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에 해당되는 글 480건

  1. 2018.04.06 박효신, 집필 재개 & 명저 (2)
  2. 2018.04.03 은근히 설레입니다 (2)
  3. 2018.04.02 2018년 3월 성찰일지
  4. 2018.03.28 달빛강남 수업을 마치고
  5. 2018.03.25 남자보다 책이 나을 때 (6)
  6. 2018.03.21 이제야 하루가 완성되는구나
  7. 2018.03.15 밤거리에서 부른 노래
  8. 2018.03.14 내 생애 마지막 글은
  9. 2018.03.13 두 번의 인문학 수업 단상
  10. 2018.03.13 나의 집과 같은 공간 (7)

1.

박효신의 <야생화>를 오늘 하루 종일 들었다. (2014년 3월에 발매된 동명 앨범에 수록된 곡이고 유명한 노래인데 진자하게 감상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스무 번은 들은 것 같다. 가히 이 노래만큼은 완벽한 경지에 올라 부르는 느낌이 들었다. 지독할 정도로 연습하고 노력한다는 박효신! 그에게서 이상은의 노래와는 다른 미덕을 만났다.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길을 조우한 느낌도 든다. 다름 아닌, 일을 작게 쪼개어(노래 한 곡) 치열하게 노력할 것! (일기에 적은 글도 이곳에 옮겨 둔다.) 


<전율과 감탄을 안긴 뮤직비디오다. 흠집이라고는 없는 보석을 만나면 이런 느낌일까! 넋을 잃은 채로 그의 표정과 동작을 쫓아갔다. 목소리로 예술을 빚는 한 장인의 모습에 감격하느라 가사도 시간도 잊었다. 눈앞의 사위는 사라졌고 노랫말도 들리지 않았다. 아... 박효신!>

2. 
무려 20일 만에 조르바
집필을 재개했다. 프롤로그를 고쳐 썼다. 독자와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전 글보다 나아졌다. 저자 중심에서 독자 지향으로 바꾸려고 노력한 결과인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 읽을 때에도 여전히 좋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쓴 직후엔 마음에 들었던 글도 이튿날 읽을 때에는 허접하게 보이는 경우가 허다해서 하는 말이다.


3.

2018년도에 읽었고 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을 정리했다. 훌륭한 책들은 정말이지 많다.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도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아테네의 변명』,『인간성 수업』,『지식의 착각』은 전율 그 자체다. 문제는 시시한 책들이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이류 도서를 읽는 유익도 있다는 점인데, 이에 대해 글을 한 편 써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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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두통으로 이틀을 앓았습니다. 목소리가 완전히 나가버린 기간마저 합치면 나흘 동안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네요. 오늘도 하루 종일 몸져 누워 지내다가 저녁에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내친 김에 저녁 수업도 청강하고 왔지요. 행여 결석할까 걱정했던 수업인데 다녀오니 기분이 좋네요. 청강하러 가는 길에도 혹시 아플까 염려했지만 수업 듣고 온 지금 저는 멀쩡합니다. 아직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두통은 많이 가셨습니다. 머리가 안 아프니 살 맛 납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두통인데 모두 아프지 않았으면 좋았을 날이었네요. 하루는 제 생일이었고(이 날 하루 종일 문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하루는 엄마 기일이었거든요(바로 어제였죠). 생일은 아픈 채로 보내어도 아쉬움이 없었지만 어머니 기일 날에 하려던 일을 못한 건 속상합니다. 엄마 앞에서만 울려고 한 달 내내 참고 살았는데 정작 기일이 되기 이틀 전부터 몸을 사려야 했습니다. 컨디션이 급격이 떨어졌거든요. 사실 울 준비가 되어 있지도 않았고요.

'한 달 내내 몸을 혹사한 대가려나?' 글을 쓰기 전까지는 들지 않았던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가네요. 두통의 직접적인 원인은 양평 아카이브의 차가운 바닥에서 잠시 졸았던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떨어진 체력이 진짜 원인인지도 모르죠. 마침 올리버 색스의 <안식일>이라는 글마저 떠오르는 걸 보니 4월에는 다른 날과 구별된 하루를 떼어내어 쉼과 휴식을 누려야겠습니다. 그 날만큼은 부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기를! (올해 미세먼지는 정말 최악이네요.)

