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216

훌륭한 책만을 읽어야겠다!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주머니 속의 돈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돈을 벌지 말자는 뜻도 아니고, 돈의 중요성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돈을 버는 활동만큼이나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살뜰한 관리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섣불리 말하기 전에 주어진 시간을 살뜰히 경영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렇지만 인지상정은 어쩔 수 없다. ‘읽을 책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 말이다. 24시간을 들여다보면 낭비하는 시간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낭비의 틈을 다 메꾼다고 해도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인생의 필멸성과 시간의 유한함이 삶의 본질이니까. 결국 아쉬움을 줄여주는 것은 ‘욕망의 우선순위’와 ‘살뜰한 시간 관리’에 대한 지혜로운 실천..

읽었는데도 몽땅 잊어버렸다

어느 휴일 오후, 느긋한 시간이었다. 양평 서재의 책들을 만지작거리며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다가 밀란 쿤데라의 『향수』를 발견했다. '쿤데라의 책이 여기에 있었구나.' 이 책을 찾았던 것도 아닌데, 반가웠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같은 제목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의 단어라는 사실을, 책 뒤표지를 보고야 알았다. 쥐스킨트 책은 화장품의 하나인 향수(Perfume)였고, 쿤데라 책은 그리워하는 마음의 향수(Nostalgia)였다. ‘쥐스킨트의 『향수』는 읽었으니, 언젠가 밀란 쿤데라의 『향수』도 읽어야지’ 하는 치기 어린 생각을 하면서 뒤표지의 글을 읽었다. "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이다. 괴로움은 '알고스'이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탤지어' 즉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

심장의 두근거림을 듣는 독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책만큼은 읽으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매년 독서 목록이 쌓여간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모든 수상자의 작품을 다 읽을 수도, 읽을 필요도 없지만) 수상자들이 100명을 넘어선 데다 다작하는 작가도 많다. 반면 나는 1인 독서가이고, 읽는 속도도 느려 터졌다. 이것은 자기비하나 체념이 아니다.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독서 목록이 쌓여가는 원인은 또 있다. 나의 문학 사랑이 스스로 기대하는 만큼 깊지 않을 가능성!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문학보다 사랑하는 것들이 많음이 분명하다. 문학보다 더 많은 시간을 주고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문학을 제외하고서도 명저들의 목록은 끝이 없다. 문학만을 사랑하기에는 독서 욕심이 너무 많다. 나의 문학 사랑의 깊이 역시 현실 인식이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발견한 것

고대 그리스 세계를 조금은 안다. 머릿속에는 수세기에 걸친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황금빛 아테네의 지적 유산들을 꿰어 찬 지식 꾸러미가 있다. 최근 수년 동안 호메로스와 비극 작가(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를 읽었다. 플라톤의 대화편과 헤로도토스의 『역사』도 어설프게나마 공부했다. 고대 그리스는 내 독서 인생의 중요한 경유지다. (어쩌면 최종 목적지나 지적 고향이 될는지도….) 아테네 여행을 하다 보니, 첫 문장을 다시 써야겠다. “고대 그리스를 조금은 안다고 착각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모른 채로 그리스에 왔음을 여행 둘째 날부터 절감했다. 헬라어는 알파벳조차 몰랐고, 굿모닝에 해당하는 아침 인사 ‘칼리메라’조차 이곳에 와서야 외웠다. 지역어를 모르고 여행지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여행은 ..

나는 왜 책을 읽는가

부제 : 접붙임을 위한 독서 나에게 독서란, 이해되지 못했는데도 머리를 굴리기 싫어서 계속 책장을 넘기거나 또는 주의가 산만해져 의식하지 못한 채로 몇 줄을 눈으로만 읽었는데도, 무언가 노력하고 있다고 자위하는 기만적 행위가 아니다. 독서를 진지하게 대한다고 해서, 반드시 마지막 장까지 끝내야 하는 의무도 아니다. 독서가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한 성취는 더더욱 아니다. 삶은 때때로 고되고 힘겹다. 그러니 자신만의 유희를 창조하면 좋다. 내게 독서는 즐거운 유희다. 또한 독서는 지적 생활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책 속에 거주한다. 나는 지혜를 찾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쳐 시간을 투자한다. 독서는 실용적인 유익도 제공한다. 자녀를 낳았지만 교육이 걱정인 이들에게, 리더가 되었지..

