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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어젯밤 씻지 못하고 잠들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빨 만이라도 닦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어쩔 수 없었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즈음 나는 꽤 피곤했다. 아마도 어젯 밤에 진행했던 <1인 기업가 대담회>가 참가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참가비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위로가 되었다.

2.
대담회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준비했다. 1인기업가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론)과 '시도해 볼 만한 도구'(실천). 사전 질문에 기반하여 이론 파트를 준비했고, 유용할 거라고 생각되는 실천 도구들을 몇 가지 개발하려고 애를 써 두었다. 시간 조율만 잘 해냈더라면 괜찮은 시간이 되었겠지만, 실천 도구를 설명할 때에는 이미 예정된 종료 시간이 되어 있었다. 결국 나는, 이론 : 실천 = 7 : 3 정도의 균형 잡힌 대담회를 진행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

3.
이런 결과를, 나는 대담회 시작 즈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담회 시작회를 이런 말로 열었으니까. "오늘 이 시간이 즐겁고 여러분에게도 유익하다면, 오늘은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2차 대담회를 진행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를 다루면 좋겠습니다." 7 : 3의 비율을 꿈꾸었지만, 오늘은 이론만 다루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었던 것이다.

마음 속에 은근히 품었던 생각들도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 문장을 쓰자마자, 나는 의지가 흔들릴 만큼 몸서리를 쳤다. 생각의 힘이 섬뜩할 정도로 강력하게 다가온다. 물론 입 밖으로 내었던 영향도 있겠지만, 말의 근원은 마음 속의 생각이었다. 범죄도 마음 속의 어두운 생각이 현실 속에서 적절한 기회를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4.
완벽주의자는 자주 지친다. 가혹한 기준 앞에 자신을 세우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과한 기준이라 생각될 테지만, 비현실적인 기준을 세운 것은 결국 본인이다. 그들은 좀처럼 타인을 칭찬하는 법이 없다. 자신의 기준을 통과하는 이들이 매우 드물기에 당연한 귀결이다. 완벽주의자는 실패를 두려워 하고 결과를 지향하면서 최고가 되려고 애쓴다. 탁월한 사람은 성공을 기대하고 과정 지향적이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완벽주의의 모든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패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 그들의 비현실적인 생각들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 탁월함을 향해 노력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행해온 노력 덕분인지 완벽주의로 인해 지치는 일은 거의 없고, 다른 사람들을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하지만 여전히 완벽함의 추구 대신 탁월함과 온전함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정교하게 배울 필요가 있다.

5.
다행스러운 사실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거나 나에 대한 평가를 좋게 만들려고 나를 꾸미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외부 세계가 나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의 깊은 안정감을 소유하지는 못했지만, 외부 세계에 휘둘리는 정도는 아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완벽주의로 나 스스로를 몰아세울 때에도 내게 숨쉴 공간이 되어 준다.

6.
나의 관심, 나의 문제에만 함몰되지 않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여전히 이기적인 나지만, 종종 선한 의지를 발휘하여 이기적 본성을 이겨내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완벽주의로 타인을 질타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일들로 나를 괴롭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비결은 타인과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항상 나만 들여다보면(그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더라도) 오히려 나의 문제 속에 휘말릴 때가 많다.

7.
오늘은 수많은 날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모든 하루는 특별하다. 어떤 하루도 지나가고 나서 다시 돌아오는 법은 없다. 내일이면 똑같은 24시간이 주어지는 듯 하지만, 날짜가 바뀐 24시간이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듯, 우리는 같은 시간을 두 번 살 수 없다. 오늘을 눈부신 하루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자기경영의 정수다. 잘 보내는 오늘이 쌓이면 멋진 인생이 된다. 오늘을 힘차게 아름답게 자유롭게 살고 싶은 까닭이다.

'오늘'은 특정일이 아니다. 날마다 맞이하는 그 날이다.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산다.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오늘이라는 선물을 앗아가는 2인조 강도다." 내가 주문을 외우듯 자주 떠올리는 말이다. 글을 쓰는 지금은 이를 닦은 이후고, 대담회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냈으며, 완벽주의에 빠지려는 나를 관찰하여 구원해 내었다. 이 모든 것은 현재에 집중하여 오늘을 잘 살기 위한 노력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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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재구성, 삶을 새롭게 창조하는 출발점
- 에릭 부스의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을 읽고

1.
그는 구도자가 될 운명이었나 보다.
인생을 이해하고 지혜를 구하고자 오대산 속으로 들어갔다. 
산 속에서 정각 9시 취침과 새벽 4시 기상을 기본 생활 수칙으로 여기며
미숫가루와 신선한 채소로만 식사를 해결했다. 
겨울엔 아궁이에 불도 때지 않고 냉방에서 생활하며 심신을 단련시켰다. 
단전호흡을 하고 매일 100리 길을 산책하며 구도자처럼 살았다.
20년 세월을 보내니, 그를 지칭하는 말들이 생겨났다. 
오대산의 현인이라 불리는 박해조 선생의 이야기다.

박해조 선생의 지혜는 한없이 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가 쓴 책을 쉬이 권하기는 힘들다.
난해하기보다는 내용과 표현이 생경해서 독자들마다 호불호가 분명할 테니까.
아마도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팔렸을 텐데, 나도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다.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은 즐겁게 풀어야 할 ‘놀이’에 불과하다고, 책은 말한다.
요컨대, 인생살이는 3가지의 놀이다. 의식주 놀이, 만남 놀이 그리고 문제해결 놀이.
나는 글에서도, 강연에서도 박해조 선생의 놀이 비유를 소개하곤 했다.
사명완수 놀이를 덧붙이며, 나는 인생을 4가지의 놀이로 생각한다고.


『천국을 낭비하는 사람들』은 '삶은 3가지의 놀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수 있으면 살아가는 태도와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많은 구루들이 관점 전환의 중요성과 노하우를 다룬 까닭이다. 
구루들마다 관점 전환을 조금씩 다른 명칭으로 불렀지만, 핵심은 하나다. 
관점을 바꾸면 하는 행동이 달라지고, 하는 행동이 달라지면 얻는 결과가 달라진다! 