통증이 제 몸을 떠나니 내일이 몹시 기다려집니다.
며칠 동안 손을 놓았던 일들은 저를 기다릴 테고요.
기다렸던 사이의 만남이어서일까? 은근히 설레네요.
자고 일어나면 책부터 마음껏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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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2018년 3월이 지나갔습니다. 꽤나 바빴 조금은 고단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3월을 돌아보는 첫 마디가 '수고했다'라는 혼잣말이었네요. 자위를 건넨 이유는 간단합니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열심이라니! 스스로를 늘 못마땅해 하는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다니! 참 낯설고만.) 한 달 남짓 동안 3kg이 빠졌고, 자주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공부했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수업을 진행했고요. 한 달을 수놓았던 단어들을 나열해 봅니다.


인문정신 수업(달빛강남), 다섯 개의 수업 청강, 새로운 공부 인연들, 『인간성 수업』, 와우수업 종강, 북도슨트 자원봉사, 미세먼지, 플로라이팅 수업 종강, 카프카 커넥션 등등. 


1.

달빛 강남학파! 결국엔 이 분들과도 수업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결국'이라고 표현한 것은 개인적인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죠. 한 달만 수업하자 VS 함께 공부를 이어가자, 이 사이에서 고민했던 겁니다. 수업을 운영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는 제가 수업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처럼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와우리더의 성향이 조금 묻어나는 거죠.) 수업료를 올릴까, 4월에는 수업을 하지 말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결국엔 지금까지 진행해 온 모습 그대로 함께 공부를 이어가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만큼 저도 즐거웠습니다. 유쾌한 분들, 공부하는 분들, 경청하는 분들이 섞여서 제게 보람과 힘을 안겨 주었네요. 저의 책임감 또는 사명의식(거창한 단어를 쓰고 싶진 않지만 제 마음과 가장 가까운 표현이긴 하네요)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인문학을 공부하시겠다는데 내가 읽고 배우고 익혀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가 보자' 하고 생각한 거죠.  개인적 소감을 덧붙이자면 총 4회 수업 중 한 번은 수업을 마치고서 괴로웠고 한 번은 수업 이튿날까지 만족스러웠습니다. 과도하게 청중을 지향했더니 괴로웠고 나다운 스타일로 진행했더니 행복했다는 느낌입니다. 


2.
많은 수업을 청강했던 3월입니다. 매주 네 다섯 개의 수업에 참석했지요. 셋째 주부터는 북도슨트 자원봉사 교육(주 2회)마저 더해져 연일 피로감을 달고 살았습니다. 주 7회 수업은 정말이지 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4~5개의 수업을 들었던 경험이 있긴 합니다. 3년전 라틴어를 배우고 아도르노 강좌를 듣던 때에도 문학 수업 등 여러 개의 수업을 들었죠. 돌이켜보니, 삶이 힘겨울 때마다 저는 독서와 공부에 집중하면서 세월은 기다렸네요.) 몹시 고단했던 날도 있었지만 결석은 하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시시해서 수강료를 날린 셈이라 여겼던 강좌 하나를 제외하면(이 수업은 전체 6주 중에서 한 번만 참석했네요) 모든 수업에 출석했고요. 가장 유익했던 수업은 '카프카 커넥션'입니다. 카프카와 지적 영향을 주고받은 거장들을 살폈는데(도스토예프스키, 발저, 카뮈, 데리다) 카프카로 가는 길을 다양하게 알게 된 느낌이네요. '그리스 문명' 수업을 오가는 길에서는 지적 희열이 피곤함을 무찌르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가는 발걸음이 무거운데도 마음이 설레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저의 '인문정신' 수업을 들으러 오는 분들도 '이리 설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했네요.


3. 

