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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야기/낭만 유럽여행'에 해당되는 글 63건

in Leipzig

9월 03일 오후 7시 10분 도착

9월 06일 오전 11시 15분 떠남

 

드레스덴을 떠나 라이프치히 행 ICH 열차에 몸을 실었다.

쾌적한 열차로 1시간 15분을 달려 라이프치히에 도착했다.

라이프치히 역사는 엄청 컸다. 독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역사란다.

역사 내에 큰 쇼핑센터가 있어 아주 편리했다.

높은 천장에 지하 2층까지 이어진 쇼핑몰의 사진 몇 장을 서둘러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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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중앙역 전경

 

서두른 까닭은 오늘 밤 저녁 식사를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서다.

서두른다고 해도 조금 걸음을 빨리 하는 것이지

성미 급한 사람들의 ‘천천히’ 만큼도 안 될 것이다.

여행자인 나의 걸음은 ‘느릿느릿‘고,

거리를 둘러보는 시선은 늘 ‘두리번두리번’이어서

남들이 보면 내가 서두르고 있는 중임을 전혀 모를 것이다.

 

라이프치히에 들어선 오늘부터의 여행 테마는 ‘괴테‘다.

독일에는 괴테 가도가 있다. 여행 상품으로서의 ‘괴테’는 강력하고

독일 국민들의 괴테에 대한 자부심 역시 대단하다.

앞으로 독일인의 괴테 사랑과

여행지 곳곳의 괴테 테마를 소개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라이프치히는 괴테가 대학 시절을 보낸 곳이다.

괴테는 라이프치히 대학을 다녔고,

중심가에는 괴테가 자주 다녔다는 술집이 있다.

오늘은 바로 그 술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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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AO 호스텔

 

역사에서 나와 미리 장소를 확인해 둔 AO 호스텔을 찾아갔다.

외양도 깨끗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시실이 좋아 마음에 쏙 들었다.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침대인데,

내가 묵는 내내 옆자리에 아무도 오지 않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가격 또한 하룻밤에 12유로라니. 와우. 대단히 저렴한 가격이다.

(베를린에서 13유로 묵었던 곳이 제일 저렴했는데, 시설도 저렴했다.)

좋은 숙소 덕분에 아주 좋은 기분으로 아우어바흐 켈러로 향했다.

가는 길에 메일을 보내 준 와우팀원에게 메시지 하나를 녹음했다.

 

이럴 때에는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이 좋다.

멀고 먼 그 곳에서 보낸 메시지는 몇 분만에

내가 있는 이 곳으로 전달된다.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

나는 거리를 걸으며 몇 마디를 녹음한다.

이것은 오늘 밤 인터넷을 통해 다시 그 곳으로 보내질 것이다.

이 편리한 기계적인 소통 방식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점점 외로워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통의 핵심은 접근의 용이함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솔함과 열린 태도여서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도시의 중심가, 니콜라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고풍스런 건물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여느 때 같으면 잠시 멈춰 서서 건물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었을 터인데, 멈추지도 않고, 오히려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가슴이 조금 두근거릴 정도로 흥분하고 있음을 느낀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술집에 가고 있기 때문이다.

 

술꾼이 아닌 내가 술집에 간다고 이리 기쁠까!

그건 여느 평범한 술집이 아니라,

괴테가 쓴 명작 『파우스트』의 무대가 되었던 명물 술집이기에 그렇다.

1525년 창업한 '아우어바흐 켈러 Auerbachs Keller(이하 켈러)‘.

나는 지금 켈러로 가는 길이다.

 

 

아우어바흐 켈러 Auerbachs Keller

 

켈러는 놀랍게도 최신식 쇼핑 아케이트 내에 있었다.

라이프치히에는 파사주(아케이트)가 많은데

켈러는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메들러 파사주에 위치하고 있었다.

메들러 파사주 맞은 편에는 고풍스러운 구 시청사가 있었지만

나는 그야말로 슬쩍 훑어보기만 하고 서둘러 켈러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조각상 두 개가 있다.

켈러는 지하에 위치했는데, 입구가 두 개다.

각각의 입구에 있는 조각상은 『파우스트』의 등장인물들이다.

아쉽고 조금 부끄러운 사실이 상기되었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게다.

그래서 저 등장인물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내가 괴테의 통찰에 처음으로 감탄한 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라는 책을 통해서다.

1774년 발표한 작품이니, 괴테의 나이 26세 때다.

 

괴테의 『파우스트』 (이인웅 번역본 추천)



『파우스트』는 괴테가 23세 때부터 쓰기 시작하여

죽기 1년 전인 1831년에 완성한 평생의 대작이다.

켈러에 온 것은 『파우스트』의 이런 명성 때문이다.

켈러에서의 체험이 책을 더욱 생생하게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게 된 것은

글을 쓰는 지금 드는 생각이고,

켈러에 있을 때에는 약간의 후회를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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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바흐 켈러 입구 조각상


입구에 걸린 사진과 조각상의 사진을 찍느라

켈러에 들어가기 위한 개인적인 기념식에도 시간이 걸렸다.

몇 장의 사진을 찍은 후, 나는 켈러에 들어섰다.

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홀을 가진,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의 레스토랑 분위기였다.