2.
찰스 핸디와 톰 피터스는 경영학의 구루들이다.  
그들 모두 관점 전환의 중요성을 재구성 Re-framing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찰스 핸디는 『비이성의 시대』에서
"관점을 전환하는 재구성(Re-frame)은 사물, 문제, 상황, 사람 등을
다른 방식으로 보고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정면이 아니라 옆에서 보거나 앞뒤를 바꾸어서 바라보기, 
다른 배경이나 맥락 속에 놓아보기, 문제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하기,
대재앙이 아니라 가벼운 딸국질로 간주하기" 등이 그 예다.
재구성의 달인이 되려면 "기존의 방식에는 '왜지?'라고 되묻고,
재구성 작업으로 얻은 대안에 대해서는 '안 될 게 뭐야?'라고 묻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렇게 묻기만 해도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톰 피터스 역시 『The Project 50』[각주:1] 에서 이렇게 썼다.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재구성이다.
모든 업무를 차이를 만들어내는 일로 바꾸는 일이다!"
책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와우 프로젝트의 세계는 이 하나의 단어를 기초로 한다. 재구성(Re-frame)!"

스티븐 코비는 과학철학자 토마스 쿤이 처음 사용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으로
보는 관점을 설명했고 관점 전환(
패러다임 시프트 paradigm shif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구성을 뜻할 법한 용어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Re-imagine이다. 
Re-frame 이란 단어가 보편적이지만, 관점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이 
창의력과 상상력이란 점에서 나는 Re-imagining이 더 좋다.

Re-imagine은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의 원제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사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개념으로 웹에는 종종 등장한다.)

3.
박해조 선생은 삶의 관점을 전환하라는 말을 비유와 이야기로 풀어냈고
찰스 핸디는 학습 과정에서 재구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론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톰 피터스는 선동가답게 재구성으로 독자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톰은 재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다음과 같은 행동법칙을 적어 놓았다.

(1) 현재 프로젝트를 한 페이지로 설명하라. 
명함철을 뒤적여 3~4명의 멋진 사람들에게 그것을 보내라.
재구성을 위해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2) 가장 멋진 사람과 48시간 이내로 약속을 잡아라.
프로젝트의 전권을 그에게 넘긴다면 어떻게 재구성할지 물어보라.  


4.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이하『일상 예술』)의 핵심 아이디어도 재구성이다. 
저자 에릭 부스는 '예술'을 도구로 가져와
삶에 대한 재구성을 시도한다.

"섹스를 다른 사람에게 대신 부탁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예술을 전문가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무척 클 뿐만 아니라
개인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예술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이 책의 목적은 매혹적인 것들과 끝없이 교감하는
우리의 타고난 예술적 권리를 되찾는 데 있다."


책이 지향하는 곳은 예술의 일상화가 아니라 일상의 예술화다.
다시 말하자면, 예술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거나 예술 입문을 권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예술처럼 살라고, 특히 예술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우라고 말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그 결과물이 아름다운 그것이 곧 예술이다.
인간이 빚어내는 예술의 스펙트럼에서 우리의 일상이 한쪽 끝을 차지한다면
걸작이라고 평가되는 예술은 또 다른 한쪽 끝을 차지한다.
예컨대 신혼부부가 추수감사절을 맞아 정성스럽게 차린 저녁 식탁이 한쪽 끝을 차지한다면
다른 쪽 끝에는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있다."


책의 제목에도, 본문에도 줄곧 예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삶 자체가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고
하루를 경영하는 것이야말로 훌륭한 예술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술은 삶의 관점을 재구성하여 새로운 일상을 창조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삶의 순간마다 의미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다.

5. 
"예술이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값비싼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예술은 '짜맞추다'라는 동사로서 결과가 이나라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예술이란 일련의 경험이나 실험처럼
무엇인가를 관찰해서 얻어내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


예술이 어떠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책의 아이디어는 너무 비약적인 것이 되지만

예술의 어원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임에 주목하면 이 책은 인생경영의 잠언집이 된다. 

6. 
그렇다면 예술 행위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정확히 답하는 것이 책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저자에 따르면, 예술 행위는 3가지다. 세상 만들기, 세상 탐구하기, 세상 읽기.
세상 만들기는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는 행위다. 
세상 탐구하기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는 행위다. (호기심, 사랑, 감정이입이 중요하다.)
세상 읽기는 평범한 부분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는 행위다. 
창조하고 배우고 의미를 찾아내려는 모든 노력이 예술 행위라는 말이다.

삶의 경영에 예술 행위의 과정을 도입하라는
책의 핵심 아이디어가 아주 매혹적인데도, 책을 이해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3가지의 예술 행위를 명쾌하게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들고 배우고 의미 찾기를 각각 세상 만들기, 탐구하기, 읽기라는 비유로 전환한 것과
거기서 다시 비유로 사용한 개념(세상)을 설명하다 보니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3가지의 예술 행위에 대해서는 '3장 : 일상 창조의 조건'에서 자세히 기술된다.

7.
책은 4개의 챕터로 나뉜다. 
다시 소주제로 구분되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챕터 구분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Chapter one. 책의 메인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예술의 본질은 결과(작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행위)에 있다.

Chapter two. 결과물(예술 작품)이 아니라, 걸작이 탄생하는 과정(예술 행위)을 소개했다.

걸작 탄생의 원천 5가지로 열망, 관찰, 비유, 재구성, 참여를 들었다.
당연히 나와야 할 내용이고 모두 예술 행위의 중요한 재료들이다.


Chapter three. 세상 만들기/ 탐구하기/ 읽기, 라는 예술 행위를 파고든 장이다.
책의 핵심 주제는 '예술 행위'를 구체적으로 다루었기에 중요한 내용이다.
나는 2장과 3장의 순서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Chapter four. 예술 행위를 시작하기 위한 조언 등의 실제적인 문제를 다룬 장이다.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정신을 소개하며 열망과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의 구조는 안정적이나 챕터의 내용이 어색하여
다른 챕터로 옮기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었고, (아마추어 정신)

챕터의 순서에 대하여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목차를 보고 있으면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되니, 괜찮은 구조다.


