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나름대로 예술만끽 44

<휴고> 재밌는 영화사 이야기

영화 는 한 인물,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영화의 역사에 무지한 내게, 그는 생경한 인물이었다. (어쩌면 영화인들에게도 가물가물한 이름일지도. 하나의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두 그 산업의 창시자를 기억하는 건 아닐 테니까.) 생경한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야말로 를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의 목표였으리라.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발명한 1895년, 조르주 멜리에스는 서른 네살이었다. 마술사였던 그는 영화라는 새로운 기술에 흥분했다. 곧장 카메라를 구입하여 트릭과 기술을 활용한 단편물을 만들었다. 그는 세계 최초의 영화 종합촬영소를 세우는 한편, 500여편의 영화를 만들어 1900~1910년대의 영화계를 이끌었다. 조르주 멜리에스의 만년은 비교적 평범했거나 초라했다. 영화 ..

<후궁 : 제왕의 첩> 영화리뷰

1. 은 내가 본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야했다. 그리고 조여정은 아주 섹시했다. 을 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조여정의 노출신이었다. 하지만, 노출신은 많지 않았고, 조여정의 전라 연기도 수위가 낮았다. 벗겠다고 말한 영화가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할 때 분노와 아쉬움을 느낄 터인데, 은 그렇지 않았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2. 스토리가 흥미진진했다. 영화는 하나의 장면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빠른 장면전환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일부 관객들의 스토리가 허술하고 비약적이라는 평가는, 전개가 빠르다 보니 중요한 한 두 장면을 놓쳤거나 영화를 보는 중에 연결하여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 스토리의 허술함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3. 은 부의 유혹을 다뤘다면, 은 권력의 유혹을 다뤘다. '유혹'..

<황해> 남자를 움직이는 것들

남자를 움직이는 것들 ★★ 2010년 1월 개봉한 란 영화를 보셨는지? 영화는 잔인하지 않다. 피를 흘리는 장면은 하나도 없고, 무서운 흉기나 귀신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는 무서움으로 전율했다. 공포영화나 스릴러를 많이 보지 않아서 이런 말 하긴 머쓱하지만, 는 내가 보았던 가장 무서운 영화다. 며칠 동안, 밤마다 영화 장면이 생각나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어느 날엔,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옷을 주섬주섬 집어 입고 친구 집에 가서 잤다. 무서워서라고 말하진 않으련다. 야밤에 친구가 보고 싶었던 게다. 내가 본 가장 무서운 영화 의 무서움은 일상적이고 점진적이다. 그래서 현실적이다. 영화의 배경은 외진 산장이나 으스스한 분위기의 거대한 저택이 아니라 평범한 가정의 침실이다. (내가 잠드는 방과..

라스트갓파더, 심형래를 위한 영화

라스트갓파더 ★★ 영화를 보는 내내 에머슨의 글이 생각났다. "어른은 자의식으로 인해 감옥에 갇힌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그들의 감정을 고려하느라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한다. 반면, 소년은 어른과는 다르다. "소년은 결과나 이해관계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는다. 제 마음대로 순수하게 판결을 내린다. 오히려 우리가 그의 비위를 맞추어야 한다." (랄프 뢀도 에머슨의 『자기신뢰 Self-reliance』 中) 자의식은 나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자의식 덕분에, 우리는 자신에 대하여 조금씩 알아가고, 다른 사람들과 좀 더 평화롭게 살아간다. 에머슨이 언급한 것은 자의식의 역기능이다. 자의식은 도전의식을 좀먹는다. 프런티어 정신의 소유자, 심형래 영화에서 나온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을 보며, 나는 생각했..

얌전해진 졸리 + 수수한 조니 뎁 = 어중간한 영화

투어리스트 ★★ 얌전해진 졸리 + 어수룩한 조니 뎁 = 어중간한 영화 모두들 섹시하다고 말하는 안젤리나 졸리인데, 나는 그녀가 예쁜 줄 모르겠다. 내 눈에는 그저 평범한 외모 아니, 오히려 날이 선 얼굴선이 다소 부담스럽다. 송윤아나 소녀시대의 서현처럼 부드러운 인상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에서 볼거리는 오직 그녀뿐 이라는데, 그렇다면 나에겐 이 영화는 볼거리가 없는 영화다. 별 두 개를 준 것은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는 예고편을 두 번 보았다. 배를 타고 쫓고 쫓기는 스릴 넘치는 추격신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액션영화인 줄 예상하면 실망할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액션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적응력이 뛰어난 이..