마사 누스바움의 『인간성 수업』이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이 생생히 기억납니다(한 달이 더 지나면 희미해질 테죠). 조르바 원고를 탈고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이 책이 반가웠죠. 실은 많이 흥분했습니다. 집필하던 원고를 얼른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리버럴 아츠 집필에 뛰어들고 싶었거든요. 리버럴 아츠 원고는 초고를 마무리했고 퇴고만 하면 되는데 그러기 전에 몇 권의 리버럴 아츠 영어 원서를 읽을 계획이었습니다. 그 계획에 있던 책 중의 한 권이 『인간성 수업』이었으니 반가울 수밖에요! 나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조르바 원고를 뒷전으로 하고서 틈틈히 『인간성 수업』을 읽은 겁니다. 제게 많은 위로를 안겨 준 책입니다. 통찰과 인식을 얻을 거라 생각했는데 위로라니요! 이는 완전히 예상 외의 결실입니다. 새로운 인식을 배웠다기보다는 지금까지의 공부를 정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믿음직한 선생으로부터 '앞으로도 그리 공부하고 살아온 대로 살아가세요'라는 격려를 받은 기분이었죠. 특히 와우 수업을 진행한 방식이나 공부 목표가 저자의 철학과 맞닿아 있었습니다(수준 차이가 엄청 났을 뿐). 마사 누스바움이 『시적 정의』에서 했던 다음의 말을 보면 와우들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중심 주제는 타인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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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난 월요일에 4주간의 인문정신 수업이 또 하나 끝났다. (강남역 인근에서 모여 강남학파라 불리는 모임이었다.) 인문 소양을 함양하는 실제적인 길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 제안이 인문학의 본질과 동떨어지지 않기를 열망했다. 나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업 준비는 지극히 인문적이어야 했고 실제 진행에선 인문학의 효용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인문학만이 주는 효용을 누리려면 역설적으로 인문학의 본질에 바짝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실현한 것 같아 기뻤다.


무엇이 흡족했나.


1) '인문학의 안팎을 살핀다'는 수업의 설계가 마음에 들었다. 종로 수업에서부터 시작된 이 설계 덕분에 기업이나 대학에서의 인문학 특강도 좀 더 명료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 수업에서는 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유인물은 최초의 설계대로 준비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청중 분들은 이러한 방식을 낯설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3) 공부 인연들끼리 친밀해졌다는 사실도 나를 기쁘게 한다. 언젠가 함께 답사를 떠날 정도의 유대감을 쌓아가고 싶다. 4) 특히 4주차 수업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나다운 내용이었고, 나다운 진행 방식이었다. 인문학 공부는 인간성을 드높이고 연대의식을 함양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담아낸 수업이었다. 5) 개인적으로는 8주 동안 두 번의 인문정신을 진행하며 <인문정신을 권함> 원고를 어떻게 쉽게 풀어쓸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뜻밖의 반가운 수확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1) 인문학이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는 점은 설득했는지 모르지만 인문학 공부가 즐겁다는 사실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이어지는 수업에서는 '인문학 공부의 즐거움'을 안겨 드리고 싶다. 고민할 대목이다. 2) 종로와는 달리 강남에서는 인문학 '밖'에 관한 담론을 많이 다루지 못했다. 리버럴 아츠와 후마니타스의 역사 대신 '인간성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건 아쉬움이기보다는 앞으로의 수업을 위해 기억해 둘 점이겠다. 3) 도서 추천을 더 명쾌하고 간단하게 했어야 했나? 수업을 진행한 이로서는 '더 공부할 책'을 분명하게 추려내어 자세하게 설명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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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휴우. 지난 한 주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네요. 바빴습니다. 세 번의 수업을 진행했고 다섯 번의 강연을 청강했죠. 뒤풀이로 자정을 넘겨 귀가한 적도 두 번입니다. 한 번은 택시를 타야 할 상황인데 기어코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귀가하느라 피곤함을 더했네요. 편안한 시간들이긴 했지만 네 번의 만남까지 있었던 한 주였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기다린 날이죠. 사실 오늘도 신청한 수업이 있는데 안 가려고요. 시시한 수업인데다 농도 심한 미세먼지가 제 결정을 지지하네요. 


