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78

억울한 볼 판정을 대하는 법

찬스였다. 5회초 2사 1, 3루, 김현수가 타점을 올릴 기회를 안고 타석에 들어섰다. 직전 경기까지 김현수는 득점권 타석에서 14타수 4안타의 성적을 보였다. 1, 3루 상황에서는 2타수 무안타였다. "오늘 그 기록을 깨주었으면 좋겠네요." 해설자의 희망 어린 말이다. 상대팀 에스트라다는 4회까지 무실점 투구로 호투 중이다. 3구까지 1 스트라이크, 2 볼을 던졌다. 4구는 배팅 찬스였다. 6월 11일 볼티모어 대 토론토, 중반 승부처다. 에스트라다의 네번째 공이 들어왔지만 김현수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볼이라 판단했으리라. 피칭 그래프에도 볼로 찍혔다. 해설자도 볼로 보았지만, 심판은 달랐다. 스트라이크 판정이 되었다. 공 한 개 정도가 빗나간 것으로 보였으니 무리한 판단은 아니었지만 살짝 억울하..

진정성 있는 강사라고요?

"직원 교육과 학습조직화로 나아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사의 아픔까지 오픈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진정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2박 3일의 학습조직화 연수가 끝난 날에 한 참가자가 보내 주신 문자 메시지다. 샤워를 하는데, '진정성'이라는 단어와 '개인사의 아픔을 털어놓은 모습'에 대한 생각들이 물줄기와 함께 내 온 몸을 감쌌다. 나는 무엇을 오픈했던가? 진정성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걸까? 기업의 HR 담당자들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나는 사진 한 장을 보여 주면서 짧은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가족 사진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와 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가 경북 영주 소수서원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아닌 외삼촌, 어..

지금은 늦봄이니까

지금은 늦봄이니까 벚꽃 피고 지고 찬바람 물러간 후 신록이 미소 짓는 5월의 봄이 좋다. 연분홍보다는 초록빛 만춘(晩春)이 좋다 벚꽃이 묻는다 초록빛을 좋아하세요? 초록을 사랑해서도 벚꽃을 미워해서도 아니에요, 지금은 늦봄이니까요. * 시를 쓰고서 내 인생을 들여다본다. 스무 살의 '생기'는 갔다. 서른 살의 '패기'도 옅어졌다. 나는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는 성정을 타고났기에 종종 스무 살, 서른 살을 그리워한다. 나를 구원하는 것은 언제나 현자들의 지혜다. “Seize the Day!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귓가에 맴도는 소리, 내 영혼에 새기고 싶은 금언! 스무 살 육체적 생기로 돌아갈 순 없지만, 마음과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으리라. 쉰이 되어도, 예순을 넘겨도 패기만큼은 잃고 싶지 ..

우선순위를 사는 기쁨

KTX 열차가 마산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4월 1일 금요일 오후 4시 50분, 열차가 멈추고서야 하던 일이 끝났다. 아니,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일을 멈추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잠시 내려놓을 뿐, 일은 끝이 없다. 내가 할 일이 없어 심심했던 때가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있더라도 오래 전의 일이겠다.) 열차를 타고 오는 3시간 동안 하려던 일은 세 가지였다. 그 중 두 가지를 완료했다. 나머지 하나는 7시에 있을 인문학 특강 준비였다. 곧 시작될 강연 준비는 꽤나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일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중요한 약속은 내겐 강연 준비만큼 귀한 일이다. 5분 후, 마산역 앞에서 검은색 소나타에 올라탔다. 와우팀원 분께서 마중 나오셨다. 지난 주..

어느 봄날의 반성과 결심

따뜻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실내 공기를 데워놓았다. 오후 세 시였다. 창문을 열었다. ‘와, 시원하다. 봄이 왔구나.’ 창밖 거리에는 봄의 기운이 완연했다. 사람들의 옷이 밝아졌고 얇아졌다. 여인들은 봄 치마를 입기 시작했다. 이제 곧 벚꽃이 피어날 것이다. 봄의 가객,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들이 들려올 테고.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라는 멜로디가 귓가에 맴돈다.) 가을과 함께 봄은 놀기에 좋다. 나들이를 떠나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공부하거나 일하기는 싫은 계절이다. 봄 햇살을 맞으며 창밖을 보고 있노라니 후회가 밀려들었다. ‘나는 왜 이리 강연들을 많이 받았을까? 봄이 오는지 몰랐단 말인가.’ 물론 모르지 않았다. 봄과 가을이면 강연을 줄이고 여행과 놀이에 비중을 두는 ..

