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청춘보다는 두 살 많았던 열 여덟 살이었다. 내가 첫사랑에 흠뻑 빠졌던 때 말이다. 대상은 교회에서 만난 여고생 H였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H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나의 일상은 점점 그녀로 채워졌다. 친구들 셋이서 3 on 3 길거리 농구대회에 나갈 때의 우리 팀명은 H의 이름에서 따 왔고, 시험 기간이면 독서실에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시를 짓곤 했다. 나만의 짝사랑이었지만 아주 열렬했다. 학교 친구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가질 정도로.
녀석들은 나만의 '천사'를 모두들 보고 싶어했다. 급기야 교회에서 진행되는 찬양경연대회에 친구들이 참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분명 사건이었다. 그들은 교회를 다니지도 않았고, 아니 교회를 안 다닌 정도가 아니라 교회와는 거리가 먼 친구들이었다. 소위 '일진'이라 부르는 친구들, 담배를 태우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녀석들니까. 그들이 내가 그토록 찬탄해 마지 않는 '천사'를 보려고 무려 8명이나 교회로 몰려왔다.
지금 생각해도 녀석들이 교회에 왔다는 게 신기한데, 결국 나는 그 녀석들로부터 맞아 죽을 뻔 했다. 천사가 도대체 어디있냐는 것이다. 그랬다. H는 나에게만 천사였지, 친구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여학생이었나 보다. 친구들은 두고두고 나를 놀렸다. 교회에서는 인기 많은 여학생이야, 라고 변명하기엔 구차했다. 나는 그 때 알았다. 매력 중에는 신체적 매력만 있는 게 아니라, 리더십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는가 하면, 영적 매력이란 것도 있음을.
나는 그녀의 영적 매력에 끌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사건은 내가 한 여학생에게 흠뻑 매혹당하여 객관적인 시선을 잃어버리고, 사랑으로 만개한 상상력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그렇다. 사랑은 언제나 우리들의 마음을 빼앗아간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낌없이 바쳐진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우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관하여 생각하고 그것을 붙잡으려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고.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맞는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훈련을 사랑한다면 성장과 인격을 얻을 것이다. 훈련 없이는 온전한 성장과 훌륭한 인격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즉흥적인 만족을 사랑한다면 쾌락을 얻겠지만, 성장과 인격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쇼핑을 사랑한다면 많은 시간을 별반 차이 없는 액세사리나 화장품을 두고 하나를 선택하느라 시간을 내주어야 할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제심을 발휘하려고 노력하며 거짓 문화로부터 자기 영혼을 지켜낼 것이다.
나는 책을 사랑하여 어젯밤 잠이 들기 직전까지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를 읽었고, 오늘 아침에는 이택광 교수의 책을 들춰 보았다. 오전에는 인생을 사랑하기도 하여, 내 인생을 빛나게 만들 도전 목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불찰도 많았다. 육체적인 만족을 사랑하는 바람에 내 영혼을 속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일부의 사랑은 끌림이지만, 일부의 사랑은 선택이다.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사랑하기로 선택한 것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앞선 질문은 중요하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것을 말해주면 나는 당신의 내일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삶에 결과를 남긴다. 모든 선택은 인생이라는 시간에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첫사랑에 빠진 덕분에 나에게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70~80편의 시가 남았다. 친구들과의 기분 좋은 추억도 가지게 되었다. 허접한 고교 성적도 그 때의 사랑이 주었던 삶의 결과물이다. 오늘의 선택이 자기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여 두려워하거나 주저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우리의 선택을 능가하는 실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택이 인생을 만들기도 하지만,
운이나 누군가의 도움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기도 하고
인생의 불확실성 자체가 우리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니 선택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되 선택하기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 이 적절한 균형 속에서 원하는 삶을 창조해내는 것을 사랑하자. 책을 쓰기 원한다면 독서와 사색, 그리고 글쓰기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면, 그러한 삶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자. 아직 구체적인 꿈이 없다면 원칙과 삶의 기본 가치, 이를 테면 정직, 성실, 그리고 훈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려면
인생에 무언가를 기대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오늘 나는 좀 더 가치 있는 것, 나를 진정으로 만족시키는 것들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을 더욱 깊이 사랑하자고 다짐했다.
글: 리더십/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컨설트 ceo@youni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