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9

"당신 없인 못 살 것 같애"

"잘 가래이. 내는 겁쟁이 아이가. 당신 없인 못살것 같애. 그러니까 내 손 꼭 잡아 알았째? 우리 다음 생에 또 만나재이~" 영화 의 한 장면입니다. 장군봉(송재호 분) 할아버지는 미닫이 방문을 닫고 테이프로 방문 사이 사이의 틈을 막습니다. 그리고 이미 잠들어 있는 아내(김수미 분) 곁에 곱게 눕습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노부부는 한날 한시에 함께 세상을 떠납니다. "여보 봐봐.. 당신이 배아파서 낳은 자식들이야. 참 많제?" (자식들 앉혀놓고 아내에게) 할아버지는 며칠 전 자식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마쳐 두었지요. 손자들까지 모두 불러놓고서 말이죠. 영문을 모르는 자식들의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나도 다를 바 없겠지요. 장군봉 할아버지의 혼잣말이 가슴에 남아 ..

한 가족의 범지구적 민폐기

[2012] 개봉일 : 2009. 11. 12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 존 쿠삭 (잭슨 커티스), 아만다 피트 (케이트 커티스), 치웨텔 에지오포(애드리언 헬슬리) 관람 : 2010년 4월 11일, 관광버스 평점 : ★★★★ 간단평 : 스펙타클한 재난 장면은 정말 압권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걸 후회할 정도로. 짜릿한 스릴과 거대한 스케일을 즐겼음. 반면, 매력없는 주인공 가족 대신 감동적인 몇몇 조연들로부터 희망과 에너지를 얻었음. 누구를 구할 것인가? 이 영화가 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것은 관람 후, 기사를 검색하며 알게 되었다. 롤랜드 에머리히를 재난 영화 전문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싶지는 않다. 같은 소재지만, 표현하고 싶은 것은 매번 다를 수 있다. 의 소재는 종합재난세트로 구성되..

찰스 핸디의 교훈

"나이가 들수록 잘 보이고 싶은 대상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본 대로 말하고, 바라는 대로 살고, 자신의 가치에 따라서만 시간을 쓰게 된다." 자기다워질 수 있으니 나이가 드는 것은 괜찮은 일입니다.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행복에 다가설 수 있을 테니까요. 행복은 태도와 마음 먹기에 달려 있으니, 행복해지기 위해 한 살 더 먹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겠지요. 앞으로 조금씩 늘어나게 될 잔주름, 서서히 떨어지게 될 체력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법,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삶의 지혜를 배워가기를 소원해 봅니다. 아들이 결혼을 생각할 무렵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명심해라. 너는 평생 사랑할 배우자하고만 결혼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가족..

이모네 고깃집

지난 월요일, 친구와 함께 마포에 있는 이모네 가게로 갔다. 이모는 고기 집을 하는데, 친구와의 동행은 처음이다. 이태 전 가을에 군 복무 중 외출 나온 동생과 함께 이모네서 고기를 먹었고, 지난 해 겨울에는 이모 아들이 결혼해서 이모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전에는 왕래가 없었으니 최근에는 그나마 자주 뵌 셈이다. 이리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내가 자주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살가운 조카가 아님을 알리고 싶어서다. 그런데도 나는 고기 집 이모가 무척 편하고 좋다. '이모가 편안하고 좋은 것은 당연하지. 엄마랑 다른 없는 사람이 이모인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엄마의 친자매가 아니라 사촌 여동생이고, 서로 대구와 서울에 살았으니 거리도 조금 멀었다..

경주 가족여행

내 동생 정우다. 어떤 기분으로 어젯밤을 보냈을까? 울진 않았을까? 짜식, 잘 적응하길... 동생은 어제 입대했다. 누구나 다 가는 곳이라지만, 나 역시도 거쳐 왔지만 그렇다고 하여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군대 가기 전에 해외여행을 함께 데려갔다.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었고, 나 개인적으로 입대 전의 중국 여행이 군생활을 하며 힘들 때 많은 도움이 되었기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경주 가족여행의 일정이 6월 말이 된 것도 동생의 입대일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군생활은 쉽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 적응을 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뒤집어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도의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왠지 변화를 두려워하며 요리 저리 외..

가족과의 전화 통화로 행복을 느끼다

"정우야... 도착했냐?" "집에 다 와 간다. 이제 계단 올라간다." (목소리가 씩씩하다.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통화를 더 하고 싶었지만,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를 터이니 서둘러 끊었다. 동생과 함께 베이징으로 3박 4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세 번째 중국여행이었지만, 내 동생에게는 첫번째 해외 여행이었다. 그에게 좋은 선물이었으면 좋겠다. 군대에 가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추억 중에 하나가 되길 바랐다. 나는 2003년에 입대하였고, 2002년에 38일동안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군대에서 힘이 들 때, 나는 종종 중국에서의 일들을 추억을 되살리려 힘은 얻곤 했다. 힘든 군생활 중에 정우에게도 힘이 되는 것이 있을 게다. 여자친구, 엄마와 아빠, 할머니, 친구들... 그리고 그 중에 하나..

내 생일날의 풍경들

#1. 생각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이 삶의 존재 방식을 도약시키고 도약한 삶은 한 차원 높은 생각을 만든다. 이 선순환의 출발점이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의 생일 날, 무엇보다 두어 시간 정도의 생각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2. 와우팀원 점심을 와우팀원 분과 함께 먹었다. 전화가 와서 약속이 없으면 점심을 사 드리겠다는 인사가 고마웠다. 출판사와의 선약이 있었지만 내일로 연기되어 와우팀원과 함께 먹었다. 이 분은 참 열정적이고 성실하신 분이다. 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마음 속으로 바란다. 나와의 만남을 즐거워하시고 고마워하시니 나로서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3. 제자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와우팀원이 있다. 성격이 꼭 성경의 '베드로' 같기도 하고, 내 마음 속의..

명절의 풍경

#1. 가족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잊혀지기 마련이라는 말은 가족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인가. 어머니를 눈으로 못 뵌지 16년이 지나도 여전하니 말이다. 구정에 대구에 갔다. 삼촌과 숙모, 할머니와 정우. 한동안 떨어져 있다 만나다보니 참 반갑다. 가족과 함께 있으니 이렇게 포근하고 편안하다. 가족 안에서는 외로움이 없어서 좋다. 물론 늘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에게 외로움이 있겠냐마는 가족만이 채워주는 마음의 공간은 있는 것 같다. 저녁에 잠깐 친구를 만난 걸 제외하면 내내 집에서 뒹굴었다. 삼촌 숙모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함께 TV를 보며 웃고 즐겼다. 할머니와 삼촌, 숙모에게 새배를 드릴 때에도 어찌나 마음이 평온하던지. 용돈을 더 많이 드리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마음은 돈을 버는데 ..

쓰레기는 쓰레기다.

와우팀원들을 만났다. 그들은 독서토론대회 예선을 통과했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오늘은 본선 토론에 관한 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설명회 전에는 개인적인 약속이 있었고, 설명회 후에는 회사 동료들과의 저녁 회식이 있었다. 숙명여대까지 가야 하지만, 나는 당연히 간다는 생각으로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숙명여대로 갔다. 그들과 함께 설명을 들었고, 함께 식사를 하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얘기했다. 우리는 실제로 만났기에 마음과 우정을 나누었다. 만남은 전화 통화보다 강력하고 이메일보다 진하다. 서울 시내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을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가는데 한 시간, 만나는데 한 시간, 다시 오는 데 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래도 만날 일이 있으면 만나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만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