나는 작고 조금은 허름한 느낌의 술집을 예상했었는데,

현대식의 레스토랑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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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바흐 켈러 내부

 

아무렴 어떤가. 내 예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은 세계 문학사의 걸작품에 등장하는 무대란 말이다.

나는 흥분과 설렘으로 주문했다.

사실, 오늘 저녁 식사용 비용은

드레스덴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이미 써 버렸다.

말하자면, 하루에 두 번이나 비싼 식사를 할 순 없다는 게다.

(나의 하루 식사비는 석식에 20유로 내외,

조식과 중식을 합쳐 10유로 이내로 떼우는 식이었다.)

 

오늘은 예외다. 나는 켈러에 와 있으니까.

12유로에 해당하는 요리와 맥주를 시켰다.

식사가 나오는 동안, 나는 술집 내에 있는 기프트샵으로 갔다.

『파우스트』와 괴테를 기념하는 선물용품과 책들이 있었다.

책을 뒤적이다가 결국 켈러의 역사를 담은 책을 샀다.

한국어 제목은 『아우어바흐 켈러 연대기』정도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산 까닭은 유일하게 영어로 된 책이기 때문이다.

다른 책은 모두 독일어인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어로 번역된 『파우스트』를 사고 싶었는데 말이다.

여행 때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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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바흐 켈러 기념품샵


책을 샀으니 마음 놓고(^^) 기념품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사진을 대놓고 찍지 못하는 소심함 때문에 돈이 든다. 헉.)

무엇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떤 문서도 찍고,

괴테 인형도 찍고, 책들도 찍고.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자리로 돌아가려는 길에, 나를 발견한 직원이 무슨 말을 전한다.

아마도 식사를 하라는 얘기 같았다.

자리로 돌아갔더니 직원이 바로 식사를 가져다주었다.

내가 없어 기다렸던 게다. 고마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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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맛났던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

 

맥주 맛은 잘 모르겠지만, 식사는 매우 맛있었다.

아쉬운 것은 『괴테와의 대화』를 숙소에 두고 온 것이다.

맥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책을 읽어야지, 라는 계획이었는데...

그런 호사를 포기할 순 없다. 내일 또 오면 되지. 뭐. ^^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고함을 지른다.

빨간 망토에 빨간 장갑, 빨간 뿔을 단 사람이 등장했다.

『파우스트』의 등장인물이었다. 켈러 내에서 펼쳐지는 공연이었다.

독일어로 한참 진행되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당연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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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바흐 켈러에서의 공연 주인공

 

이튿날, 니콜라이 교회와 라이프치히 대학을 돌아 본 후

점심을 소시지로 해결하고 나는 다시 켈러로 향했다.

『괴테와의 대화』를 들고 오는 건 잊지 않았다.

작은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책을 꺼냈다.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켰는데 썼다. 필스임에 분명하다.

(필스 : 필스너(Pilsner)를 흔히 부르는 말. 내가 별로 안 좋아했지만

독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맥주라기에 조금씩 정을 붙이고 있는 맥주임.)

 

낮 시간에는 의외로 손님들이 별로 없었다.

맥주 한 잔을 시켜도 덜 미안할 정도로 말이다. 내게는 다행이다.

나는 편안히 『괴테와의 대화』를 읽었다.

딱 20페이지를 읽었는데, 지금 다시 펼쳐보니 메모가 많다.

집중이 잘 되었는지, 의미 있는 장소여서 그랬는지

아무튼 아주 유쾌한 독서 경험이었다.

'예견'에 대하여 에커만과 괴테가 나눈 대화는

다음 와우 수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체크해 두었다.

 

짤렌 비테!

점원에게 웃으며 한 마디를 건넸다.

여행 떠나기 전에 독일에서 살았던 와우팀원에게 배운 독일어다.

정말 몇 마디 할 줄 모르는데, 활용할 때는 자신 있게 말한다. ^^

뜻은 간단하다. Check, please. 계산해 달라는 게다.

2.50 유로였고, 3유로를 주었다. 50센트면 20%를 팁으로 준 게다.

그러면서 컵받침 하나를 얻을 수 있냐고 물었다.

어제도 팁을 조금 많이 주었던 그 점원이어서 희망이 있었다.

한 개면 되냐는 점원의 말에, 물론이라고 대답해 놓고선 금방 후회한다.

두 개 달랄 걸. 그런데 점원이 두 개를 챙겨 주었다. 고마운 그.

조금 많은 팁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

(원래도 아깝진 않았다. 서로 기분 좋게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켈러에서 나오며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30분이었다.

아우어바흐 켈러 방문 기념이 될 컵받침과

『괴테와의 대화』를 가방에 소중히 챙겨 넣었다.

오후 일정이 괜히 기대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음 여행지를 향했다.

 

 

<아우어바흐 켈러에서 쓴 단상들>

 

1) 수백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영업을 한다는 게 참 신기하다.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 문화와 기술력 좋은 건축술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그들은 도로를 닦고 건물을 세울 때 도대체 몇 년 후를 내다보는 것인지?

 

2) 괴테가 이곳에서 술을 한 잔 했다는 말인가.

내가 바로 그 술집에 내가 들렀단 말인가.