사회의 소수자를 향한 '반짝' 관심

초능력자 ★★★ 영화의 전반부, 아이가 아비를 죽음으로 몰아간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어지는 장면, 어미에게 해코지를 하는 모습도 다소 무서웠다. 속이 메스꺼울 정도였다. 이후엔 다시 그런 장면이 반복되지 않은 것이 내게 숨통을 터 주었다. 영화는 선량한 세 남자, 임규남(고수 분)과 그의 직장 동생들이 등장하면서 밝아진다. 규남은 가진 것 없는 블루컬러 노동자로서 착하고 정의로운 사나이다. 규남을 따르는 두 동생은 외국인 노동자다. 이들 역시 사회의 약자로 지내지만, 선의로 가득한 인물들이다. 별점이 인색한 것은 영화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숨어버린 듯하고, 그래서 결말이 다소 엉성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극장을 나오는 관객들의 반응 중 일부는 엔딩 장면에 대해 "이게 뭐야?"라는 식의 황당함이었다..

고농도 리얼리즘에 감탄한 영화

부당거래 ★★★★☆ 극장을 나오며 든 생각은 인간의 본성을 참 잘 다뤘다는 것이고 집으로 돌아와 한 일은 누가 각본을 썼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각본 박훈정. 각본까지 챙겨 기억하기는 처음이다. 영화가 준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감격적이거나 아름다운 스토리가 아닌 비열한 이야기로 감동을 얻을 수 있음이 놀랍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 준 영화도 감동적이지만, 인간이 얼마나 추할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옮겨 놓은 영화도 감동적일 수 있음을 보았다. 세상의 빛과 그늘을 모두 체험하고 느껴야 균형있는 지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빛과 그늘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항상 반쪽짜리 지혜가 전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를 통해 얻은 것은 재미와 감동 뿐만이 아니었다. 관람 후..

<서울 그 곳은> 장철웅

2002년, 한국리더십센터에 취업하게 되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덧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고, 서울은 고향보다 편안한 곳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요. 첫 몇 년간은 대구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가 한강대교를 지날 때마다 낯설었지요. 타지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그대로 온 몸을 감싸곤 했던 시절입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바로 그 한강대교를 지나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내 집에 왔다. 어서 들어가서 쉬자' 2006년, 2007년 어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가물해서 기억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 이 곳은, 이제는 완연한 제 일상이 펼쳐지는 곳이고 제 꿈이 이뤄져 가는 내 삶의 터전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내가 타지 사람임을 인식하게 되는 곳이 있..

한 가족의 범지구적 민폐기

[2012] 개봉일 : 2009. 11. 12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 존 쿠삭 (잭슨 커티스), 아만다 피트 (케이트 커티스), 치웨텔 에지오포(애드리언 헬슬리) 관람 : 2010년 4월 11일, 관광버스 평점 : ★★★★ 간단평 : 스펙타클한 재난 장면은 정말 압권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걸 후회할 정도로. 짜릿한 스릴과 거대한 스케일을 즐겼음. 반면, 매력없는 주인공 가족 대신 감동적인 몇몇 조연들로부터 희망과 에너지를 얻었음. 누구를 구할 것인가? 이 영화가 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것은 관람 후, 기사를 검색하며 알게 되었다. 롤랜드 에머리히를 재난 영화 전문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지는 않다. 같은 소재지만, 표현하고 싶은 것은 매번 다를 수 있다. 의 소재는 종합재난세트로 구성되..

영화 <타이탄>에게 부족한 2%

[타이탄] 개봉일 : 2010. 4. 1 감독 : 루이스 리터리어 출연 : 샘 워싱턴 (페르세우스), 리암 니슨 (제우스), 랠프 파인즈 (하데스) 관람 : 2010년 4월 9일, 코엑스 메가박스 평점 : ★★★ 간단평 : 올림푸스 신전, 신화 속의 괴물, 신과 인간의 싸움, 장엄한 스케일 등 볼거리가 많음. 신과 인간의 경계 등 생각꺼리도 있음. 그러나, 의 공감각적인 메시지 확장은 없음. ※ 스포일러 있음. 그러나 은 미스테리도 아니고, 시나리오가 치밀하거나 마지막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니 영화 보시는 데에는 무방함. 오전 8시 30분이라는 이른 시각에 본 영화 . 관객보다는 출근하는 시민이 많은 시각에 영화관으로 향하는 기분이 묘했다. 일해야 하는 시간인데, 라는 불편한 마음을 떨쳐 내야 했던 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