. 사회를 보는 일 역시, 지난 해에 행사 진행을 추천 받아 훌륭히 소화해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일을 해내기에 충분하면 그만이다. 모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강연을 맡게 될 때의 일이다. 무려 1,500명이나 모인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큰 행사였다. 내가 초보 강사일 때 그 강연을 하게 되지 않은 게 축복이었다. 그랬더라면, '아직 나는 완벽하지 않은데' 라는 생각에 벌벌 떠느라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행하게도 그 때는 이미 수 백회의 강연 경력이 있던 터라,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한 때 대학생이었고, 20대를 열심히 보내기도 했고, 나는 이미 여러 번의 강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지.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오늘 강연을 진행하기에는 충분해.'

대강당은 무대부터가 굉장히 컸고, 조명은 청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무대나 청중의 규모가 나를 압도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잘 해냈다. 연단에 오르기 전에는 가볍게 악수하던 담당자도 강연 후에는 깍듯하게 인사를 해 왔다. 그날 강연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충분했다. 충분하다는 말은 부족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을 해내기에 충분하다는 뜻일 뿐이다.

4.
인생은 부족한 것들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사랑은 완벽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애정과 관심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완벽을 찾으면 헛탕칠 것이다. 헛탕 정도에 그치지 않을 때도 많을 것이다. 자신감 저하와 불필요한 실망감으로 점점 더 우울해질 것이다. 자신이 왜소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게 실망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란 매우 힘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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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학생 리노의 인생수업 이야기. "삶은 여행이고 실천이 곧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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