8.
책을 읽다가 자주 톰 피터스를 떠올렸다. 
재구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가장 먼저 깨달음을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시드니 코퍼레이션의 필 다니엘스의 말을 들려 주며
내가 성공과 실패의 개념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뛰어난 실패에 상을 주어라. 그저 그런 성공에는 벌을 주어라."
(Reward excellent failures. Punish mediocre successes.)


『The Project 50』책의 여백에는 2002년 9월에 써 둔 메모도 있었다.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주어진 프로젝트의 팀장이 되었다.
또 하나의 그저 그런 성공을 거부하자.
주어진 임무를 재구성하여 영원히 기억될 프로젝트로 만들자.
실패하더라도 뛰어난 실패가 되게 하자."


2008년에는 톰 피터스의 영향이 컸음을 보여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예술 작품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이나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몽골의 초원과 하늘만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고객에게 보내는 한 통의 이메일이 아름답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는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름답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진정 내 삶이 아름답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디에 있는가?
아름다움은 예술과 자연의 영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에도, 나의 일에도 아름다움을 조각할 수 있다."


9.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그리고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을 읽다 보니
언젠가부터 내가 재구성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음을
또한 어느 정도는 재구성에 성공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적도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예술』을 일독한 것은 도움이 됐다.
재구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할 수 있었으며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거나 배움을 더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다. 
『일상 예술』이 재구성 그 이상을 다뤄준 덕분이다.


예술가처럼 살아가라는 관점을 제대로 설득했을 뿐만 아니라, (재구성)
예술이 이뤄지는 과정(예술 행위)을 보여줌으로 재구성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게다가 예술 행위의 원천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고
아마추어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뤄주었다.

보상을 바라지 않기에 더욱 순수한 열망으로 몰입할 줄 아는
아마추어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며 나의 열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도 가졌다.

아마추어의 열의를 지니지 않고 탁월한 프로페셔널이 될 수 없음도 상기했다.

10.
첼리스트 요요마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은 우리의 삶 자체"다.

『일상 예술』을 읽은 이가 시도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일상 예술가가 되어 날마다 예술을 행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예술 행위에 몰입할 것이다.
의미 있는 것을 창조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평범한 일상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면서.

내 삶이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꿈꾸고 도전하고 실천하고 싶다.
2
008년에 썼던 나의 글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자, 이제 일하러 가자. 일감바구니를 뒤적여보자.
한 가지 업무를 꺼내 Beautiful하게 만들 방안을 생각해 보자.
필요한 것은 재능과 최고의 지식이 아님을 명심하고 시도하자.
집중력을 발휘하고 상상력을 덧입혀 업무의 개념을 재창조하자.
나는 평범한 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고객서비스를 하는 것이고
고객을 ‘열광하는 팬’으로 만드는 유혹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조각하는 것이다.
나는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의 변화를 돕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일을 하는 회사원이 아니라,
하루를 멋지게 사는 비결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일상 예술가다.

Wow를 조각하는 예술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
  1. 『The Project 50』는 2002년에 출간된 『와우프로젝트 1, 2, 3』중에 두 번째 책인데 절판되었음. 2011년에 세 권을 합본하여 『와우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음. (21세기북스) [본문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보보

1.
휴일 오후, 양평 서재의 책장을 정리했다. 책장 정리는 즐겁다. 읽고 싶은 책을 꿈꾸는 시간이고, 읽은 책을 확인하며 되새기는 시간이기에 그렇다. 책기둥을 살피다가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발견했다. '어? 밀란 쿤데라의 책이 여기에 있었구나.' 별 일 아닌데, 반가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말고도 한 권 더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랐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글자로는 같은 제목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의 단어라는 사실은, 책 뒤표지의 글귀를 통해서야 알았다. 쿤데라의 '향수'는 Perfume이 아니라, Nostalgia이었다. 파트리크의 『향수』는 읽었으니, 언젠가 밀란 군데라의 『향수』도 읽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뒤표지의 글을 읽었다.


"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이다. 괴로움은 '알고스'이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탤지어' 즉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생긴 괴로움이다. 향수는 무지(ignorance)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나타난다.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무엇이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 잃어버린 유년기 또는 첫사랑에 대한 욕망."

잡힐 듯하지만 잡히지 않는 안개 같은 글귀였다. 이해될 듯 하면서도 아리송한 느낌. '밀란 쿤데라'라는 이름이 반가워 『향수』를 뽑아 들고 책장을 드르르륵 넘겨 보다가, 깜짝 놀랐다. 책의 곳곳에 밑줄이 그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순 없었다. 군데군데 쓰인 메모는 내 필체가 분명했으니까.

2.
분명히 읽었는데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책이 있다는 사실은 상쾌한 충격이다. 읽은 책을 꽤 잘 기억하는 편이지만,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게 기분도 좋다. 삶의 어떤 진실을 만난 느낌이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를 모두 기억할 수 없다는. 그리고 읽은 책의 내용은커녕 책의 목록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는.

3.
얼마 전, 비전과 목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사의 강연을 들었다. 긴 강연이 끝나고 자신의 이야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사의 사례도 30분 가까이 진행되었다. 강사는 열정적이었고, 명석했다. 많은 도전을 감행했고, 하나의 도전이 성공에 이르지 못할 때에는 다시 시도할 만큼 자신감과 열의가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후,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그를 만든 힘은 비전과 목표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기지식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도 거침없이 도전하는 하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이다.'

그가 비전과 목표를 신중하게 세우기도 했다. 그가 20대 중반에 작성한, 무려 6페이지에 달하는 인생 로드맵은 감동적이었다. 로드맵은 그의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의 성공요인을 모두 설명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

비전에 대해 공부하고 나면 자기 삶을 들여다 보며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내 삶에도 비전이 큰 역할을 해 주었군.' 하지만 그가 실행력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실행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어떤 주제를 인식하고 나서야 그것의 유용성을 깨닫게 된다. 그날 만난 강사는 아직까지 비전과 목표에 대한 책만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4. 
우리가 무엇 덕분에 성공하고 성장했는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책, 어떤 만남, 어떤 사건이 우리를 크게 도왔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결정적인 도움이었음에도 우리가 그것을 잊었을 수도 있다. 『향수』를 읽었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나처럼 말이다.

