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지하철 입구에 들어서려는데 구두끈이 풀렸다. 에스켈레이터에 몸을 싣고서 뒤돌아 허리를 숙였다. 다른 것보다 비교적 길이가 짧은 에스켈레이터이니 빨리 묶어야 했다. 끈이 풀린 구두 쪽의 다리를 들어 올려 두 계단 위에 올리고 끈을 잡았다. 나는 라는 게임을 즐겼다. 지하에 내려가 발을 올려 둘 만한 곳이 없으면 허리를 훨씬 많이 숙여야 하니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희미한 짜릿함이 있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비록 크지는 않지만) 긴장감 때문이었다. 신발끈을 묶으면서 머릿 속에 떠오른 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일들이었다. 언젠가 삶은 끝날 것이다. 혹은 남아 있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그 때, 주어진 시간 내에 신발끈을 잘 묶어 낸 오늘처럼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