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나름대로 예술만끽 44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2008년 개봉작 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대표작이다. 그의 최고작으로 꼽는 평론가들도 있다. 추석 연휴 첫날, 히로카즈 감독의 세계를 음미하기 위해 홀로 KU시네마테크를 찾았다. 는 가족 드라마다. 특히 부모의 자식 사랑과 자식의 부모 사랑 간의 온도차가 크게 다가왔다. 영화는 울림을 주었다. 가슴에 돌맹이 하나를 얹은 마냥 묵직한 먹먹함과 쓸쓸함을 안고 건대 교정을 거닐었다. 하늘은 흐렸다. 바람이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영화의 여운은 내면에 고스란히 쌓였다. 1. 줄거리 15년 전에 죽은 장남의 기일에 온 가족이 모였다. (장남은 물에 빠진 아이 '요시오'를 구하다 목숨을 잃었다.) 제삿상에 모인 식구는 아버지, 어머니, 큰 딸 가족 그리고 막내아들(차남) 가족이다. 딸네 식구는 저녁을 먹..

인생의 태풍이 지나가고

1.이 따뜻한 영화는 묻는다. "지금 당신은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감독은 희망과 위로와 함께 건넸지만, 이 질문은 내게 송곳이었다. 꽁꽁 묶어놓은 감정의 보따리를 찔러버린 송곳! 작은 구멍은 점점 커져 결국 꾹꾹 눌러놓은 감정들이 쏟아져나왔다. 후회, 아쉬움, 자괴감... 그리고 눈물.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료타'는 과거에 문학상을 수상한 현직 사설탐정이다. (아쿠타가와 같은 저명한 문학상은 아니지만, 제법 팔린 소설이다.) 철들지 못한 캐릭터로 책임감이 빈약하고 자기경영에 서툴다. "결혼 생활에는 어울리지 않는" 료타는 이혼남이다. 아들을 좋아하지만, 매월 양육비를 미뤄 아내의 핀잔을 듣는다. 돈이 없어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전당포에 맡기거나 어머니의 다락방을 뒤진다. 태풍이 몰아친 날..

[고백 프로젝트] 고전 100권 읽기

공지[시즌 1] '고대 그리스의 고전' 특강 일시 : 9월 27일, 10월 04일, 12월 06일 (화요일 19:30~21:30)장소 : 토즈 홍대점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도보 1분)교재 : 수업시 배부되는 유인물수업료 : 5만원 (신한 801-04-851616) / 원격수업 3만원신청 : 입금 후 아래 댓글로 성함, 전화번호, 이메일을 적어 주세요. (제 수업의 기신청자는 성함만 작성. 신규 분들은 정보보호차 비밀댓글 권장) 그리스 고전 특강 3주차 커리큘럼부터 소개합니다. [1주] 고대 그리스의 세계 이해하기 - 고대 그리스의 역사적 순간들- 고대 그리스인의 정신- 고대 그리스인들 [2주] 호메로스와 비극 작가들 (문학 고전편)- 왜 호메로스인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그리스 ..

마약, 여자 그리고 재즈(라는 이름의 헌신)

(부제 : 영화 감상기) 1. 는 위대한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를 담은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다. 베이커는 쿨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와 동시대 인물이고, 웨스트코스트 재즈를 대표하는 트럼페터다. 나에게 쳇 베이커는 이타적이고 명랑한 이미지의 디지 길레스피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우울하고, 방탕하다. 젊은 시절의 그를 두고 잘 생겼다고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눈엔 미남이기보다는 시원한 성격의 호남형으로 보였다. 누구나 멋지게 찍힌 사진 몇 장은 있기 마련인데, 아래는 내가 본 가장 멋진 사진이다. 2. 비밥, 모던, 쿨 재즈 시기까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쳇 베이커를 비켜갈 순 없었다. 관악기만을 따진 나의 취향도 순위를 따지자면, 존 콜트레인, 폴 데스먼드, 스탄 겟츠, 리 모건, ..

기분 좋은 날 재즈 한 곡

"음은 한 번 연주되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다시는 그것을 되찾을 수 없다." 내가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즈 연주의 즉흥성 때문이다. 재즈 악보는 테마와 솔로 애드립의 연주 순서 그리고 코드 몇 개만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정작 관심을 갖는 솔로 프레이징도 악보 상으로는 줄이 길게 그어져 있을 뿐이다. 재즈 뮤지션들은 머릿 속에 떠오르는 대로 연주한다. 서두의 인용문은 에릭 돌피가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던진 말이다. 에릭 돌피는 프리 재즈의 거장으로 불린다. 프리 재즈는 입문자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장르다. 재즈의 형식을 파괴하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장르가 프리재즈다. 그렇잖아도 자유로운 재즈인데, 알듯 말듯한 형식마저 파괴했으니 낯설 수 밖에! 나도 프리재즈에 심취해 보진 못했다. 굳이..