기념품으로 책 한 권을 샀고, 책자(요리와 키친에 대한 이야기)를 둘러보았지만

『파우스트』를 모르니 감동이 적다. 알아야 느낀다.

유럽 여행에는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역사와 인물에 대한.

괴테가도는 괴테의 작품을 읽고 난 이후라면 좀 더 흥미로울 것이다.

 

3) 공부하기 about

합스부르크, 드러커, 괴테, 니체, 실러, 베토벤, 유럽 건축술, 유럽 중세사, 영어, 프라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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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in Frankfurt

9월 12일 오후 18시 41분 도착

9월 14일 오후 16시 15분 떠남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저녁 7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빠져나왔다.

나의 성능 좋은 방향 감각은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카이저 거리로 향하는 나의 직감은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행복한 인생살이의 비결은 정체성과 방향성을 알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 어느 한 단어도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정체성 : 나는 누구인가?

방향성 :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누가 이 질문에 대하여 쉽게 대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행인 것은 대답을 빨리 찾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젊은 날에는 질문에 답을 해야만 회사에 입사하는 줄 알았고

답을 가져야만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줄 알았다.

이제는 안다.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이란 걸.

삼십 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갖는 것도 빠른 것이란 걸.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것은 보기 드물고 얻기 힘든 심리학적 성과다.”

 

『동기와 성격』이라는 훌륭한 저술을 펴낸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말이다.

정체성과 방향성은 평생에 걸쳐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낯선 곳에서는 자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여행도 이 두 가지의 단어를 알고픈 소원에 맞닿아 있다. 


중앙역 정면의 길을 건너면 바로 카이저 거리다.

중앙역 맞은편으로 보이는 금호타이어 영어 간판이 반갑다.

카이저 거리, 우리말로는 황제의 거리이니

대도시로 들어가는 메인 도로의 이름으로는 제격이다.

카이저 거리에 들어서는 순간,

두 시간 전까지 머물렀던 바이마르와는 다른 곳임을 느낀다.

 

바이마르에서 6박 7일을 머무르면서

트램이나 버스를 탄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고 보니, 그 작은 도시에는 지하철도 없었다.

관광 명소들도 대부분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곳들이었다.

 

프랑크푸르트는 큰 도시다.

카이저 거리에 들어서며 그것을 실감하게 된다.

동양인들도 많고 흑인들이나 중동 지역의 사람들도 많다.

책에서 읽지 않았더라도 프랑크푸르트가 교통의 허브임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플랫폼

 

카이저 거리는 나의 상상과는 달리

고급스럽고 깨끗한 거리가 아니었다.

술 취한 행인들이 보이고, 걸인들이 많았다.

여럿이 모여 다소 무서운 분위기가 형성된 불량스러운 패거리도 보였다.

 

반갑게도 길을 건너자마자 <프랑크푸르트 호스텔>이 나타났지만,

미리 검색해 둔 <Easybed24>를 향하여 걸어갔다.

조금 더 저렴하고 인터넷도 무료인 호스텔이다.

카이저 거리와 직각으로 만나는 Morsel 거리에 있으니 멀지 않다.

Morsel은 첫 번째 사거리에서 만나는 거리다.

 

Morsel 거리의 번지수를 따라 좌회전하는 하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화려한 네온사인은 모두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이다.

사실, 별로 자극되지는 않았다. 살짝 긴장했기에.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인들과

남자 호객꾼들을 지나치며 걸어갔다.


워낙 평화롭고 조용한 곳에 있다 왔기에

약간 긴장은 했지만, 무섭거나 염려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함부르크의 유명한 환락가를

대담하게 걸어 다녔던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들 가게들은 어떤 곳인가 하는 호기심이 자극되기는 했다.

선하게 보이는 흑인 호객꾼이 나의 호기심을 간파했나 보다.

저들의 독심술은 배울 만하다.

 

나는 못 이기는 척 하며 가게로 들어가고 싶었다.

가게 안에는 혹시 거리에 나온 여인들보다

더 과감히 노출한 여인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맙게도(?) 나를 붙잡은 남자와 여인이 나를 가게 안으로 끌어들였다.

안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높은 칸막이가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는 것 밖에는.

술자리인지, 남성 접대룸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바가지를 쓸 지도 모를 일이었다.

잠시 들어갔다 나왔던 유흥 주점

 

호기심도 있었고, 일탈에 대한 욕망도 일었지만,

무서움과 바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웃으며 거절의사를 밝혔다.

내 팔에 힘을 주고 있는 남자를 뿌리치고 나왔다.

영어를 잘도 하는 흑인에게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오겠다고 했다.

남자도 직감했으리라. 내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걸.

빠져 나왔다. 다시 숙소로 걸어간다.

 

나는 여행자다.

내 안에는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는 모험심도 있었다.

그리고 일탈에 대한 욕망도 있었다.

나는 생각할 수 있는 두뇌도 가졌기에 이성적 존재지만,

여인을 안고픈 아랫도리도 가졌기에 욕망적 존재이기도 했다.

 

무섭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바가지를 쓰지 않을 자신이 있었더라면

나는 여인들의 젖가슴을 쳐다보며 술을 마셨을까.