5.
기둥 사이에서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를 본 순간, 나는 옛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무엇 때문에 힘겨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을 읽었을 당시의 나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찾고 있었다. 아래와 같은 구절에 밑줄을 쳐 둔 것을 보니 희망과 꿈을 찾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시련이 크고 고통이 심하더라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 어떤 것에도 질 필요가 없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 당신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삶은 아름다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의 시련을 기회로, 비극을 승리로, 상처를 행복으로, 분노를 봉사로,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20대 초반, 나는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말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밑줄을 그었는지, 당시의 내가 어떤 힘겨움에 허덕거리고 있었기에 감동이 되어 그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내가 20대 초반부터, 위로를 안겨다 주는 책,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책,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용서하도록 도와주는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는가』,『눈물이 나도록 용서하라』,『부서진 영혼을 고치는 공구상자』,『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을 읽었으니 말이다. 어떤 책은 끝까지 읽어냈고, 어떤 책은 중간 정도까지만 밑줄 그어진 것도 있었다. 어떤 페이지에는 긴 메모가 있었다. 메모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모든 힘듦을 이겨내고 다시 결심하자."

6.
자신이 읽어 온 책들을 살펴보면, 그간의 지적 성장과 자기 영혼에 일어났던 일들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예전보다 영혼의 힘이 강해졌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강인한 영혼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으니까. 

7.
하지만 나는 내가 읽어온 책들을 잊고 있었다. 눈물 나도록 용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그것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유익과 변화를 안겨다 주었는지는 세심하게 살펴보지 못했다. 내 영혼의 부서진 곳을 고칠 수 있는 공구를 찾아나섰던 날들도 내가 읽은 책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잊고 있었다.

나의 성공 경험을 말할 때가 있다면 성실한 관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핵심 성공 요인을 모를 수 있다. 혹은 성공 요인을 전달한다고 해도 불충분한 수준으로 말하게 될 수도 있다.

밀란 쿤데라의 『향수』로부터 시작된, 과거의 독서 회상은 휴일 오후를 즐기는 나를 잔잔한 감상에 젖게 했다. 자신의 책장을 살펴보는 일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유익하다. 향수를 불러 일으켜 진한 감상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자기 발견의 기회와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옛 시절을 그리면서 느껴지는 애잔한 아픔 정도는 견딜만한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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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티벳의 영적 스승 소걀 린포체의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읽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무엇을 행하든지 우리의 모든 행적은
죽음의 순간에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말해 줍니다.
모든 것,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감안됩니다."
(p.48)

나는 영적 스승도 한번씩 그릇된 말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지난 날의 과오 몇 가지는 제외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흐뭇한 일 몇 가지는 과중치가 부여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의 순간, 내 모든 행적이 나의 평가에 반영된다는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관건인데
실제로 이 부분에서 포기를 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알려면 자신의 결점을 끄집어내서 그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자신에게서 그것이 발견되면 쓰레기통의 뚜껑을 덮듯이 닫아버리게 됩니다."
(여원재님)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어느 블로그 방문객이 남겨 주신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내가 쓰레기통의 뚜껑을 닫듯이 나의 과오를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자신의 어두운 부분도 받아들여야 함에 깊이 공감했다.
내 안에는 영적 구루의 말을 부정하려는 마음도, 인정하려는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은 지혜와 영성이 담긴 놀라운 책이다.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간디에서 히틀러까지, 모든 인물이 될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히틀러가 될 수 있는 면이 있음을 인정하기 싫어합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부정적인 모습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부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자신은 결코 부정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리가 없다며
자신에게 잠재된 어두운 면을 완전히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큰 문제입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단 인정하고 나면 노력으로 그것을 내보낼 수 있습니다." (p.26)


3.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말에 힘을 얻고서야 
비로소 소걀 린포체가 던진 지혜로운 말들을 온전히 수긍하게 된다.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엘리자베스로부터 도전과 위로를 동시에 얻은 덕분일 게다.

죽음의 순간에 내 모든 행적이 나를 보여줄 것이라는 말을 거부했던 것은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인간의 양면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사람에 대해 믿음을 거둘까 봐 걱정해서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려 들지만
한 사람 안에도 좋은 면과 나쁜 섞여 있기에 보다 큰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사람을 우상화하지 않고, 나쁜 사람을 절대악으로 간주하는 않는 인간이해 말이다.

마틴 루터 킹의 여성 편력에 대한 실상을 알고 나서도 그의 업적을 존중할 수 있고
『악마』가 톨스토이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상상하면서도 그를 존경할 수 있어야
사람의 양면성을 이해한다고, 그리고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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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그녀를 환경운동가 혹은 사회운동가로만 알아왔다. 인권 문제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04년에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한 '아룬다티 로이' 말이다. 그녀를 환경과 연결시킨 것은 2003년에 『생존의 비용』을 읽었기 때문이고, 사회운동가로 생각한 것은 미국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에세이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도 양심적 지성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룬다티 로이의 비판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는 고종석의 글을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최근 10년 사이에 미국의 주먹(군사적 신보수주의)과 보자기(경제적 신자유주의)에 맞서 가장 열정적으로 펜을 휘두른 논객"으로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같은 원로들과 함께 한 세대 젊은 아룬다티 로이를 꼽았다. (『고종석의 여자들』아룬다티 로이 편)

하지만 아룬다티 로이는 작가이기도 '했다'. 1997년에 출간된 그녀의 첫 책 『작은 것들의 신』은 그녀가 쓴 유일한 소설이고 인도 여성으로는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십년 전의 나였더라면 그녀의 정치 에세이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를 읽었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의 소설을 읽으려 한다. 요즘엔 자꾸 문학 작품에 관심이 간다.

아룬다티 로이는 소설가로 출발했지만, 그녀의 소명은 사회운동에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쓸 것인지는 그녀 자신도 모를 일이지만, 현재까지는 정치적 에세이만 써왔고 사회 운동에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종석은 글 후반부에서 아룬다티 로이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보였는데, 그녀의 활동을 균형 있게 판단하도록 돕는 좋은 글이었다.)

2.
나의 독서는 조선의 역사서에서 출발하여,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계기로 경영과 실용서로 이어졌다. 역사서는 고작 몇 권을 읽은 수준이니 내 독서 여정의 출발점은 경영학과 실용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더 많은 기간 동안 몰두했던 분야는 사회과학과 철학이었다. (그 때도, 지금도 여전히 남독 수준이긴 하다.)