[굿모닝송] 혼자 사는 세상

푸른하늘 5집(1992). 내 학창시절의 감성을 고양시켰던 앨범 중 하나. 1.푸른하늘 5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은 내게 명랑하게 살아갈 에너지를 준다. 노랫말까지 마음에 쏘옥 든다. 이제 우리 마음을 열고 가려진 그 곳을 보아요 알고 있다 생각된 것도 어쩌면 모르는 거야내가 살아가는 동안 겪은 숱한 일 중엔 어떤 표정 지어야 할지 모르는 일 많아 웃음지을까 때로는 화를 내볼까 아무 생각 없는 듯 할까 하지만 이제 우리 그만 생각하기로 해 너무 많은 생각도 때로는 힘든 거야 지나고 보면 모두가 부질없음을 너 스스로 알고 있잖아 지나치는 사람들의 무표정은 싫어 무슨 생각 그리 하는지 자기 안에 있는 스스로를 알려 해도 누구도 하나 느낄 수 없잖아 이제는 가지고 있는 근심도 숨기려 애쓰지 마요 혼자만이 ..

봄이 들린다

봄 - 막스 리히터의 을 듣고 대지가 호흡한다 하늘이 열리고 따사로운 기운이 선녀처럼 내려온다 봄이 자연을 등에 업고 다가온다 달팽이처럼 산골짜기에는 시냇물 졸졸 남녁에서 날아든 새들 찍찍 봄이 들린다 초목들의 미소 파스텔톤 세상 봄이 보인다 잎을 틔운 새싹이 방긋 마음 속 얼음은 사르르 플로라 여신의 지휘에 맞춰 꽃이 피어나고 나비가 훨훨

진정성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시인 김남주는 단 두 편의 시로 나를 사로잡았다. 주말에 도서관에 왔다. 창비시선집을 쭈욱 살핀 것은 김남주 시인을 읽기 위함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모르는 바도 아니고, 상세히 아는 바도 아니다. 노동과 투쟁의 살려고 애썼던 저항시인임을, 그의 시들이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었음을,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이 그의 작품들을 살뜰히 모아 전집으로 간행했다는 사실 정도를 알고 있던 터였다. 나는 본격적으로 김남주를 읽을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해 『사상의 거처』를 뽑아 들었다. 창비시선 100번째 시집이었다. 시집에 실린 첫번째, 두번째 시의 제목이 반갑다. 어쩌면 두 편의 시로 이 시인과 나와의 궁합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제목은 '시에 대하여' 그리고 '예술 지상주의'! 여기 한 시인이 있다. 그에게 시란..

너무나 인간적인 허삼관

인간적인 허삼관, 사랑스러운 일락이. 영화 을 관람한 간단 소감이다. 그러니 나의 소감을 늘이면, 무엇이 인간적인 것인가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기회가 되겠고, 일락이를 향한 애정 표현을 쏟아내는 장(場)이 되리라.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고, 사랑을 표현해서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이렇게 세상에 글 하나를 보내는 민망함을 달랜다.) 1. 허삼관(하정우)은 허옥란(하지원)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마음앓이 하던 허삼관은 삼촌(주진우)에게 물었다. “삼촌, 어떡해야 결혼해요?” “결혼하려면 네가 가진 것을 모두 주어야지.” 가난한 허삼관은 피를 팔아 번 돈으로 허옥란에게 냉면, 만두, 불고기, 향수를 선물했다. 돼지고기 한 덩이도 사주었다.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오늘 제가 쓴 돈이 2천원예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다큐멘터리 영화다. 주인공은 에도 출연했던 노부부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극장에 가는 이유는 영화 관람이지, 다큐멘터리 시청은 아닐 것이다. 대자연을 찍은 다큐멘터리라면 모를까 TV 시청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 시골 배경의 노부부가 등장하는 다큐를 나는 왜 극장까지 가서 보는 걸까? 영화관으로 향하는 길에 머리를 스쳐지나간 질문이었다. 영화는 제목과 포스터가 스포일러다. 사별의 고통이 주요한 서사임을 대놓고 드러낸다. 타격은 아닐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힘은 서사가 아니라, 리얼리티일 테니까. 이 영화를 찾은 이유를 생각하니 세 가지였다. 죽음의 리얼리티를 기대했고, 다정한 노부부가 죽음을 맞는 모습이 어떠할지 궁금했고, 할머니의 애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를 통해 나의 애도 현황을 성찰한다면 보너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