내 호흡이 멈춘 그 날엔

막스 리히터의 '봄'을 들었다. 세상엔 듣자마자 빠져드는 음악들이 존재한다. 리히터의 ‘봄’은 단박에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듣고 또 들었다. 내리 한 시간을 이 음악에 바쳤다. 이후엔 눈을 감고 들었다. 조금 피곤하던 터였지만, 이 비범한 선율을 멈출 순 없었다. 외출 시각이 다가와 스피커 전원을 끌 때까지 두 시간 남짓 한 곡만 들었다.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처음 들었을 때는 감격했고, 네다섯 번 들을 때는 전율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려 하늘로 활짝 뻗었다.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깊게 호흡했다. 세상의 맑은 기운과 대지의 든든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다. 다시 앉아 리히터가 빚어낸 예술을 듣고 있으려니 '이대로 잠이 들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

걱정 말고 꿈을 꿉시다

2015년이 이틀 남았습니다. 소중한 인연들께 문안을 여쭙고 안부를 전하는 요즘입니다. 날마다 한분 두분 소식을 전하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윽해집니다. 연말만이 아닌 연중 내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내년도를 잘 살아갈 비법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오늘은 와우카페에 세 편의 짧은 '송년서신'을 썼습니다. 그 중 하나를 블로그 인연들에게도 전합니다. ^^ 여러분, 건강하고 안녕하신가요? 2015년의 끝자락을 잡고 안부 전합니다. 드라마 이 요즘 화제인가 봅니다. 음악 APP ‘멜론’을 애용하는데 첫 화면에 드라마 OST가 자주 등장하더군요. ('MILK'도 마찬가지고요.) 그 중 는 지난 해 곽진언을 통해 알게 된 노래입니다. 이적이 부른 버전도 좋네요. 가사가 마음을 만집니다. ..

연말연시 & X-mas 이브

연말연시 바람이던가 휙휙 지나가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네 일정과 약속 품은 다이어리는 영혼의 기록과 의미는 담지 못했네 마음은 푸근하니 벗들과 함께한 시간 시간을 채웠던 대화 대화로 영근 그윽함 또 바람이던가 年末이 훠이 흘러가니 年始가 찡긋 살랑이며 살갑게 다가오네 365일 새 날들을 잔나비라고 부르던가 힘써 재주를 부려야겠네 떨어져봐야 하늘을 날지 * 휙휙 지나가는 연말의 날짜들을 보니 매일 일기를 쓰면 좋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화수 3일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월요일 12시간, 화요일 11시간을 사람들과 어울리느면서 보냈다. 수요일에는 용인에서 3시간짜리 강연을 진행했고 저녁에 다시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라고 해 봐야, 나는 막걸리 한 병 또는 와인 반 병이지만.) 그..

고통이 나를 일깨우니

허리를 삐긋했다. 숨이 턱턱 막혀 억, 억 하는 신음이 연신 흘러 나왔다. 희망이 나를 다독인다. 하루 가고 이틀 후면 나을 거라는 소망이 통증 틈에서 숨 쉰다. 친구가 아른거린다. 췌장 속에 팔개월 동안 악성 종양을 품고 살며 절망까지 감내했던 그. 삶의 희망이 사라지면 절망 아닌 공포가 된다. "어젯밤엔 좀 다르게 아팠어. 이번 주일까봐 겁이 나." 요통으로 몸부림치며 어찌할 수 없었던 도망갈 수도 없었던 친구의 공포를 체감한다. 그는 떠났고 해가 바뀌었다.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나의 곁에서 그가 종종 속삭인다. "내 친구가 되어 주어 고맙다." 고통이 나를 일깨운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유대감과 살아있음에 펄떡일 이유를. 살아있으니 겁 먹을 필요 없음을. 고통이 다듬은 감수성으로 푸른 하늘을 ..

새벽 기차

철컥 철컥 두근 두근 새벽 기차가 달린다 나를 품고 약속 향해 어둠 속을 질주한다 해가 솟아 하늘이 밝았고 빵을 먹으니 정신이 깬다 구름인지 물안개인지 분간 못한 차창 밖 신비로움 끼이 끼익 멈춰선 기차가 숨 고르는 어느 시골역 승객을 기다리다 지체없이 떠난다 기다림과 지체의 다름이여, "우리 기차는 잠시 후 창원역에 도착하겠습니다" 정시에 목적지라니! 방향을 알고 달릴 속도를 알아 그리도 편안히 달렸구나 * 기다림은 때가 오기를 바람이다. 목적과 기대를 품은 충만함이거나 간절함이 기다림이다. 지체는 때를 늦추거나 목적도 없이 용기도 없이 질질 끎이다. 기차는 기다림과 지체의 차이를 안다. 승객을 기다리다 이내 지체 없이 달리는 새벽 기차의 행진을 본다. 기차가 뿜어낸 질주하는 에너지는 기다림과 지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