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3 2

예술을 ‘살아낸’ 자코메티

- 자코메티 전시회를 다녀와서 (1/3) 1. 전시장에 들어서면 브레송이 찍은 사진 한 장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가 연보를 만난다. 비 오는 날 자코메티가 코트를 머리까지 올려 쓴 채로 걷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브레송답게 그야말로 '결정적 순간'을 찍은 사진이었다.) 내리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행을 시작한 자코메티! 다른 행인은 없었다. 약간의 쓸쓸함, 왠지 모를 처연함, 왜 우산이 없을까 하는 궁금함... 그리고 걸어가는 자코메티! 2. 작가 연보에서부터 감동했다. 1926년 자코메티는 자신의 작업실에 정착했다. 연보는 이후 20년을 소개하지 않았다. 곧바로 1946년으로 갔다. 길고 날씬한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조했다는 1946년으로! 20년 동안 이어졌을 작업실에서의 수련이 파노라마처럼 ..

상실의 방을 명랑하게

선생님은 벚꽃이 피고지던 무렵 떠나셨습니다. 5년 전 오늘입니다. 존경하던 분이라 여전히 마음 한켠엔 그리움과 아린 슬픔이 있네요. 오늘은 지난 기일들과는 달리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로 하루가 훌쩍 지났습니다. 오늘을 잊은 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저 바쁘게 보냈습니다. 수원으로 강연을 다녀왔고 저녁엔 사람들을 만났죠. 반쯤은 의도한 일정이었네요. 아직은 '상실'이라는 아픔을 직면하기가 두려워던 겁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선생님의 책 한 장을 읽지 않고 사진 한 번 바라보지 않고 보낸 하루를 후회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네요. '오늘 하루를 아침부터 다시 산다면 선생님이 잠드신 곳으로 찾아뵐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