강준만 교수의 책을 즐겨 읽었고, 월간 <인물과 사상>을 애독했다. 김규항, 진중권, 홍세화선생의 책을 한 두 권씩 읽기도 했다. 하워드 진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와 노암 촘스키의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를 열광하며 읽었던, 그리고 미셸 푸코, 보드리야르의 책을 만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입사하면서 나의 독서는 다시 경영서로 전환되었다.

철학과 역사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지만, 회사 생활에 필요한 책들을 먼저 읽는 경우가 많았다. 서른 즈음, 서준식의 『옥중서한』 몇 장을 읽고서 강렬한 지적 희열을 맛보았을 때에도 그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을 만큼의 여력은 없었다. '언젠가는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올려 둘 뿐이었다. 그 '언젠가가'가 아주 오랜 훗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슬픈 상상을 하면서.

서른이 넘어서는 자기다움과 인생의 지혜를 다룬 책을 많이 읽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나 파커 파머의 에세이를 좋아했고,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심리학자나 철학자들의 책도 간혹 읽었다. 그리고 삼십 대 중반인 지금에 이르러, 나는 문학 작품을 본격적으로 읽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다.

3. 
본격적이란 것이 대단하거나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작가별 혹은 나라별 문학 작품을 연달아 읽는 것 뿐이다. 혹은 세계문학전집을 한권씩 읽어 나가거나. 스토리를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작가의 문제의식을 탐구하려는 노력을 남다른 점으로 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깊이가 있는 편은 아니어서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된다.

나라별로 읽는다는 것은 이런 식이다. 치누아 아체베(1930), 월레 소잉카(1934), 치마만다 아디치에(1977)를 연달아 읽기. 이들은 나이지리아 문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들이다. 월레 소잉카는 1986년 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수상 연설에서 치누아 아체베에게 찬사를 바쳤다. 모두 아프리카 문학을 공부할 때 놓칠 수 없는 작가들이다.

어제 도착한 예스24 택배상자에는 일본 소설들이 들어 있었다. 나는 나오키상 수상작인 『마크스의 산』,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2004년작 『7월 24일 거리』,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한밤중에 행진』 그리고 모리 오가이, 나쓰메 소세키 등의 작품이 수록된『일본 대표작가 대표 단편선』을 주문했었다.

나의 독서는 경영학에서 출발하여 철학과 사회과학을 거쳐 이제 문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룬다티 로이의 소명을 추측할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오랫동안 천착하고 있는 주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나는 여전히 산만하다. 나의 관심사는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 궁금하지만 조바심은 없다. 흥미진진하니 나를 그냥 내버려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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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적자원관리 박사 학위를 가진 친구와 함께 워크숍을 진행할 때의 일이다. 내 강연을 마치고, 친구가 진행하는 시간. 나는 뒷자리에 앉아 참관하고 있었다. 자기 인생의 가치를 찾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질문이 담긴 워크북이 주어졌고 2명씩 짝을 지어 서로에게 그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느 팀에서 한 대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나는 두 종류의 사람 운운하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상하기도 하고, 그런 식의 분류는 극적 효과를 위한 목적만 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큰둥한 내 마음을 알리 없는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한 사람은 남들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 다른 한 사람은 자기 길을 개척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말을 마음 속으로 따라할 수 있을 만큼 뻔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감동적이었다. "따라가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반면에 개척하는 사람에게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세상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자기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속도가 아닌 방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
나 역시 속도보다 방향에 인생의 승부를 걸었다.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꿈꾸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꿈으로만 끝내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3.
자녀교육의 출발은 자녀를 아는 지식이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란, 아이가 어느 학교의 몇학년 몇 반인지, 내일 준비물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녀를 아는 것이란,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시큰둥해지는지, 요즘의 고민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자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아는 것이 많아야 부모로서의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방향에 승부를 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아는 것이다. 이것을 자기지식(self-knowledge)이라고 하자. 자기지식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이 되면 시들해지는지, 어떤 주제에 열광하는지를 아는 것을 말한다. 자기지식은 우리의 자기다움을 돕는다.

4.
자기지식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자기를 아는 것이 쉽지 않음부터 이해해야 한다. 자기이해는 평생을 통해 서서히 이뤄진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자기를 알아갈 때마다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스스로를 알아갈 때마다 세상을 얻은 듯이 기뻐한다. 그것은 실제로 세상을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개인은 우주 속에 있고, 온 우주가 개인 속에 있으니까.

(2)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는 것은 자기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필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읽어내는 힘이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나, 다행히도 도움 받을 수 있는 몇 권의 책이 있다. 『코끼리와 벼룩』의 1장을 보라. 저자(찰스 핸디)가 자신의 과거 속에서 어떻게 자기지식을 얻는지 보여 준다. 파커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1,2장도 마찬가지다.

(3)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를 관찰하며 성격을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심리검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워크넷(www.work.go.kr) 메인화면에서 '직업/진로'를 클릭하면 직업적성검사, 직업선호도검사, 직업가치관검사 등 진로 선택에 도움되는 심리검사를 무료로 할 수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MBTI를 다룬 입문서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혹은 에니어그램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권한다.

5.
개념 정리에 대한 고민으로 글을 맺는다. 자기를 아는 지식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자기분석'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다. 자기분석은 심리학 이미지가 강한 용어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정신분석이나 정신 치료의 이론을 적용하여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과정을 자기분석이라 하기 때문이다.

분석은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자기 발견이 어려운 까닭은 우리가 '얽혀' 있거나 '복잡'하기보다는, 거짓 문화 속에 자신의 진짜 모습이 '숨어' 있거나 자신의 여러 모습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통찰'이라 부르면 어떨까? 통찰은 꿰뚫어 보는 것이니까. 진정한 자기를 꿰뚫어 보는 것.

'자기통찰'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 적합한 개념이 있나. 하고 모색하는 중이다. (내가 알기로는) 자기를 아는 과정을 자기경영의 관점에서 정리한 이론은 없어서 심리학에서 빌려온 것이다. 빌려온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 내가 의도한 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더 적합한 개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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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 날이 일년 밖에 안 남았다면 뭐할 겁니까?"
"죽어라고 글 쓸 거야. 내 안엔 책이 죽 들어있거든. 그리고 난 내 안에 아직 그 책들이 두어 권 남아있는 채로 죽고 싶진 않아."
- Derrick Jensen, 철학자이자 작가.

