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5

그가 물었다. 사는 게 뭐냐고.

"사는 게 뭐냐?"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사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흐느끼던 형이 내게 물었다. 형은 존경하던 스승의 병문안을 다녀온 터였다. 스승은 위독하셨다고 한다. 그는 스승을 만나온 십수년 동안 성실한 제자였고 스승의 진실한 우정이었다. 그는 스승을 존경했고 스승을 그를 사랑했다. 나는 종종 두 분의 아름다운 사제지간을 부러워하곤 했다. 조금 전, 그는 내게 이런 질문도 했었다. "너네 부모님이 언제 돌아가셨다고 했지?" 나는 중학교 2학년 때였다고 대답했다. 형은 살아오면서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지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스승이 계신 병원을 나서며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 순간, 한때 나의 소중한 분들이었던 어머니, 배수경 선생님, 친구 재민이가 떠오른다. 형이 말을 이었다. "인..

티베트 불교에서 배워야 할 것

티베트 불교에서 배워야 할 것 - 소걀 린포체의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서평 새해가 은빛처럼 밝게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밤사이 내린 눈 덕분에 White New Year를 맞았으니까요. 해맞이를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아침에 눈부신 거리를 바라보며 이런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13년이라는 은빛 도화지에 나다운 발자국을 힘차게 내딛어야지!’ 글을 쓰는 저와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는 한 해의 삶을 시작하는 기쁜 오늘이지만, 아침에는 삶과 작별하고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분도 있습니다. 신바람 박사로 국민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었던 황수관 선생의 발인식이 오늘(2013년 1월 1일) 오전 8시에 있었거든요. 고인이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날 줄 몰랐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뜻밖의 시기에 떠..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

"선생님은 무언가를 후회한 적이 있나요?" 병실 침대에 누운, 삶이 얼마남지 않은 그가 묻는다. 의사는 답한다. "하지요. 후회..." "정말요?" "저도 가슴을 치며 후회합니다." 그의 얼굴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선생님도 후회를 하시는군요." "물론 후회하고 말고요." 의사에 말에 잠시나마 마음이 평안할 환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 가지』라는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장면이다. 저자는 1,000명의 죽음을 지켜 본 호스피스 전문의다. 죽음을 앞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후회하는 모습을 책에 담았다. 책의 제목대로 25가지의 깊은 회환과 후회를 보여준다. 그 후회들은 삶을 비춰주는 25개의 거울이기도 하다. 저자가 그에게 묻는다. "무엇을 가장 후회하시나요?" 그는 ..

4월의 슬픔

#1. 어머니 기일 며칠 전, 4월 2일은 어머니 기일이었다. 올해로 열일곱 번째가 되었다. 세월은 지체함이 없다. 나는 청도 인근의 남성현 고개, 어느 작은 산으로 갔다. 엄마가 잠들어 계시는 곳, 앞에 서기만 하면 눈물이 나는 곳. 망자는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기에 (그래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망자를 그리는 이들은 그의 뼈가 묻힌 곳을 찾는다. 늘 마음 속에 품고 살고 있기에 항상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그리움이 절절해지거나 특별한 날이 되면, 발걸음이 그 곳을 향한다. 묘하다. 지난 해, 출간한 책을 엄마 묘 앞에 두고 왔는데 아직까지 있을까? 책은 없었다. 궁금했지만, 의붓아버지가 가져가셨나, 하고 생각했다. 올해 기일에는 외삼촌, 외숙모, 외할머니와 함께 엄마에게 갔다..

망연자실

지난 주, 문자 메시지 하나가 왔습니다. 고향에 있는 교회 형이 사망했다는 비보였습니다. 문자 확인과 동시에 문자를 보냈던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그쳤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그도 몰랐지만 형의 죽음은 사실이었습니다. 그에게 전해 들은 내용은 참으로 기가 막히고 황망했습니다. 아침에 몸이 안 좋아 집에 쉬겠다고 했답니다. 그렇게 누워 있었고 그 날 오후에 사망한 것입니다. 심장마비라고 합니다. 35살의 아주 건강하고 착한 형인데... 사망하기 불과 30여 분 전에 친동생과 통화를 했고, 사망 추정 시간 불과 10~20분 후에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미 숨을 거둔 뒤였던 게지요. 뭐라 말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