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유 한 잔의 여유
오랜만에 두어 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사실 이것도 친구와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 R&D 모임을 연기하였기에 생겨난 시간이다. 일주일 내내 강연을 했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부터 시작될 강행군이 두려워(^^) 미리 몸을 사리는 차원에서 친구에게 다음 주에 만나자고 부탁했다. 고맙게도 친구는 OK 했고, 나는 내 영혼이 KO 되기 전에 스스로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어젯밤 강연 준비로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해서 조금은 피로하지만 나는 여유 시간을 즐기기 위해 카페 데 베르에 왔다. 이 곳에서 두유 한 잔을 시키고 두 시간 째 여유를 즐기고 있다. 참 오랜만에 친구와 채팅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전화 연락을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네이트에 로그인했더니 오랫 동안 만나지 못했던 후배가 말을 걸어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일주일에 한 번, 3~4시간 정도는 이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친구와 채팅도 나누고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그냥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는 것이 내게는 큰 즐거움이다. 일을 하다 보면, 나를 즐겁게 만드는 이런 시간을 자주 놓치게 된다. 일이 이런 시간들을 잡아 먹어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럴 때 나의 영혼은 조금씩 시들어간다.
창 밖,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낀 하늘... 도로 변의 가로수를 쳐다 본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에게 전화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기분이 좋았다. 또 한 명이 떠올랐다. 며칠 전이 그녀의 생일이었는데, 결혼한 친구이기도 해서 그냥 넘어갔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축하 인사를 하고 싶었다. 반갑게 받아주는 친구... 참 많이 반가웠다. 남편 이야기, 예전 친구들 이야기... 곧 둘째를 낳는다는 얘기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건강해라. 자네도.. 아가도...
#2. 보고 싶은 친구들
영혼에 생기가 도는 기분을 아시는지? 아주 들뜬 상태는 아니다.
그것은 뭔가 꿈틀거리는 기운이 감도는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시력이 좋아진 듯 세상이 보다 뚜렷하게 보이기도 한다. 삶이란 원래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른 아침 꽃잎에 이슬 맺힌 것을 볼 때처럼 싱그러운 기분이 드는 것, 이것이 영혼에 생기가 도는 기분이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세상 살 맛이 느껴진다. 그저 보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인데... 오랫동안 전화를 하지 않아 미안해서 전화를 못 했더니 그로 인해 더욱 오랜 세월을 연락 못하고 지냈던 친구들. 그들 중 몇몇과 전화 통화를 했을 뿐인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어떤 까닭일까? 친구들과의 통화 후, 나의 영혼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어려워 연락을 못했었는지. 보고 싶은 친구들.
40분 남짓 몇 명의 친구들과 통화를 했다. 핸드폰 주소록을 뒤져 마음이 가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던 게다. 통화를 모두 하고 난 후,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마음을 다하여 친구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결정적 순간에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
내가 전화를 했던 사람들은 한 때 모두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거나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나는 그 친구가 그립고 그 때 주고 받았던 애정이 그리워 자신있게(^^) 전화할 수 있었다. 당시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더라도 마음을 주고 받지 않았던 친구들의 전화번호는 잘 눌러지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만나고 있는 친구와 사람들에게 한껏 애정을 주면서 살아간다면 보고 싶을 때 마음껏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리라.
문득, 여러 친구들에게 전화를 할 수 있었음이 무척이나 감사하게 여겨진다. 그들 모두 내가 한 때 아주 좋아했던 친구들이다. 비록 자주 연락하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생각이 나면 그들의 안녕을 빌어주는 친구들이다. 사는 게 힘들지는 않지만,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기에는 꽤 팍팍하다. 추억과 그리움은 그 팍팍함 어딘가에서 살고 있나 보다.
#3. 삶이라는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 배우자
삶이라는 여행을 오롯이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는 배우자일 것이다. 오늘은 나의 이런 감정들을 나의 아내에게 얘기하고 싶다. 이불 속에 누워 잠들기 전, 어릴 적 친구들이랑 통화한 내용과 이 느낌을 아내에게 말해 주고 싶다. 언젠가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자고 아내에게 얘기하고 싶다. 눈이 감길 때쯤엔 홀로 나지막히 친구를 위해 기도하고 잠들고 싶다.
친구 녀석 한 명이 결혼을 한댄다. 축하 전화를 하며 부러움이 느껴졌다.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딱 한 부류다. 결혼을 하는 친구들이다. 하하. (군대에 있을 땐 두 부류였다. 전역하는 사람들과 결혼하는 사람들. 이제 한 부류가 줄어들었으니 내 생활의 질도 많이 높아졌다. ^^)
창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저들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으리라.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 배우자가 없는 사람들.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내가 누리는 자유를 부러워 하리라. 집에 돌아가 홀로 음악을 들으며 침대에 가만히 누울 수 있는 자유, 휴일의 일정을 마음대로 계획할 수 있는 자유, 이번 달 월급을 몽땅 여행에 쏟아 부울 수 있는 자유.
나도 이 자유가 좋다. 그런데, 이제 자꾸만 또 다른 삶의 모양을 살고파진다. 배우자와 함께 하며 삶의 행복을 나누는 기쁨 말이다. 동료가 지난 밤 아가 때문에 잠을 못 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지도 꽤 되었다. 그 동료는 내일이면 아빠를 보고 웃는 아가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며 행복한 미소로 내게 얘기할 것을 알기에.
막역한 친구가 다음 달이면 아빠가 된다. 그러면 아내를 향한 내 마음도 조금 더 깊어질까?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밀댓글 입니다
감동적인 댓글인걸~ ^^ 누군가가 진심으로 감사해 하는데 감동을 받지 않는다면 감성이 메마른 사람일테니 말야. 다행히도 나는 감성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메마른 정도는 아닌지라 감동적이네. ^^ 호호.
네가 보낸 메일을 세 번 정도 열어 보고 읽어보았다. 생각을 하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어서 다시 닫곤 했다. 그러다가 [열광하는 팬] 독서리뷰라도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하여 보낸 게지. 두 가지는 분명하구나. 네가 보낸 메일은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거기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라는 것. ^^
배우자를 위한 기도...
하고 계시죠??^^
좋은 분 만나셨으면 좋겠어요^^
좀 여유가 생기면
만나요!!^^
고마워요. 나도 내가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네요. ^^
8월 말에 만나는 건 어떨까요?
블로그에 글들이 너무 좋습니다.
좋은 글들은 프린트도 해서, 가지고 다니며, 차 안에서 읽기도 하고...
그럽니다~~
배우자와 함께 하는 삶의 행복... 결혼 5년차인 저에겐. 너무도 멀고 그리운 풍경이네요
요즘 더욱 가족관계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남편, 시누이, 형님, 친정부모님 등등. 남들에게는 잘하는데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하는 것은 너무 어렵네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관계할 수도 없구~~
지난 번 세미나에서 했던 내용들. 혼자 과제를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한번 봐주셔요~~
늘 방문해 주시고 관심을 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계의 어려움은 선생님도 그 원인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네요. 좋은 앎을 좋은 삶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만 하시면 해결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 잘 하실 거면서... ^^
메일을 잘 받았습니다.
이번 주말 경 확인하고 피드백하겠습니다. ^^
그 전엔 조용한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요. 괜찮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