내 안에도 책이 여러 권 있다. 지난 해,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사라져 내 안의 책 9권을 몽땅 날려버린 일이 있었다. 두 권은 탈고 직전의 원고였다. 나는 울었고 많이 괴로워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났다. 일년이란 시간이 정신을 차리게 했다. '또 다시 하염없이 일년을 보낼 순 없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했다.  

2.
죽어라고 쓰지는 못할 것이다. 며칠 후면 내 집중력이 흩어져 버리거나 다른 일로 산만해질 가능성이 높다. 적은 내부에 있는 셈이다 : 산만함과 지나친 호기심. 나는 나를 넘어서고 싶다. 필요하다면, 내 머리를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싶다. 미래는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3.
율곡 이이 선생은 진사 초시에 장원급제했다. 13세 때의 일이다. 이후 아홉 번이나 대소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으로 유명했다. 선생이 42세 되던 해, 배우기를 청하러 온 이들에게 스승이 되지 못할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한편,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아무런 방향을 알지 못할까 염려되어 한 권의 책을 썼다. 『격몽요결』의 집필 동기다. 

책은 입지(立志)장으로 시작된다. “학문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뜻부터 세워야 한다. 그리해서 자기도 성인이 되리라고 마음먹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물러서려는 생각은 조금도 가져서는 안 된다.”
나는 1월의 어느 주말에 뜻을 세우는 글을 썼다. 파일 제목에 입지선언문이라 해 두었다. 율곡 선생의 한탄을 더하고 싶지 않았다.

선생은 성인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다.
“진실로 몸소 실천하면서 사는 동안에 물든 옛 습관을 버리고 타고난 본래의 성품을 회복한다면 여기에 터럭만큼도 보태지 않아도 만 가지의 착한 일을 행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성인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가?” 나는 작가가 되기로, 이왕이면 착한 일을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성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뜻이 바로 서지 못하고, 아는 것이 분명치 못하고, 행동이 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뜻을 세우고, 아는 것을 분명히 하고, 행동을 착실하게 하는 일들은 모두 자신에게 달린 일이니 어찌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겠는가?" 슬그머니 책망하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힘을 주는 선생의 말씀이 반갑다. 힘찬 격려 같다.

4.
어제, 강연 의뢰 하나를 사양했다. 강연하기를 좋아하지만, 요즘엔 강연을 적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를 떠올려 주어 연락해 준 이의 강연의뢰를 사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선 그에게 미안한 일이다. 또한 눈 앞의 수입이 주는 유혹에 눈을 감아야 하고, 잠시 동안의 사양이 영원한 거절로 받아들여질까 봐 겁도 난다. 일 이년 후면 다시 강연을 많이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5.
큰 소득원까지 줄이려는 까닭은 공부하고 싶어서다. 하루종일 책만 읽고 싶다. 물론 강연을 하는 일도 좋은 공부였다. 1천 회 남짓 강연을 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으니 이젠 1천권의 책을 읽는 공부를 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2/3 정도 진행된 1년짜리 유니컨 과정도 남은 수업료를 돌려주며 중단하고, 와우스토리 수업도 일 이년 쉬고 싶을 정도다.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인지 혹은 내 완벽주의 성향에서 기인한 '뭔가 준비되어야 한다'는 집착 때문인지 몰라 머뭇거렸다. 확신이 없는 경우라면 극단이 아닌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한 가지는 분명히 결정해 두었다. 유니컨은 2기까지만 하리라고.

6.
얼마 동안은 공부에 몰입하고 싶다. 책읽기 자체도 맘껏 즐기고 독서의 유익도 한껏 얻고 싶다. 공부와 명상을 수행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깨끗하고 고운 마음씨, 균형 있고 깊이 있는 지성, 흔들리지 않되 열려 있는 철학, 타인과 세상을 향한 따뜻함,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의지다.

7.
이 글을 쓰는 아침에도 강연 의뢰가 들어왔다. 강연 의뢰가 이렇게 매일 들어오는 편이 아닌데, 하늘이 나의 결심이 얼마나 굳은지 실험이라도 하는 듯 하다. 강연 의뢰를 받아들일 때에는 그저 전화 한 통화지만, 강연일이 다가오면서 교재 송부, 강의안 작성 등의 업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며 사양했다.

바쁘게 살다가 그 바쁨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적어도 한 달 이전부터 다른 삶의 방식을 살아야 한다. 중요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약속 잡는 일을 줄이고, 이것저것 일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3~4주를 살아야 며칠 간의 조용한 시간을 마련할 수가 있다. 휴식과 여유는 가만히 있어도 찾아오는 외판원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훗날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이런 저런 약속을 하거나 하나 둘 일을 벌이는 것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약속할 때 혹은 일을 시작할 때에는 탁구공 만한 작은 일이었지만, 그런 탁구공이 여럿 모여 시간을 할애할 일이 자꾸 많아진다. 때론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눈덩이가 될 만한 일을 경계하고 있는 중이다. 단지, 책과 벗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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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장의 포스터를 보자마자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포스터의 풍광 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언덕에 계단식으로 들어선 주택들, 그 사이로 난 도로는 내 앞까지 뻗어 있다. 짧은 스커트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과 철도 건널목이 "이 곳은 일본"임을 말하고 있다. 나는 저 거리를 거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 
사실 하나 : 짧은 스커트의 교복은 종종 어른들의 성적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
사실 둘 : 나도 어른이다.
두 가지의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또 다른 두 가지의 사실 때문이다.
사실 셋 : 대부분의 여중생들은 (어른들의 응큼함과 달리) 순수하다.
사실 넷 : 나도 어렸을 땐 순수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잃어버렸다. 

순수함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는 영화 <박하사탕>에서 영호의 부르짖음이 떠오른다.
"나 다시 돌아갈래!"