누구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선 덕분에 도덕성을 획득하기도 한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우리는 덜 도덕적인 사람이 되곤 하니까.

여행지에서의 일탈이 보다 쉬워지는 까닭이다.

어쨌든 54일 간의 유럽 여행에서, 나는 나를 지켰다.

 

여행자는 욕망을 지닌 존재다.

모든 여행지는 여행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과

여행자의 호기심과 모험심을 만족시켜 주는 것을 함께 지녔다.

여행자는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는 겸손함을 지녀야

자신의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자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거리를 걷는 것이지

욕망을 자극하는 곳을 드나드는 것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니짜 산책로



우리는 인생 여행자다.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지금 주어진 일에 몰입하여 업무를 하나씩 해내며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발견해 가는 여행자다.

무얼 하며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친구들에게 하소연하면서도

인터넷 앞에서는 연예기사나 음란 사이트를 드나드는 것은

유익한 여행을 방해한다. 그런 일을 할 바에는 차라리 잠을 자는 게 낫다.

 

가게에서 빠져 나와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다.

조금 있으니 흑인 청년이 들어왔다.

(방금 전의 그 사람이 아니라, 룸메이트다.)

호스텔에서 흑인과 함께 방을 쓰는 건 처음이다.

유혹을 이겨내니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난생 처음, 흑인과 길게 몇 마디를 나눌 수 있는 기회.

그는 따뜻하고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낭만 유럽여행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Posted by 보보


2009년 9월 29일.
나는 밤을 날아 한국에 도착했다.
홀가분하게 떠나 54일 동안 자유로이 여행했다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귀국했다.

세상에 한국어가 난무하는 곳이 있다니.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있는 곳이 있다니.
두 귀로 한국어를 듣고, 두 눈으로 한국인들을 바라보니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여행을 시작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 곳'을 여행한 목적은 '이 곳'에서의 삶을 위함이었을 느낀다.


사람들은 긴 여행이라고들 하지만 내게는 짧은 여행이었다.
퍽이나 즐거웠고 깊은 깨달음의 순간들이 많았다.
예상했던 외로움은 나를 찾아들지 않았고
여유와 배움이 가득한 날들을 보내며 기뻐했다.
나는 기대했던 것보다 혼자만의 여행을 더욱 잘 즐기는 사람이었다.

어떤 배낭여행자들은 이제 풍광도 지겹다면서 집이 그립다 했다.
사람에 따라 지겨움의 풍광은 성당, 거리들, 고성 등으로 목록이 바뀌었다.
나는 두 달을 더 여행하라고 해도 떠난 모습 그대로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의
호기심과 체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히려 여행의 매력에 더욱 빠져 있었다.
여행의 말미에 발생한 불미의 사건으로 흠뻑 울어 감성까지 맑은 상태였다.

허나, 돌아와야 했다. 10월부터 약속이 있었고, 기다리는 가족도 있었기에.
아쉽지 않았다. 나는 또 훌쩍 떠날 궁리를 할 테니까.

마음 속에 독일이라는 나라가 깊이 새겨진 여행이었다.
나는 독일의 14개 도시를 방문했다. 길게는 한 도시에서 여섯 번의 밤을 보내었다.
지도와 안내 책자를 팽개치고 그저 나의 마음을 따라 하루를 걷기도 하고
볕 좋은 날이면 공원에 드러누워 한 동안 책을 읽으며 깨달음을 책의 여백에 적기도 했다.
도서관을 찾아 들어가 파란 눈으로 책을 읽는 그들을 따라 내 눈에 불을 켜기도 했다.
머무르고 싶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아쉽지 않을 만큼은 머무르며 독일을 여행했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 궤적이 남는 것은 그가 온 몸으로 지났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독일에 대한 애정이 깃든 것은 나 역시 온 몸으로 독일을 여행했음이리라.

독일 비스바덴에서 점심식사와 함께 마신 맥주


내가 여행을 퍽 좋아함을, 여행을 통해 배우기를 즐기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일처럼 하는 사람도 아닉, 휴가처럼 마냥 누워 쉴 수 있는 사람도 아님을 알게 됐다.
배낭에 짓눌린 나의 어깨에 힘을 넣는 방법이 휴식 뿐만 아니라, 
도서관에 들어가거나 위인들의 박물관을 관람하는 일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언제, 어디에서 무얼 해야 달콤한 낮잠에 빠져 들 수 있는지,
이 만큼의 음식을 먹으면 얼마만큼의 거리를 걸어갈 수 있는지,
어느 때 마신 맥주가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지 알게 됐다.

나는 보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돌아가니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이 생겼다.
나는 좀 더 잘 뒹굴거리면서 보다 잘 배우는 여행의 묘수를 알고 싶다.
'삶은 여행'이라는 비유를 더욱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내 나라를 잘 알아야 여행지에서의 배움을 더욱 깊이 할 수 있고
이 곳에서의 적용과 도약을 더욱 잘 이뤄낼 수 있음을 절감했다.

