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가끔은 북미여행 13

For the next generation

[포틀랜드 4일차] 2014년 12월 18일(목) 1. 밤새 여러 번 꿈을 꾸었다. 꿈에서의 날짜는 상욱이가 죽는 날이었다. 상욱이가 분명 살아있었는데, 나는 그 날 상욱이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꿈은 이렇듯 비현실적이다. 어쨌든 꿈 속에서 나는 상욱이가 원하는 물건들을 챙겨서 병원으로 갔다. 나는 긴급했고 다급했다. 그가 원하는 것이 뭐였더라. 꿈 속 장면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물건도 가물가물하고, 그것이 실제 상욱이가 원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의 장면은 카페에 가서 상욱이가 마실 커피를 내가 주문하는 모습이다. 이런 꿈을 여러 번 꾸었고, 내가 구해야 하는 물건은 계속 바뀌었다. 2. 오전 두 시간을 Grendel's Cafe에서 보냈다. (아마도..

내 취향은 호손 쪽은 아니지

[포틀랜드 3일차 저녁] 2014년 12월 17일(수) 1. Canteen 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포틀랜드에 사는 한 사내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예상보다 90분은 더 머물렀다. Corey 라는 이름의 그와 나는 일단 음식 취향이 비슷해서인지 여러 가지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중에는 그의 인생 이야기도 듣고, 나의 최근 힘겨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 우정에 대한 나의 개똥철학까지 그는 아주 사려 깊은 눈빛으로 들어주었다. 사위가 어둑해졌다. 그도 돌아가야 했고, 나도 여행을 이어가야 했다. 여행자에게는 자유가 있다. "근처에 어디 추천할 만한 곳 없어요?" 결국 나는 그의 차를 얻어타고 호손 스트리트 파웰 북스(Powell's Books) 앞에 내렸다. 질문에 대한 친절하고 따뜻한..

포틀랜드 단기거주를 꿈꾸다

[포틀랜드 3일차 오전, 오후] 2014년 12월 17일(수) 1. ‘포틀랜드에 살고 싶다.’ 어젯밤 호텔로 돌아오며 문득 든 생각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몇 달 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생기곤 하는데, 포틀랜드가 추가됨으로써 목록은 이제 바이마르, 상파울로, 몽펠리에, 시드니에 이어 포틀랜드까지 다섯 개 도시가 되었다. (팔라우와 항저우도 끌리지만 강력한 유혹까지는 아니었다.) 포틀랜드의 무엇이 내게 끌림을 안겼을까? 끌림은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다. 머리가 작동하기 전에 몸이 반응하고 감흥이 일어나 끌림을 창조해내고 마니 당연지사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할 때, 이성은 얼마나 무력한가. 중요한 점을 고려하지 못해 잘못 판단하기 일쑤고 종종 무의식에 완패하고 만다. ..

이리도 한산한 번화가라니

[포틀랜드 2일차 오후] 노스웨스트 번화가 중 하나인 펄 디스트릭트(Pearl District)를 돌아다니다. 1. 숙소(Quality Inn)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었다. 퀸 사이즈 베드가 두 개나 있는 객실인데, 이럴 때에는 여행 친구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양가감정이다. 여행은 곧 삶의 일부이기에 함께 하기에 좋은 것들과 혼자 하기에 좋은 것들이 공존한다. 호텔 비용을 지불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식사 때에는 친구가 있으면 좋지만, 시장이나 미술관을 둘러볼 때에는 혼자가 낫다. 나는 지금 침대가 두 개 놓인 객실을 보고 있다. 친구가 떠오른다. 홀로 조용히 차 마시는 이 시간이 좋다. 친구 생각을 지운다. 혼자 치러야 하는 객실료는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가..

하나에 함몰되는 여행

포틀랜드 여행 둘째날 오후, 예상보다 UNION WAY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Steven Alan과 WILL, 단 두 곳을 둘러보았을 뿐인데, 90분이 흘렀다. ‘이런 식으로 여행하다간 하루를 UNION WAY에서 끝나겠군. 하하하!’ 이런 생각을 하며 체크인을 위해 호텔로 향했는데, 하루를 보내고 난 지금은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어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설픈 여행자는 모든 것을 ‘훑고’ 지나간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한두 번 바라보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이해되는 일이다. 어딘가에 오래 머무르거나 무언가를 가만히 응시하기에는, 가야 할 곳은 많고 여행할 시간은 적다. 그래서 잠시 여행을 멈추고 바라보거나 생각하기보다,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혹자는 훗날 자랑하기 위해 찍기도 하..