아침에 나가면 밤이 되어서야 돌아오는 일정도 두 번이었습니다. 갑자기 만남을 많이 잡은 건 아닙니다. 3월부터 청강하는 수업이 무려 일주일에 5개였죠. 여기에 약속 몇 개를 잡으면 강연 일정까지 더해져 벅찬 일정이 되더군요. 결국 종일 일정이 있던 이틀은 약속 하나씩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배려해 준 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했지만 덕분에 잠시 휴식하여 저녁 일정을 잘 소화했죠. 집필은 한 달째 지지부진했고(원고가 아닌 조각글만 몇 편 썼네요) 살도 빠졌습니다. 자그마치 3kg이나.



벅찬 일정! 이는 3월의 두드러진 두 모습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무분별한 책 구매'고요. 지난 한 달 동안 정말이지 많은 책을 샀습니다. 한 달 책값이 지난 한 해 동안 구입한 금액을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네요. 작년엔 많이 절제했거든요. 다가 올 카드 결제일이 걱정입니다. 구입할 책을 찬찬히 살피는 과정 자체가 공부지만 너무 많은 돈과 시간을 썼던 게 사실입니다. 공부거리가 쌓여 든든하고 흐뭇하지만 동시에 조금 더 참아내지 못한 게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렇듯 책을 사고 수업을 들으며 3월을 보냈습니다.


책을 왜 그렇게나 샀냐고요?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 한 건을 하고 나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때로는 두어 시간이 지나기도 하죠. 책을 선별하고 주문하는 과정엔 몰입이 절로 이뤄집니다. 잠시 힘겨움을 잊는 겁니다. 지난 주,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눴네요.

"나 요즘 만사가 힘들어." 친구의 말에 저도 화답했습니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 요즘이네. 나 역시 괴로워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잖우. 나랑 같이 고대 그리스 문명 수업 듣자!" 
"힘들면 쉬어야지, 공부에 매진하다니 너 답다. 낼 고전 수업 가면 난 듣다가 졸 각. ㅋㅋ"
"내일이 힘들면 금요일엔 조르바 수업을 같이 가든지. ^^"
"아주 그냥! ㅋㅋㅋㅋ"
"난 자꾸 공부하러 같이 가재. 하하."
"넌 왜 날 자꾸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하냐? 나 힘든데. ㅋㅋㅋㅋ"


"수업을 듣자"는 제안과 "아니 나 힘들다는데 무슨 수업이냐"는 의견 사이의 유쾌하고 장난스런 팽팽한 논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결국 한 번 같이 들어보는 걸로 귀결됐죠. 이튿날, 친구는 갑자기 집안 일이 생겨 결국엔 함께 가진 못했습니다. 수업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스 고전기의 전사(前史)가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한 시간이었죠. 감성적이면서도 이지적인 작가 한수희는 "남자보다 책이 더 나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고 확장하면 내 얘기가 된다. 적어도 3월의 나는 이 문장으로 설명되리라. 

사람보다 혼자 하는 공부가 더 나을 때가 있다.

그것이 책 읽기든 청강이든, 정말 그렇다.

어쩌면 공부는 '더 나은' 정도가 아니라 

'공부만이 구원'인 때가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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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숙취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벌꿀 두 스푼을 듬뿍 떠서 입에 넣었다. 500ml 생수도 삼분지 이를 마셨다. 짧은 후회가 스쳐갔다. '어제 많이 마셨어.'


오전 10시 3분 전. <경의선 책거리 북도슨트> 교육장에 앉았다. 독서문화에 대한 '관심'에 얼마간의 '지식'과 '활동'을 부어주고 싶어 신청한 교육이다. '북도슨트 연지원'이라고 쓰인 명패를 보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북도슨트 교육생 연지원이라고 써야 정확한 내 신분(?)인데...' 제작 측 입장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오후 1시 3분 전. 샌드위치를 해치웠다. 정말이지 이건 내 식사 스타일이 아니지만 시간을 벌어야 했다. 가방에 『인간성 수업』이 있었으니까! 책을 꺼내려던 찰나 그녀가 도착했다. 33분이나 일찍 도착한 게다. 혼자만의 시간이 줄어든 아쉬움은 반가운 이를 만난 기쁨으로 상쇄됐다. 지적인 대화 그리고 감동적인 교감!