3.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읽었다. 주인공 가즈코는 열다섯 여중생이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즈음, 나도 중학생이 된 듯 했다. 소설 속에 흠뻑 젖어든 것이다. 그리고서 저 포스터를 보았다. 유난히도 짧은 스커트의 학생을 바라보는데도, 나는 순수함만을 느끼었다. 이 때, 나는 성장소설, 청소년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를 자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란물과 야한 가십거리와는 더욱 멀어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문득, 정채봉 선생은 나보다 훨씬 맑고 순수한 마음을 지녔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쓰는 작가다.)

4. 
짧은 스커트의 소녀, 그 뒤로 보이는 건널목 그리고 조밀하게 붙어 있는 건물들은 내가 상상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이었다. 나의 상상이 얼마나 실제의 일본과 일치하는지는 모른다. 상상은 대중매체 혹은 내가 본 몇 편의 영화가 준 이미지일 것이다. 설사 직접 내가 일본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내 상상 속의 일본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정말로 날아가서 거리를 거닐며 이렇게라도 말해보고 싶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그저 상상 속에서 노니는게 더 나았을거야"

하지만 일본에 대해 잘 알 것 같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의 상상이 일본과 일치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의 대답을 일본으로 가야 한다는 표지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그저 내 마음을 따를 뿐, 나의 행동에 그럴듯한 이유를 끌어모을 생각은 없다.

5. 
C는 종종 말했다. 태국이 참 좋다고. 다시 가고 싶은 나라 1순위라고. 내가 물었다. 지금까지 어느어느 나라 가보았냐고. 그녀는 태국 뿐이라고 수줍어하며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혹은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태국이 세계 최고의 여행지 같다고. 적어도 서너 군데는 다녀오고서 그렇게 표현하는 게 어떠냐고.

지금은 그 말이 괜히 미안하다. 누구나 체험한 것 이상을 그리워하기는 힘들 테니까. 나에게는 중국이 항상 가보고 싶은 나라에 포함된다. 십년 전에 38일 동안이나 배낭여행을 하며 중국의 여러 도시를 주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추억이 나를 강하게 유혹하는 것이리라. 그녀에게 태국이 그렇듯이.

6.
경험은 중요하다. 어렸을 때의 경험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인식하고, 갈망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의 경험이 온통 슬프고 불행한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경험'보다 더욱 큰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의 모든 과거를 뛰어넘을 수 있다. 어제의 나와 결별하겠다는 뜻을 품고 새로운 결단을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행동하면 된다.

7.
우리가 체험한 것만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가진 적도 없고, 체험한 적도 없더라도 어떤 것을 그리워할 수 있다. 하지만 가져본 적, 체험한 적이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은 희미하다. 그리움의 실체도 분명하지 않을 테니까, 이런 그리움은 이내 지워져 버릴 것이다.

8.
그래서 우리에게 상상력이 주어졌을 것이다. 마치 체험한 것처럼 구체적이고 분명한 이미지로 상상하는 힘 말이다. 인생의 진짜 위기는 자원이 부족할 때가 아니라 상상력이 부족할 때 찾아오는지도 모른다. 저명한 사람들은 종종 지식보다 상상력을 강조했다.

9.
무엇이 상상력을 키울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 (잘 모르겠으니 읽어보아야겠다.) 그 책을 읽지 않아도 한 가지의 답변을 분명히 내놓을 수 있다. 소설! 상상력의 사전적 정의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힘"이다. 나는 지금 일본에 대해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덕분이다.

소설, 더 정확하게는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키운다. 영화도 이야기고, 소설도 이야기다. 이야기는 마치 체험한 것처럼 분명한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를 간접체험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이처럼 한 사람에게 인식의 지평이 확장되는 일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종종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는 했다.

9.
팔라우, 독일, 오스트리아, 중국, 브라질은 다시 가고 싶은 나라들이다. 미국, 인도, 이탈리아는 가보지 못했지만 가고 싶은 나라들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다. 오사카에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인상적이지 못했고, 나는 일본 문화에는 무관심했다. 일본어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이 모든 일에 반전이 생겼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읽고서 포스터 한 장을 본 이후로. 우리는 종종 상상하는 것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10.
한참동안 플래너를 골똘히 쳐다보았다. 일본 여행을 떠날 수 있는 3박 4일 동안의 여유시간을 찾기 위해서. 2월 중에는 없었다. 강연과 세미나 일정이 많았다. 와우들을 만나는 일정도 여러 날이었다. 뭐가 이렇게 바쁘담? 좀처럼 하지 않는 약속 변경을 한다면, 가능한 일정이 있나 살펴 보기도 했다. 하나의 약속만 취소하면 3박 4일을 뺄 수 있는 일정이 있었지만 바로 전후로 강연이 있어서 무리일 것 같다.

3월달 플래너를 펼쳐두었다. 3월은 집중 집필 기간인데... 아! 한 권의 책이 고민까지 안겨 주었다. 오늘의 일본 단상과 그리움은, 절반 정도가 책의 힘일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내게 다가온 호기심을 힘껏 끌어안으려는 실천의지 덕분일 것이다. 내가『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나오는 타임리프(시간도약)이나 텔레포테이션(신체이동)을 할 수 있다면, 고민은 사라질 텐데! 오늘 잠시 일본에 다녀오면 될 테니까. 호호. 즐거운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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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랫동안 양준혁 선수를 좋아해 왔다. 그가 삼성에서 LG로 이적당할 때 열받았고, 그가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기뻐했다.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기를 염원했고 그가 은퇴할 때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가 없는 프로야구가 아쉽다. 그리고 그립다. 야구장에서 빠라빠빠빰 위풍당당, 빠라빠빠빰 양준혁! 을 신나게 외쳐대던 때가.


왠지 양준혁 선수를 만나면 그도 나를 반가워할 것 것만 같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른다. (놀랍게도 그는 내가 다녔던 회사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난 외근 중이었던가 퇴사한 이후였던가 그랬다). 어쩌다 나는 그가 나를 반가워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연예인이 마치 지인처럼 느껴지는 이 느낌 말이다. 
 


2.

알랭 드 보통이 쓴 『여행의 기술』, 『불안』,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등을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글짓는 실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라고 생각했다. 나는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찰스 핸디, 말콤 글래드웰을 아주 좋아한다. 아! 그들처럼 쓰고 싶다. 물론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알랭 드 보통은 프랑스어로 쓰는 작가 아니냐고 질문할 분이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랬다. 그는 영어로 글을 쓴다. 그것도 아주 멋진 문장을 써 낸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는 스위스 취리히 출신이고 지금은 런던에서 거주하는 작가다. 나는 왜 그가 프랑스어로 글을 쓴다고 착각했을까?