나는 대한민국과 한국인들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내가 만들어내고픈 나만의 개인 세계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유럽의 '그 것'을 보며 한국에 있는 같은 '그 것'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곤 했다.
한국의 '그 것'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잘 몰라 비교할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만약 여행자 앞에 '좋은'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수 있다면
좋은 여행자는 분명 자기 나라를 제대로 둘러 본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신이 난다.
오늘부터 한국 여행이 시작되었기에.
오늘은 꽤 오랜 동안 머물 서울 여행의 첫 날이다.
첫날 밤이란 설레고 떨리는 법이다.
안을 그대가 없어도 품은 꿈이 있다면 흥분하고 설렐 수 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아직 시차적응이 덜 되어 말똥거리는 두 눈이 반갑다.
음악이 깃든 밤, 나만의 공간, 이 모든 시공이 고맙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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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보보

드레스덴 중앙역

in Dresden

9월 01일 오후 2시 45분 도착

9월 03일 오후 5시 54분 떠남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드레스덴 중앙역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은 라이프치히에서 묵을 것이다.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하루 종일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사라지자

하늘이 파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구름에 낯을 숨겼던 햇살도

잠깐씩 고성을 비출 때마다

기품 있는 고성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잠깐 멈춰서서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이 맑아지고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배낭의 무게도 거뜬하게 느껴지다니.

문득, 짐을 모두 맨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드레스덴 성을 배경으로 찍고 싶지만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츠빙거 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츠빙거 궁전 정원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있나.


츠빙거 궁전에서 셀카



츠빙거 궁전의 정원을 가로 질러 반대편 문으로 향한다.

잠시 후, 문에 도착하였으니 이제 츠빙거 궁전과도 안녕이다.

뒤를 돌아보아 작별 인사를 하는데 궁전의 건물이 참 예쁘다.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다.

하루에 두 번씩이나 사진을 찍다니, 드문 날이다.

그런데, 그 남자. NO 라고 한다. 거절당한 건 처음이다.

무슨 일이 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별 도리가 없어서 홀로 사진찍기를 시도한다.

타이머를 맞춰 두고,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른다.

저만치 달려가서 포즈를 취한다. 하하하.

혼자 잠시 동안 즐겁게 놀았다.

서너 번의 왕복 달리기를 하는데

No의 남자가 쳐다 본다. ^^

나는 쑥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더욱 좋아진 기분으로 중앙역으로 Go~!


중앙역은 여러 번을 물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유람선 선착장에서 이리 저리 둘러보며 오다 보니

20분 정도의 거리를 50분 정도 걸려서 왔다.

무건 배낭을 배고 30분 이상을 걸으면 어깨가 아파온다.

한 시간 가까이 걸으니 팔에 감각이 약간 둔감해질 정도가 된다.

어깨가 조금 결리지만 즐거움은 여전히 나를 감싸는 중이다.


중앙역으로 걸어오는 길은

드레스덴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버스나 트램을 타기보다 걸어가기로 선택한 것은

차비를 아끼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중앙역으로 이어지는 프라거 거리 곳곳을 눈에 담으며

마지막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다.

프라거 거리



이럴 때, 가슴 찡한 느낌이 찾아든다.

'내가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지 못한 명소나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한탄이 아니다.

세상에는 가고 싶은 곳도 많고, 인생을 살며 하고 싶은 일도 많으니

다시 이곳에 올 시간적 여유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다.


의문은 곧 아쉬움으로 바뀐다.

다시 못 올지도 모를 이곳에서 즐겁게 보내었는지,

자세히 보아야 할 곳을 무심히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최고의 명소를 모른 채 주변만 서성인 것은 아닌지.


다시 못 올 이 곳을 향한 애정이

떠날 무렵에야 찾아온다는 것이 얄밉다.

뒤늦게 깨닫는 인생의 지혜는 늘 얄밉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지나간 어제를 아쉬워하며 살 순 없다.

얄미워할 수 있음은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깨닫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성장하는 사람은 어제에 대한 아쉬움을

새롭게 명명해야 한다. 그것은 후회가 아니다.

얄밉기는 하지만 미움이나 분노도 아니다.

그것은 질투일지 모른다. 더 나은 나를 향한 질투.

혹은 열정일지 모른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열정.


드레스덴이 다시 못 올 도시라면,

이것은 오늘 하루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루는 다시는 갖지 못할 시간이다.

내일 하루가 똑같은 24시간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날짜가 달라진 엄연히 다른, 새로운 하루다.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 도시를 떠나며

다시는 갖지 못할 오늘 하루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드레스덴은 이렇게 나를 떠나보내면서까지

한 가지의 교훈을 가슴에 쥐어준다.

인상 깊은 도시다.


*


[덧]

아쉬움은 반가운 감정도 아니고 생산적인 감정도 아닌 듯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쉬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다.

때로는 이 아쉬움과 서운함을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싶기도 하다.

세상에는 아쉬움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기에

그들은 나의 섬세한 이 감정을 만져주지 못한다.

사람은 서로 다르고, 다름의 차이를 순간마다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다.

허나,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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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는 너무 높아 볼 수 없고

기차, 자동차에서는 너무 빨라 볼 수 없던

아름다운 풍광과 사람들의 모습이

배를 타고 유유히 흘러가니

지긋이 바라볼 수 있구나.


