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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NA] (9) 카페 데 베르

7월 23일. 카페 데 베르. Cafe des Verts. 지금도 Jazz가 흐른다. 언제나 그렇듯이. 넓은 테이블은 책을 읽기에도, 작업을 하기에도 편하다. Jazz와 테이블은 언제나 나를 반긴다. 이 곳에 일백 번도 넘게 방문했으리라. 종업원들의 얼굴은 안 봐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인사 한 번 나누지 못한 것은 바쁜 직장인들의 삶(허나 조금은 메마른)을 아는 종업원들의 배려일까? 나의 수줍음 때문일까? 테헤란로에 위치한 이곳의 영업은 직장인들의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다. 테헤란로의 휴일은 여유롭고 건물들은 외롭다. 이 곳이 가장 여유롭게 편안한 곳이 되는 날이다. 평일의 오전은, 직장인들이 업무에 몰두하는 시간이고 이 곳에 아침의 상쾌함과 음악의 경쾌함이 깃드는 시간이다. 점심 시간 이후(..

영적 에너지원에 접속하기

잠들기 전, 영혼을 위한 책(주로 신앙서적)을 읽기 위해 침대에 누워 책을 펼쳤다. 한 챕터를 읽고서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보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책으로, 저명한 작가이자 수녀인 조이스 럽의 순례여행기다. "우리 각자에게는 카미노, 곧 인생길이 있다. 이 길을 통해 우리는 앞서간 사람들과 지금 함께 가는 사람들의 영적인 풍요에 접근할 수 있다. 도중에 만나는 자애로운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긍정적인 선(善)과 충만한 성장을 흔적으로 남긴다." 나는 책의 여백에다 이렇게 적었다. "먼저 갔던 신앙의 선배들, 그리고 지금 함께 가는 신앙 친구들의 영적인 풍요로움에 접근하자"고. 곧이어 잠자리에 들기 위해 우리는 불을 껐다. (주말에 함께 자는 친구가 있다.) 몇 마디를 나..

삶은 여행

태국에 갔을 때, 가이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저건 뭐지? 맛이 어때? 먹을만 하니? 라고 서로에게 묻지 마세요. 그냥 한 번 먹어 보세요. 먹을만 하니까 파는 게지요.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때에도 직접 체험해 보세요. 그래야 여행의 맛이 느껴지지요." 관광이 아닌 여행으로 온 분들이라면 새로운 음식은 직접 맛을 보고 이 길, 저 길을 자신의 두 발로 직접 걸어보아야 한다. 관광은 구경만 하고 돌아가도 되지만, 여행은 맛보고 찾아 헤매는 것이다.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라고 혀끝만 살짝 대는 자세는 여행자의 태도가 아니다. 그런 소극적인 태도는 모든 감각을 축소시켜 한껏 즐길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삶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가능..

망연자실

지난 주, 문자 메시지 하나가 왔습니다. 고향에 있는 교회 형이 사망했다는 비보였습니다. 문자 확인과 동시에 문자를 보냈던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 그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그쳤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그도 몰랐지만 형의 죽음은 사실이었습니다. 그에게 전해 들은 내용은 참으로 기가 막히고 황망했습니다. 아침에 몸이 안 좋아 집에 쉬겠다고 했답니다. 그렇게 누워 있었고 그 날 오후에 사망한 것입니다. 심장마비라고 합니다. 35살의 아주 건강하고 착한 형인데... 사망하기 불과 30여 분 전에 친동생과 통화를 했고, 사망 추정 시간 불과 10~20분 후에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미 숨을 거둔 뒤였던 게지요. 뭐라 말이 나..

삶이 무료하거나 피곤한 까닭

삶이 무료한 까닭은 남들처럼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려워서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비군 훈련에 다녀왔다. 재미없었다. 똑같은 복장을 하고 똑같은 훈련을 받아야 했으니. 쉬는 시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담배를 피거나 핸드폰을 쳐다볼 때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노오랗게 물든 단풍을 보았다. 보고 싶은 것을 보니 재미가 찾아 들었다. 즐거웠다. 훈련을 기념하여 단풍잎 몇 장을 주워 책 사이에 끼웠다. 삶을 무료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 아니, 더욱 높은 비전을 품으리라! 흥미진진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삶을 살고 싶다! 가족과 친구를 위해,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우리의 가장 큰 위험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 금방 실패하는 데 있지 않다. 목표를 너무 낮게 잡고 금방 이루는 데에..

<삶은 여행> 이상은

삶은 여행 - 이상은 의미를 모를 땐 하얀 태양 바라봐 얼었던 영혼이 녹으리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리 빛으로 반짝여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걸 용서해 용서해 그리고 감사해 시들었던 마음이 꽃피리 드넓은 저 밤하늘 마음속에 품으면 투명한 별들 가득 어제는 날아가 버린 새를 그려 새장 속에 넣으며 울었지 이젠 나에게 없는걸 아쉬워 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 삶은 계속되니까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