3. 
저 훌륭한 작가들과 비슷하게라도 글을 쓰려면, 한 달에 백여 권의 책을 훑는다는 알랭 드 보통처럼 책을 읽거나 말콤 글래드웰처럼 치밀하게 조사하고 탐구하거나 찰스 핸디처럼 나의 삶을 들여다보며 통찰력을 키워내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왜 대가를 치를 생각은 하지 않고 꿈만 꾸는 걸까?


"우리는 어둠 없는 빛을 원하며 겨울의 고난 없이 봄의 영광을 원한다. 그런 파우스트적인 거래는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지 못한다." 파커 파머의 말에 깊이 감동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파우스트처럼 굴고 있다. 왜 나는, 오늘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일이면 왠지 뭔가 이루질 거라고 착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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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울만 좋은 사람. 실속이 없고 겉모양만 그럴듯한 사람이란 말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괴로운 요즘이다.
자기비하는 아니다. 내게는 좋은 모습도 있음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향상되어야 할 모습이 더 많다는 사실도 명심한다.

내가 허울만 좋은 사람인가요, 라고 누군가에게 물을 필요는 없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나의 속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원인은 두 가지다. 내가 겉과 속이 달라서 혹은 나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적어서.
어느 경우든 나의 허울 좋은 모습만 보고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허울만 좋은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으면 된다.
페르소나(가면)를 쓰고 살아갈 때가 더 많은지, 맨얼굴로 살아갈 때가 더 많은지를.
평소에 맨얼굴을 가꾸어두지 않으면 페르소나를 벗기가 힘들다.
감정, 열망, 충동을 컨트롤하기보다 평판, 소유, 성취에만 신경썼기 때문이다.

맨얼굴을 가꾸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본다.
'존재하기'보다는 '행동하기'에 관심이 많았던 날들이었다.
비전을 세워도 존재지향적 비전보다는 성취지향적 비전이 많았다.
성찰을 해도 미흡한 성취를 분석했지, 미성숙한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2. "오빠는 참 정직한 사람이야."
언젠가 여자 친구를 가족들에게 소개한 후, 그녀를 배웅해주면서 들었던 말이다.
그녀가 나를 잘못 보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니체의 말도 떠올랐다.
사랑에 빠진 여인을 두려워하라. 그녀에겐 사랑 외에는 모든 것이 무가치하게 보인다는.

그녀가 무서웠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녀의 분별력이 흐릿해졌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화를 좀 더 나누며 그녀의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나는 여자 친구를 가족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사실이 아닌 말을 덧붙이지도 않았고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 나를 더 잘 보이기 위해 사실보다 포장한 말도 없었다.

사람들은 조금씩 자신을 포장하고 과장할 때가 있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포장할 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지도 모르겠다.
허울 좋은 사람이란 말도, 아주 정직할 때가 있다는 말도 나라는 사람을 잘 설명해 준다.
나는, 꿈꾸는 모습에 비하면 허울만 좋은 사람이고 예전의 나에 비하면 진솔한 사람이다. 

이미 가지게 된 진솔함에서 안주하고 싶지 않기에
지금껏 체험하지 못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번 여정은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는 것처럼 쉬운 이동이 아니라
높은 산을 넘어서야 하는 힘겨운 여정이기에 글의 서두에 괴로움이라 썼다.

3. 허울만 좋음에서 진솔함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났다.
진솔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라 진솔할 때가 많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진솔함을 한껏 발휘하려면 페르소나를 벗을 수 있도록 맨얼굴을 가꾸어야 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일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진솔함에 대한 나의 지식은 여기까지다.

책의 한 챕터를 전부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한 단계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나는 이제 진솔함에서 고결함으로의 여정을 시작하고 싶다.
진솔함을 얻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면 고결함은 용기에서 배려를 더해야 한다.

언젠가 진솔함을 발휘하려고 하다가 상대를 당황케 했던 적이 있었다.
늘 가던 모임에 이번 달에는 가지 않겠다는 말을 전했을 때의 일이다.
예전 같으면 중요한 일이 있다는 등의 적당한 이유를 찾아 내었을지도 모르는데,
왠지 그 달에는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말했다.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진솔함에서 배려가 빠지면 상대를 당황케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사회적 관계를 위해 페르소나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식자들도 이렇게 말했다. "피해야 할 것은 페르소나에 집착하다가 맨얼굴을 망각하거나
혹은
맨얼굴에만 신경 쓰다가 페르소나를 경시하는 것, 이 두 가지 극단"(강신주)이다.

페르소나를 써야 할 때 맨얼굴을 보여 주거나
맨얼굴을 보여줘야 할 때 페르소나를 쓰면 어색한 상황이 되고 상대를 당황케 한다.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언제 페르소나를 벗어야 하고, 언제 맨얼굴로 상대해야 하나?"
그 때를 아는 감각이 키워질수록 우리는 더욱 현명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가 트레야를 만나기 전까지의 내 사유였다.
하지만 트레야를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탁월한 지성과 영적 각성을 겸비한 켄 윌버의 아내다.
윌버의 말에 따르면 트레야는 내가 추구하는 '고결한' 사람이었다.

"트레야는 공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 사이에 좀처럼 간극이 없었다.
그녀는 결코 세상과 나누기 두렵거나 부끄러운 '비밀스러운' 생각을 품지 않았다.
당신의 질문에, 그녀는 당신 또는 누군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말할 것이다.
솔직하면서도 방어적이지 않은 그녀의 화법이 사람들을 당혹케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고결함은 직접적이고 솔직하면서도 사람들을 당혹케 하지 않는 힘이다.
아직 진솔함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고결함을 향한 여정을 알게 되어 신난다. 
여정은 평생 동안 진행될 것이다. 때때로 허울만 좋은 사람으로 전락하기도 할 테지만
내가 진정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라면 그 전락의 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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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학생 리노의 인생수업 이야기. "삶은 여행이고 실천이 곧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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