의미 있는 옛 건물이나

특별한 장소를 지날 때마다

가이드의 설명이 곁들여지니

조금 더 제대로 보게 된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것이

천천히 보니 관심이 생기고,

설명을 듣고 보니 의미가 된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사람들이 들이키는 맥주도 시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대화가 흥겨우니

나는 굳이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좋다.

엘베강을 따라 그저 흘러가는 것만도 좋다.

어디든지 흘러가고 싶은 이 기분.


어디에 도착한들 어떠하리.

나는 여행자인걸.

도착한 곳이 곧 나의 여행지인 걸.

언제 도착한들 어떠하리.

나는 여행자인걸.

기다리는 이 없어 자유로운 여행자인걸.


삶은 이러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강 위에 물 흐르듯이

물 위에 배 흐르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늘에 구름처럼

여유롭고 넉넉하게.

살랑살랑 가을바람처럼

유쾌하고 시원하게.


교훈 1) 여유를 놓친 속도는 무상하다. 삶은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것이다.

교훈 2) 아는 것은 정말 힘이다. 알아야 애정이 생기고, 애정으로 바라봐야 깨닫는다.

교훈 3) 삶은 너그러운 것이다. 힘을 빼고 살자. 실수해도 좋다. 내가 용서하면 그만이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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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의 셋째 날에는 비가 왔다.

잠시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도

잔뜩 흐린 하늘이 '곧 비 올 예정임'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가 그친 순간을 이용하여

드레스덴 성과 성모 교회를 관람했다.


성모교회



성모 교회에는 11시 50분에 들어갔는데,

거의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예배가 있는 날임을 직감하고 얼른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파이프 오르간만 연주하는가 싶었는데 예배였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었지만 설교 시간에 졸음이 왔다.

결국 졸았다. 독일어 설교는 몇 번째 들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오르간 연주가 끝나고 설교가 시작되기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을 빠져 나갔는데,

어찌 그 절묘한 타이밍을 알고 갔을까. 함께 나갈 걸 그랬다.

25분간 설교를 듣다가 결국 나도 나왔다.


성모 교회 주변을 둘러보고 브륄의 테라스를 돌아

가방을 맡겨 둔 드레스덴 성에 갔다.

이제 가방을 찾아 드레스덴에서의 마지막 90분을

브륄의 테라스에서 보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드레스덴성 안뜰의

맥주 한 잔 하기에 좋은 레스토랑을 마다했다.

글쓰기에는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이 좋지만

브륄의 테라스에서 엘베강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런.데.

브륄의 테라스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다니!

곧 빗줄기가 굵어졌다. 배낭까지 짊어져서 뛸 수도 없어 난감했다.

잠시 가늘어진 빗줄기를 뚫고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었다.


점심 식사는 가볍게 건너뛰려고 소시지와 빵을 사 먹었는데

다시 레스토랑에 가다니. (상황은) 안타깝고 (돈은) 아까운 일이다.

전략을 바꿨다. 저녁 비용을 점심에 쓰기로 한 게다.

비도 피하고 끼니도 떼우자는 생각이다.

레스토랑이 아니면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없었다.


비 오는데 마이센행 배가 출발하려나?

어쨌든 선착장으로 가 보자.

비 오는 유람선 여행도 즐거울 것 같다.

위의 한 문장을 쓰자마자 빗줄기가 세졌다.

아이고야.


어쩌지? 비가 너무 오는데.

드레스덴의 마지막 인사, 거창하구만.

결국 비를 맞으며 뛴다.


오후 2시 40분, 유람선 출발 5분 전이다.

이제 엘베강을 따라 마이센으로 간다.

표를 건네며 "마이센으로 가는 거 맞죠?"

라고 물으니 "No"란다. 아니, 무슨 소리를 하시나?


개찰구 직원의 말이 맞았다.

마이센행 유람선은 30분 전, 2시 15분 떠난 것이다.

2시 45분 출발인 줄 알았던 나의 불찰이다.

시간이 남아 레스토랑에서 돈(!) 들여가며

시간을 떼우다 온 것인데 이를 어쩌나?


일단 표를 환불받기 위해 매표소로 갔다.

"제가 배를 놓쳤어요. 환불 안 되나요?"


안 된단다. 표정이 단호하다.

나도 난감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절반이라도 환불해 주시면 안 돼요?"

PLEASE...


여전히 안 된다는 저 무뚝뚝한 표정.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표정 연기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그 표로 지금 배를 탈 수는 있단다.

마이센으로 가는 것은 아니고

90분 유람하고 다시 드레스덴 선착장으로 오는 배.


결국 12유로의 비용이 아까워 이 배를 탔다.

아쉽지만 마이센으로 가는 것은 포기했다.

마이센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엘베강 유람선을

타는 것이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수 밖에 없다.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오늘의 교훈 : 유머와 진실>

1) 타이밍이 중요하다. 앉아야 할 타이밍, 떠나야 할 타이밍을 놓치지 마라.

2) 연기가 미흡하다. 연기를 완성하는 것은 몰입이고, 몰입은 진정성에서 온다.

3) 객관적 정보도 중요하다. 승리의 노하우는 객관성으로 무장한 주관성이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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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츠부르크 성



모리츠부르크 성 근처의

어느 벤치에 앉았다.