규율이 빚어낸 자유의 기쁨

1. '오예~! 기쁨이 몰려온다. 나는 자유다. 의무를 완수했을 때의 이 기쁨! 규율이 빚어내는 자유의 이 달콤함!' 나는 책 구입의 자유를 얻었다. 거저 주어진 자유가 아니기에 기쁨이 진했다. 9월 2일 오전, 카뮈의 『이방인』 서평을 쓰고 난 후,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황홀경을 누렸다. 최선의 성실함으로 보낸 날들 후에 만끽하는 휴가처럼, 혹독한 훈련 뒤에 맛보는 휴식 시간처럼, 짜릿한 성취감과 달콤한 자유를 맛보았다. 2.한 달 동안 여섯 편의 서평을 썼다. 지난 달에 구입했던 책값 6만원에 값하는 독서적립금을 모두 쌓았다. 이로써 새로운 책을 구입할 자격을 얻었다. 기쁨이다. 잠시 읽은 책들을 돌아본다. 문학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전영애 교수님을 (비록 책을 통해서지만) 만난 울림도 컸다...

고전 읽기를 위한 7가지 제언

1. 어떤 책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많은 식자들이 인문 고전으로부터 통찰, 지혜, 영감을 얻는다. 인문 고전은 탐나는 영역이지만,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산이다. 유익이 큰 만큼, 지적 임계점이 높다. ‘고전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커야 한다. 진득한 노력을 싫어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일부 독자들은 인문 고전마저 가볍게 읽으려는 마음으로 쉬운 길을 찾는다. 결국 서너 권 만에 고전을 포기하고 본래의 독서로 되돌아간다. 2. 때로는 예술이 길을 안내한다. 영화 는 고전 읽기의 여정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히말라야에 오르려는 초보 산악인들은 우선, 무거운 짐을 지고 북한산을 오르는 훈련을 통과해야 했다. 숱한 훈련..

2016년 지적 생활 중간점검

1. 전기만이 전율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떨릴 정도의 감격을 안기는 책들이 있다. 전율을 선사하는 작가나 사상가들의 책이 그렇다. 몇 줄을 읽다 보면, 감탄하여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게 만드는 이들! 나에게 니체와 푸코는, 영원히 전율의 작가로 남을 것 같다. (20대에는 파커 파머, 피터 드러커, 스티븐 코비가 전율을 안겼다. 구본형, 강준만, 고종석, 김영하도 내겐 전율의 작가였다. 달라스 윌라드와 필립 얀시의 글도 경이로웠다. 30대에는 에리히 프롬, 수잔 손택, 카프카, 호메로스, 벤야민에게서 전율을 느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전율을 선사한 이가 니체와 푸코다.) 2."2016년은 일년 내내 고대 그리스의 고전을 읽었다." 언젠가 '나의 2016년 지적 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

영성으로 밟은 그리스 기행

1. 삶을 돕는 사유와 영성이 깃든 그리스 기행 에세이! 내가 이 책을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그렇다. 그리스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대중적인 교양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림 한 장으로도, 탐스러운 먹거리로도, 묵고 싶은 호텔만으로도 여행은 시작될 수 있다. 저자의 경우는 어떨까? 왜 그리스일까? "나는 세상이 나를 휘젓지 못하도록 현실적 욕구를 실현하고 싶었다. 경쟁 속에서 구질구질해지는 현실을 벗어나려는 욕구 또한 그 못지않았다. 사람 속에서 섞여 떠들기를 좋아하면서도, 어느 날은 배낭을 메고 깊은 산속 동굴로 들어가 홀로 머물었다. 양극단을 오가느라 분주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종교적 진리를 철학적 의문에 답해야 하고, 말뿐인 깨달음은 자비의 실천으로 나타나야 하며, 영성을 합리적 지성과 소통해야..

3천 권 장서를 향한 첫걸음

1. 저자는 오카자키 다케시, 1957년생이다. 삼촌 나이라 생각하니 친근감이 생긴다. 주름살이 어느 정도일지, (사람마다 천양지차일) 흰머리의 비율도 상상해 본다. 일본 저자의 책을 읽기는 오랜만인데, 오랜만에 만난 낯설음이 ‘삼촌 상상’으로 친근함으로 바뀐다. 저자와 삼촌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는 독서와 더불어 살고, 삼촌은 책과는 거리가 먼 분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젊은 날엔 국어교사로, 30대 중반 이후로는 집필에 매진하며 서평가로 활동해 왔다. 2. 추천의 글부터 읽었다. 누군가가 내게 ‘독서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입니까’ 라고 물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장정일이다. (이어서 이현우, 한기호, 고명섭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무려 7권까지 나왔고, 책 이야기를 담은 『빌린 책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