저녁 7시 정각. 경향신문사에 도착했다. 그리스 문명 수업을 청강했다. (20분의 휴식이 없었더라면 피곤해서 수업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 정도의 여유는 주어졌고 독서는 또 미뤄졌다.) 혹시 늦을까 걸음 총총, 행여 놓칠까 주의 집중! 강연 주제가 나의 제일 관심사인 데다 연사는 초특급이니 만족과 기쁨이 클 수밖에.


‘밤 수업이 끝나야 저녁을 먹겠구나.’ 예상한 대로였다. 수업 후에야 늦은 식사를 했다. 혼자 들어서기에 그나마 덜 머쓱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로 이동했다. 커피 한 잔을 시켰다. 하루를 돌아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가방에서『인간성 수업』을 꺼내 책을 감싸고 있던 비닐을 벗겼다. 서문을 읽었다. 그윽한 기쁨, 감탄 그리고 평온한 성취감.


‘책을 읽으니 이제야 하루가 완성되는 느낌이네.'


Posted by 보보

연일 수업의 연속입니다. 이 달의 평일 저녁 일정은 일찌감치 꽉 채워졌죠. 한 달 중 쉬는 날은 3월 7일 하루뿐이네요. 월요일과 화요일엔 제가 진행하는 인문정신 수업이 있습니다. 다른 요일은 청강하러 갑니다. 3월 한 달 동안 그리스 문명, 프란츠 카프카, 소설의 캐릭터에 대해 배웁니다. 이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저녁마다 바쁜 요즘입니다.

 

하나의 수업은 산만하고 두 개의 수업은 재밌습니다. 하나가 아쉽다 보니 배움의 자리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을 느꼈네요. 재밌는 수업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삶의 활력입니다. 이걸 공부해야겠구나, 얼른 저걸 읽어야지 이러는 동안 의욕이 생겨나는 거죠. 제가 다름 아닌 지.성.을 찾아갔음을 감안하면 활력은 보너스요 뜻밖의 습득물입니다.

 

"아테네의 황금기를 이해하려면 그리스 문명의 전사(前史)를 알아두어야 한다, 트로이 전쟁은 ‘전쟁’ 수준이 아닌 ‘전투’ 정도의 규모였을 확률이 높다, 저명한 카프카 해석자인 게르하르트 노이만은 ‘단편산문’을 카프카의 대표 장르로 꼽았다" 등이 이번 주에 얻은 인식입니다. 새로운 인식을 안고 돌아오는 귀갓길은 얼마간 적적하지만 기쁨도 큽니다.

 

어젯밤의 일입니다. 경향신문사를 나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예민의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라는 곡이었죠. 전혀 뜻밖의 노래였기에 의아했습니다. ‘어?! 신기하다. 왜 이 노래지? 자주 부르지도 떠올리지도 않는 노랜데!’ 의외의 노래였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노랫말과 선율이 예쁜 곡이었거든요. 노랠 불렀습니다.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학창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중학생 때 출시된 곡이거든요.) 그 시절의 장면 몇 가지가 그려졌고 얼굴엔 미소가 피었죠. 하늘나라에 있는 친구도 그 땐 제 곁에 있었네요. ‘지금 녀석이랑 통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네온사인 사이로 밤빛 하늘과 눈이 마주쳤네요.

 

조금은 쓸쓸했지만 충만한 마음이 그보단 좀 더 컸습니다. 내면에선 그윽한 평온이 너울거렸습니다. 그리움도 넘실댔죠. ‘이런 공부를 연인과 함께하면 참 좋겠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하는 생각, 그때까진 혼자만의 삶을 향유하자는 생각, 내가 공부를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들을 매만지면서 서대문역을 향해 걸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흐르는 냇물 위에 노을이 구름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로 저녁달이 빛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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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햇살이 지하철에 동승했다. 동작역을 지나 한강을 마주한 순간 빛이 열차 안으로 쏟아졌다. 오후 햇살의 나른함과 편안함 그리고 따뜻함이 차 안을 그윽하게 만들었다. 기분 좋은 봄볕이었다. 차창에 붙어 햇살을 바라보았다. 핸드폰 카메라도, 나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석양을 감상했다. 보고 또 봐도 감동과 전율을 안기는 일몰이라는 마법!



