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율 3

자주 황홀경에 빠져드는 사람들

잠들기 전, 옷을 훌러덩 벗고 욕실에 뛰어든다. 몸을 담글 수 있는 커다란 욕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은 정말 '뛰어든다'. 샤워는 행복감을 준다. 따뜻함보다는 좀 더 뜨거운 물이 몸을 적시는 순간의 평온감도 좋고, 하룻동안 일하느라 경직된 어깨와 목이 이완되는 느낌도 좋다. 샤워 거품이 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는 청량감도 끝내준다. 20분이 훌쩍 지나갈 만큼, 샤워는 나의 시간을 참으로 쉽게 훔쳐간다. 알면서도 싫지 않다. 이것은 수지맞는 거래다. 내가 얻은 평온감과 몸의 이완 그리고 청량감을 생각하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샤워하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오늘 하루를 돌아보거나 내일을 계획하기도 한다. 30분이 지날 때도 있고, 한 시간 동안 샤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나는..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시키는 대루 하기 싫어할 뿐이지 나두 노력하고 있어. 노력은 무슨…… 아무렇게나 사는 거지. 그게 나쁘냐? 나는 말야.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거다. 학업을 때려치우면 나중에 해먹구 살 일이 뭐가 있겠어? 어쨌든 먹구 살 일이 목표겠구나. 헌데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 그렇게 먹구 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 『개밥바라기별』 중에서 → 이 말에 밑줄을 긋다. 고등학생의 나는 아무렇게나 사는 듯이 보였을 게다. 때론 내게 요구되는 책임과 역할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했겠지. 그 노력은 오래 가지도, 한 가지에 집중되지도 못했기에 나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대학생일 때에는 학교 규율 대신에 성인의 자유가 주..

삶의 리듬 회복하기

일어나자마자, 노트북 전원을 켜고 화장실로 간다. 세면하고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메일 확인이다. 아침 식사도 하기 전에, 하나님을 묵상하기도 전에 말이다. 메일 확인하다 회신을 하기 시작하면 오전에 해야 할 더 중요한 일들을 놓치곤 한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해야 할 소중한 일들. 말씀 묵상과 기도를 하는 일 하루를 계획하는 일 식사를 하고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갖는 일 나는 소중한 일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삶의 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규율 몇 가지를 정했는데, 그 중 하나는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아침 8시 30분에 휴대폰 전원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밤 10시가 되면 휴대폰 전원을 끄고 인터넷을 끊는다. 기계/ 디지털 문명은 편리함을 안겨다 주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