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 2

사명 완수 놀이

막 지하철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구두끈이 풀렸다. 에스켈레이터에 몸을 싣고서 뒤돌아 허리를 숙였다. 다른 것보다 비교적 길이가 짧은 에스켈레이터이니 빨리 묶어야 했다. 끈이 풀린 구두 쪽의 다리를 들어 올려 두 계단 위에 올리고 끈을 잡았다. 나는 라는 게임을 즐겼다. 지하에 내려가 발을 올려 둘 만한 곳이 없으면 허리를 훨씬 많이 숙여야 하니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희미한 짜릿함이 있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비록 크지는 않지만) 긴장감 때문이었다. 신발끈을 묶으면서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일들이었다. 언젠가 삶은 끝날 것이다. 혹은 남아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그 때, 주어진 시간 내에 신발끈을 잘 묶어 낸 오늘처럼 내 ..

강연에 대한 부담감과 강사정신

[2010년 1월 6일 강연일지] 강연에 대한 부담감과 강사정신 2010년의 두번째 강연은 를 주제로 한 4시간 짜리 기업강연이었다. 강연 날짜가 다가오면서 부담이 느껴졌다. 세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첫째, 나의 요즘 관심이 '강연'이 아니라, '공부' 혹은 '글쓰기'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에 읽은 몇 권의 책은 내가 여전히 애송이 지식의 소유자임을 알려 주었다. 내 지식의 얕음에 자괴감을 느꼈다.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는 말은 나를 향하는 것 같았다. 모든 외부 활동을 접고 공부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결심을 물리치느라 애쓰기도 했다. 물리쳐야 했던 까닭은 이런 류의 결심은 현명하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기 때문이다. 흥분에 휩싸인 순간은 결심을 하기보다는 시간과 함께 생각해야 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