오후에 읽었던 <안식일>이라는 짧은 글이 떠올랐다. 올리버 색스는 자기 생의 마지막에 쓴 이 글에서 ‘안식일의 평안’을 예찬했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이제 쇠약해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한때 단단했던 근육이 암에 녹아 버린 지금, 나는 갈수록 초자연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생각이 쏠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안식일, 휴식의 날, 한 주의 일곱 번째 날로 자꾸만 생각이 쏠린다. ··)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 날로."


이 글을 발표하고 2주 후에 색스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자기 몸의 상태를 모르지 않았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글임을 인지하면서 택했을 주제였기에 '안식일'이라는 세 글자는 단순한 문자 이상의 의미를 안겼다. 게다가 그는 정통 유대교의 삶을 살지도 않았다. 색스의 글은 '안식일'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던 터에 지하철을 타서 봄날의 햇살을 만난 것이다. 


‘아! 내 생애 마지막 글은 어쩌면 석양에 대한 찬미와 고마움을 담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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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어제는 두 번의 인문학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둘 다 인상 깊은 시간을 보냈네요. 잠시 음미하고 싶을정도로 말이죠. 오전에는 소크라테스 특강이었는데 소수의 인원이었습니다. 지인이 당신의 독서모임에 저를 초대(?)한 거죠. 특강 부탁이라는 말이 더 맞겠네요. 강연료가 아주 적다고 어렵게 부탁하셨지만 저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제 수업에 여러 번 참석했던 그의 진정 어린 태도가 제 마음을 움직였다고 하는 게 맞겠군요.


소크라테스는 제가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강연도 여러번 진행한 터라 그의 시대, 소크라테스라는 인물, 그의 현재성 등 이야기할 컨텐츠도 다양했죠. 문제는 난이도입니다. 어느 정도까지의 디테일, 정교함, 깊이를 다뤄야 하는지가 고민인 거죠. (사실 일반 강연회에서는 늘 이것이 어려움입니다. 어떤 분들이 오실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어제는 만족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진행하는 보람을 느꼈고 참석하신 분들도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강연 후 식사 자리에서 한 분은 "대학원 수업 하는 느낌"이라고 말하더군요. 저로선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긍정적인 뉘앙스였습니다. 다른 한 분의 피드백도 인상 깊었네요. 제가 소크라테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아주 즐거워하더라는 겁니다. 머릿속에서 뭔가 즐거운 이야기꺼리를 꺼내놓는다는 표현을 쓰셨던 것 같네요. "맞습니다. 사실 제가 소크라테스를 정말 좋아해서 <위대한 인문주의자>라는 책을 쓰는 중인데 첫번째 인물이 소크라테이기도 하거든요."


강사의 즐거움이 청중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인데 진행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내면의 기쁨이 전달된다'는 사실이 생경하고 신기합니다. '앞으로도 쭈욱 나를 설레고 황홀하게 만든 콘텐츠로만 강연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뒤풀이 자리였습니다. 무엇이 나를 가장 설레게 만드는가? 이 질문 앞에 나를 세워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었고요. 인문주의, 리버럴 아츠, 학습조직, 세계문학, 수잔 손택, 니코스 카잔차키스, 카프카 등이 떠올랐네요. 


저녁에는 <연지원의 인문정신> 2주차 수업이 있었죠. 이번 수업의 주안점은 감수성과 전달력 조절이었습니다. 3주차에는 지적인 내용들이 많아 이번 주에는 말랑한 내용을 다루자 싶었던 겁니다. 콘텐츠마다 깊이를 가미하는 것은 당연지사고요. 전달력 조절의 주안점은 유용성에 관한 내용을 대폭 강화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번 주의 주제였던 철학 쓸모있음과 철학적 사고의 일상적 실천거리들을 전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는 모두 지난 주 수업에 대한 성찰의 결과였죠.