Ace, Stumptown & Alan

1. 에이스 호텔은 포틀랜드에만 있는 건 아니다. 뉴욕,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나마에도 에이스 호텔이 있다. 홈페이지의 ‘About' 메뉴에는 포틀랜드 호텔의 로비 사진이 제공된다. 호텔 측의 소개에 따르면, 에이스 호텔은 Classic Building을 재창조하여 Bohemia, Affinity(친밀감), Handmade culture를 추구한다. 어느 책자에서는 에이스 호텔을 두고 포틀랜드의 상징이라 표현했지만, 성급한 판단이다. 에이스 호텔과는 다른 가치들(그 역시 멋진 가치들)을 추구하는 호텔이 서운할 테니까. 에이스 호텔은 20~30대 젊은 영혼에게 어울리는 호텔이다. 반면, 히스먼 호텔(Heathman Hotel)은 에이스 호텔과는 다른 점잖은 분위기로 신사들을 만족시킬 것이다. 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포틀랜드 현지 시각. 12월 15일(월) 밤 11시 33분. 1. 포틀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내 여행 짐은 보스턴 백 하나뿐이다. 가방에는 노트북과 카메라,바지와 니트, 세면도구, 여행책자 그리고 충전을 위한 케이블, 휴대용 스피커가 전부였다. 전자기기는 요물이다. 충전기와 케이블까지 챙기면 부피와 무게가 늘어난다. 언젠가는 이들로부터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Unplug Life에 대한 책도 있더라.) 가방은 무겁지만, 10~20분은 들고 다닐 만하다. 시애틀 친구 집에 캐리어를 맡겨두길 잘했다. 포틀랜드 유니온 역에서 에이스 호텔까지는 도보 15분 거리였다. 가는 도중 비가 내려, 서둘러 걸었다. 미국에서 길 찾기는 쉽다. 내 길눈이 밝은 편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다. 구글 지도 AP..

포틀랜드적인 단어들

1. 시애틀에서 출발하여 포틀랜드로 향하는 기차 여행은 네 시간의 ‘긴’ 여정이었다. 2004년 KTX가 개통된 이후, 우리나라에서 4시간 열차 여행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기차 안에서 졸거나 먹거나 생각했다. 의자가 편안하여 잘 졸았고, 열차에서 파는 도시락(터키 데리야키 라이스)을 맛있게 잘 먹었다. 생각만이 지지부진했다. 포틀랜드적인 것은 무엇이 있을까? 포틀랜드를 여행하는 5박 6일 동안, 나는 포틀랜드적인 것들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랐다.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포틀랜드를 꼽았다는데,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체험하고 느끼고 이해하고 싶다. 이것이 어느 날 문득, 포틀랜드 여행을 떠나기로 한 이유다. 나는 포틀랜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태양이 빚어낸 예술처럼

부제 : 내가 일몰을 좋아하는 이유 주말을 외국의 한적한 섬에서 보냈습니다. 지금은 시애틀 여행 중인데, 근교에 사는 친구 부부와 함께 시애틀에서 100마일 떨어진 산후안 섬(San Juan Island)으로 주말여행을 떠났거든요.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 끼어들어 있는 소설을 액자소설이라 부르더군요. 산후안 여행은 시애틀 여행 속에 또 하나의 여행이 끼어든 액자여행인 셈입니다. 여객선을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섬으로 향하는 동안, 태양은 수평선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갑판에 서서, 태양이 빚어낸 ‘일몰’이라는 예술을 만끽했지요. 솜사탕을 길게 늘어뜨린 모양의 구름이 살구빛 태양빛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습니다. 이국의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햇살 좋은 날의 일몰이, 나는 무척 감사하..

사진으로 보는 시애틀 여행

시애틀 여행 4일차, 12월 11일. 오전에는 호텔 근처의 카페에서 글을 썼다. 책을 들고 나갔지만, 글을 쓰고 나니 예정한 시간이 지났다. 서둘러 다운타운 1번가 파이크 스트리트로 이동했다. 친구를 만나 점심식사로 새우와 연어 요리를 먹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명소들, 이를테면 스타벅스 1호점(실제로는 4호점), 생선시장, 워터프론트 등을 둘러보면서 길거리 간식을 사 먹었다. 아침부터 줄곧 내리던 비가 오후에 잠시 그쳐,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의 가장 인상 깊었던 풍광 또는 명소는 아래의 세 가지! 뜻밖의 시간에 조우한 시애틀의 푸르른 하늘! (햇빛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시애틀 센터와 함께 시애틀의 대표 관광지, 파이크 플레이스! (이색 상점들) 시애틀 최고(the highe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