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5

실패와 상실 그리고 위로

실패의 순간에서도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도전과 시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면! 사건의 실패를 인생의 실패로 연결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실패는 생각만큼 두려운 것이 아니다. 실패가 위험한 것은 고난이나 좌절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 실패 자체는 그리 고약한 것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상실이다. 상실은 실패와는 다르다. 실패란 것이 개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어라도, 종종 자신의 어떤 잘못된 행동, 혹은 부주의나 실수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 상실은 전혀 의도하지도 않았고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도, 극심한 죄책감이나 자괴감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상실이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을 어린 시절의 한 동안, 나의 잘못이라 여겼다. 사고 당일..

사명 완수 놀이

막 지하철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구두끈이 풀렸다. 에스켈레이터에 몸을 싣고서 뒤돌아 허리를 숙였다. 다른 것보다 비교적 길이가 짧은 에스켈레이터이니 빨리 묶어야 했다. 끈이 풀린 구두 쪽의 다리를 들어 올려 두 계단 위에 올리고 끈을 잡았다. 나는 라는 게임을 즐겼다. 지하에 내려가 발을 올려 둘 만한 곳이 없으면 허리를 훨씬 많이 숙여야 하니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희미한 짜릿함이 있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비록 크지는 않지만) 긴장감 때문이었다. 신발끈을 묶으면서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일들이었다. 언젠가 삶은 끝날 것이다. 혹은 남아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그 때, 주어진 시간 내에 신발끈을 잘 묶어 낸 오늘처럼 내 ..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누구나 삶을 살며 조금씩은 힘겨움을 겪지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사별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서 뒤늦게 사랑을 그리워하기도 했지요. 여행에세이를 내고 싶어 두 달 동안 여행하며 빼곡히 기록한 노트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며 구입한 자료들을 몽땅 잃어버리기도 했지요. 참 보고 싶었던 선생님을 찾아 뵈었더니 2년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며 준비한 꽃다발을 동료 선생님께 전하면서는 또 얼마나 울었는지요. 이 모든 일은 제가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들이지요. 어떤 슬픔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평생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묘한 것은 한없이 기쁠 때에도 슬픔이 슬쩍 지나가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서 저는 참으로 기뻤는데요, 돌아가..

명랑 인생

나는 명랑한 인생을 살고 있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더니 명랑해졌다. 간혹 나를 부러워하는 분들이 있다. 기회가 되면 내게 주어진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 '명랑 인생'의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게 주어진 인생이지만 받아들이기 가장 힘들었던 4가지다. -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사망 (말하기조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 새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는 대신 종종 매를 맞음. - 15세 때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로 사망 - 입사 후, 안 간다고 믿고 있었던 군에 26살의 나이로 입대 또 다른 힘겨움(사별, 상실, 실연 등)들도 많았지만 위의 4가지는 많은 눈물로 받아들여야 했던 일들이었다..

겨울이 찾아오면

이른 아침, 지하철역을 향해 걷다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도로 경계석에 고인 물이 살얼음으로 덮인 것을 보며 겨울을 느낀다. 겨울이 왔다. 몸은 움츠러들고 가슴이 시리다. 계절의 겨울은 매년 찾아드는 그 즈음에 오지만 인생의 겨울은 불청객처럼 예고없이 찾아든다. 상사의 꾸중처럼 작은 사건으로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큰 시련으로 절망과 슬픔의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내가 잘못한 것이면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잠 못 들고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라면 삶이 서럽고 마음이 아파서 힘겹다. 어떤 행동도 더 진행하지 못할 만큼 마음까지 움츠러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삶이 정체되는 듯 하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인생에 대한 진실과 교훈들이다. 계절과 에너지는 항상 변한다. 어떤 상황도 영원할 수 없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