『괴테와의 대화』를 읽다가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이 성의 꼭대기에 걸려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제 갈 길을 못가는 듯하지만

잠시 후 다시 올려다보면

구름은 저만치 나아가 있다.


시간의 흐름만큼 전진하고 성장하는

무언가를 볼 때마다

나 역시도 그러하길 바라곤 한다.

그러면서 혼자 기분 좋아한다.


관광지마다 노인 관광객이 많다.

모리츠부르크 성엔 더욱 그런 것 같다.

특히 홀로 오신 남성 노인이 많다.

부부가 함께 와서 손을 꼬옥

잡고 걷는 모양이 제일 보기 좋다.


그리고 모리츠부르크 성은

성 근처에 다가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정문 밖 호수를 사이에 두고

저만치서 보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

성 뿐만 아니라 구름까지

물그림자에 비춰져 멋진 풍광을 빚어낸다.


좋은 곳에 오니 할머니 생각이 나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할머니와 여행 떠날

계획을 세우기도 하며 얼마간의 시간을 보냈다.


오후 1시 30분.

오후에 드레스덴으로 돌아가서 츠빙거 궁전을 보아야 하고

내일은 마이센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조바심이 생긴다. 떨쳐 버리자.

계획이 나를 얽매이지 않도록 하자.


구름이 성의 탑에 잠시 머무르듯

좋은 곳에 이르면 쉬었다 가자.

가만히 머무르는 줄만 알았는데

어느 새 저만치 가 버리는,

구름이 지닌 의외의 빠른 속도로 여행하자.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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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Dresden

9월 01일 오후 2시 45분 도착

9월 03일 오후 5시 54분 떠남


신시가지의 알베르트 광장에 섰을 때 참 푸근한 느낌이었다.

드레스덴은 그렇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엘베강으로 향하는 하우프트 거리는 조용하면서도 쾌적했다.

구시가지로 건너가는 아우구스투스 다리가 나타나면서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엘베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바로크 건물군들의 아름다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마치 프라하에서 카렐교 건너편으로 프라하 성을 바라보는 듯했다.

프라하에서보다 좋았던 것은 관광객이 아주 적다는 것이다.


엘베강 건너로 보이는 드레스덴 구시가지의 명소들



엘베강변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에는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날씨가 참 좋다.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듯 한 날씨다.

저녁 10시, 이 글을 쓰는 지금 반팔을 입고 있으니.


엘베강변을 달리는 자전거



다리 건너 구시가지에는 대성당과 성모 성당 등

극장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늘어선 건물들이

보는 이를 압도할 만한 화려함을 지녔다.

대성당의 화려함과 츠빙거 궁전의 아름다움.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고.

도착한 시각이 마침 해질녘이어서 아름다움이 더했다.


대성당(왼쪽)과 드레스덴 성(오른쪽)



관람 시간이 지났기에 어느 곳도 내부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츠빙거 궁전의 안 마당에는 티켓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다.

나는 그 곳의 어느 벤치에 앉았다.

자연스레 머물러 쉬고 싶은 곳이었다.

궁전 벽 너머로 대성당과 성모 교회 등의 첨탑이 보이고

넓은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오는 벤치였다.

츠빙거 궁전 안에서 본 궁전 외관과 드레스덴 성



나는 그 곳에 앉아 『괴테와의 대화』를 읽었다.

여유롭고 즐거웠다. 이렇게 있다가 저녁을 먹는 것으로

하루 일정을 여유롭게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더 없이 편안했다.

'엘베 강변의 어느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해야지.'




'브륄의 테라스'로 가는 길목에는

색소폰을 연주하는 거리 음악사가 있어 우아한 분위기를 더했다.

드레스덴, 퍽 마음에 드는 곳이다.

관광객은 적고, 화려함은 최고이니

여유롭게 이틀을 지내다 가기에 최적이다.

엘베강 유람선을 타고 마이센을 다녀오고,

가까운 모리츠부르크 성을 다녀도면 금상첨화일 게다. ^^

물론 나의 일정도 그리 진행될 것이다.

- 엘베 강변에 위치한 카페 <VIS A VIS>에서 쓰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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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박물관의 도시라 불리는 그대의 면면을

낱낱이 돌아보지 못해 미안하오.

페르가몬을 방문한 나의 정성을 이해해 주오.


음악과 유흥에 내 몸을 맡기지 못한 건 부끄럽소.

어렸을 때부터 잘 놀지 못하여 쑥스러워 그런 것이니

노여워 말고 이것 역시 넓게 이해해 주시오.

포츠담 광장에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


무엇보다 미안한 것은 포츠담 광장에서

베를린 장벽의 흔적을 보면서도

카이저 빌헬름 교회의 부서진 모습을 보면서도

전쟁과 분쟁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지 못한 것이오.


장벽에 전시된 그림


때론 내가 뒤늦게 곱씹으며 깨닫곤 하니

이번에도 그리 하기를 바라고 있소.

순간마다 그대가 보여 준 의미와 깨달음을

그저 세월에 따라 흘려보내진 않을 것이니 안심하오.


값싸게 맥주를 건네 주어 고마웠소.

넓은 그대의 품에서 잠시 길을 잃은 건 아쉬웠소.