반응들을 보니 지난 주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조금 과장되고 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지난 주에는 멘붕, 이번 주는 "어?! 인문학이 이런 거였어?" 였습니다. 조금 어려웠지만 도전적이었다는 지난 주와는 달리 어제는 인문학의 재미와 흥미 그리고 의미도 얻었다는 반응이 많았죠. 한 분은 "인문학과 썸타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지난 주와 이번 주의 수업에서, 인문학이 그분께 밀당을 시도했나 봅니다. 내 것 같기도 하던 인문학이 멀어졌다가 결국 내 것이 되는 썸이라면 멋진 일이겠죠.


돌아오는 길이 피곤했지만 마음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다 어제 일을 기록하면서 다시 한 번 기쁨을 음미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제와 같은 하루를 선사해 주셔서. 다음 주 수업도 아름답기를." 이런 기도도 드렸네요. 그리고 다시 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진득하게 공부하고 인문 정신을 실천할 제 삶의 현장으로! '진득하게'라는 말은 페북과 일반 강연은 자칫 진득함을 놓치게 만들 수 있어서 스스로를 경계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표현입니다. 진득한 공부, 이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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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제자리를 찾아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집필을 재개해야 하고('그날' 이후 2주 동안 조르바 원고가 멈췄거든요) 집안 정리정돈도 필요합니다.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삶의 활력도 찾고 싶네요. 쓰다보니 집필 재개가 급선무네요. (어쩌면 '사랑'이야말로 제게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마음을 열어놓고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올해는 와우 TMT와 와우 세미나도 놓치지 않고 진행할 겁니다. 그리고 제자리를 찾아야 할 또 하나가 있죠. 이 블로그 말입니다.


3년에 걸쳐 두 명의 친구가 제 곁을 떠났습니다. (그 사이 연인과의 이별도 있었네요.) 두번째 친구와의 사별 후였습니다. 이 블로그에 손을 놓기 시작한 때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저려 옵니다.) 십년을 꾸준히 이어온 블로그인데 일년 여의 시간 동안 포스팅이 뜸했었죠. 여기 들어오면 자꾸 옛 생각이 나서 힘들더라고요. 시작해야지, 시작해야지,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월이 훌쩍 지났더라고요. 그새 페북에다 글을 쓰긴 해도 거긴 이곳과는 다른 공간입니다.


페북이 광장이라면 이곳은 내 방 같은 느낌입니다. 혼자만의 방은 아니지만 시선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씁니다. 소수의 벗들과 함께 이야기를 노닥거리는 공간이랄까요. 또 하나 다른 점은 포스팅의 길이입니다. 페북 포스팅은 짧게 쓰려고 합니다. 광장에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갑니다. 거기 서서 오래 얘기를 나눌 수는 없죠. 여기에선 글 길이에 대한 부담감이 덜합니다. 혼자 중얼거리는 느낌도 들고 내 근황을 듣고 싶어하는 친한 벗과 함께 있는 기분도 들어서 참 편안합니다.


당장 활발한 포스팅이 시작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을 다시 가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럴 에너지도 조금 있고요. 지인들은 '브런치'를 시작하라고 조언하지만(저도 그 얘기에 수긍하고 요즘 뜨는 매체 활용에 공감하지만) 저의 결론은 다시 이곳입니다. 언젠가 브런치를 하더라도 이곳을을 가꾸는 일은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브런치나 페북 포스팅이 여행이라면 왠지 이곳은 편안하고 즐거운 나의 집과 같은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노트북 하드디스크 손상으로 원고와 강연 자료 등을 모두 유실했을 때 '남은 글은 블로그 포스팅 뿐이구나' 하고 망연자실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와우 3기가 "티스토리 한 번 해 보세요"하고 권하던 순간도 기억나네요. 따뜻하고 정겨웠던 댓글 교류는 지금 생각해도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방치된 기간 동안 발길이 뜸해졌지만 조금만 가꾸면 다시 누군가의 발걸음이 찾아들지 않을까 하고 기대도 합니다. 아주 소수여도 괜찮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나 자신과 가장 먼저 대화를 나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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