그대가 이리 넓은 줄 몰랐으니

내 준비가 부족한 것이니 그대를 탓하진 않았다오.


언젠가 다시 그대를 만나게 되면

그 때엔 꼭 음악과 함께 하고 싶소.

예술의 도시가 되어가는 그대를 느껴도 볼 것이고

지식으로 준비하여 박물관섬에서 즐겨 볼 거요.

그 때, 이번에 떼어 먹은 빚도 갚을 거요.


한 가지 절절한 깨달음을 안고 가니

그대와의 이별이 그나마 덜 아쉬워 다행이오.

안녕히 잘 지내시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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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베를린대성당은 규모도 거대했지만

화려한 내부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 한 번, 화창한 날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보았더니 성당의 외관은

뚜렷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베를린대성당


자신이 보고 경험한 일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들의 경험은

보통 사람들처럼 얕고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표현해 내고 싶은 대상이 있을 때에

애정으로, 온 감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 한 송이를

예쁘고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감성 뒤에는

오랜 시간과 가까이서 들여다 본 애정이 있었다.


나 역시도 어떤 하나의 명소에 들를 때마다

시간을 들여,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외부 세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해내는 능력이

한창 길러지는 중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베를린대성당의 내부로 들어갔다.

사진기도 없고, 여행 책자도 없다.

그저 눈과 가슴으로 보는 수 밖에 없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아는지는 설명할 수가 없다.

나는 이제 비로소 지각할 수 있는 단계와

설명할 수 있는 단계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으니.

무엇인지 감은 잡지만, 왜 그것인지 설명은 하지 못하는 단계.


성당 정면에는 황금빛 제단이 있고, 제단 위로는 세 개의 그림이 걸려 있다.

가운데에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그림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아기 예수님이 어머니에게 안겨 있는 그림,

오른쪽에는 승천하신 예수님을 그린 그림이다.

예수님의 전 생애를 본받는 것이 신자들이 살아갈 최상의 삶임을,

그것이 바로 성도들의 비전임을 나타내는 듯하다.


'우와, 정말 화려하다!'

성당내부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보았던 성당 중 내부가 가장 화려한 성당이다.

둥근 반구 모양의 높은 천장과 천장 내부에 그려져 있는 독수리 그림,

천장의 사방을 둘러가며 8개의 그림이 걸려 있고,

그림은 각각 황금 액자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8개의 그림을 들여다보려고 눈을 찡그려보지만 워낙 높은 곳이라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촛대의 은은하고 화려한 모습

그리고 벽면과 천장의 아름다운 조각들.

사방을 둘러싼 벽면에 많은 조각들이 있어

스테인드글래스 없이도 화려한 내부를 이루고 있었다.


정면을 바라볼 때 좌측 2층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웅장하고 아주 멋지게 생긴 그것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최고의 파이프오르간인 것 같다.

와, 저렇게 멋질 수가. 어찌 저런 악기를 만들어낼 수가 있을까.

(확인해 보니 7,269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독일 최대의 오르간이었다.)


황금빛과 연한 베이지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내부로 인해

아름다운 여성적인 이미지의 베를린대성당이지만

동시에 규모의 웅장함은 그와 상반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듯했다.

이 모든 예술적 아름다움이 신을 향한다는 생각을 하니

경건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천장 사방을 둘러 가면서 4개의 큰 그림이 있는데

복음서를 쓴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의 그림이었다.

Matthaeus 라고 적힌 글을 처음엔 몰라보았지만

루카스, 요한 등의 다른 독일 이름을 보고

마태의 독일 단어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관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

성당 꼭대기에 가려고 계단을 올랐다.

성당이나 교회의 탑으로 올라가는 길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나는 꼭 계단을 택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에 배움의 기회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듯하나

대부분은 그저 오르는 힘겨움 그 자체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베를린 시청사



와!

역시, 전망대에서는 바람을 맞으며 풍광을 바라 보아야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TV 타워는 203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전망대였지만

내부에서 보아야 했기에 창공의 바람을 맞을 수가 없었다.

또한 너무 높아 시내를 관찰하기에 오히려 불편했다.

전망이 좋으려면 시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서도 곤란하며

너무 높아도 현실감이 떨어져 버린다.

또한 전망대가 폐쇄된 공간이 아닌 개방된 공간이어야 더욱 좋다.


그런 차원에서 베를린대성당은 아주 괜찮은 편이다.

박물관섬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어 중요한 명소를 모두 볼 수 있고

가까이에 있는 시청사와 TV 타워도 보인다.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베를린대성당 위에서 본 TV타워


햇살이 좋아 잔디밭 위에 드러누운 시민들의 여유도 좋고

(아마도 하늘의 공기로 인해) 기분 좋아진 관광객들이

베를린대성당 꼭대기의 좁은 길을 서로 양보하는 모습도 좋고

저물어가는 베를린의 일몰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베를린에서의 하루는 박물관섬을 돌아보고

해 질 무렵에 베를린대성당에 올라

하루 동안 관람했던 박물관을 내려다보면 참 좋을 것이다.

운이 좋아 일몰의 아름다운 빛깔을 만끽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혹 다시 베를린에 오게 되면 하루를 이렇게 보내야겠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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