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1

여행은 생각의 산파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를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 p.83) [글을 읽기 위한 도움말] 보보는 중국의 항저우로 여행을 다녀왔답니다. 항저우 : 중국 상하이 근처의 유명 관광도시. 중국 최대의 인공호수 서호(西湖)로 유명. 소제춘효(蘇堤春曉) : 서호 10경 중 제1경. 서호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2..

[하루NA] (4) 유럽 여행.

7월 2일. 유럽 여행. 그저 가고 싶은 곳을 꼽아 본다. 영국, 파리, 이탈리아, 빈, 크로아티아... 목록은 도시와 국가가 뒤섞여 있다. 나만의 절절함이 깃든 소원이 아닌 경우, 지극히 일반적인 목록이 되거나, 한없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목록이 된다. 내가 꿈꾸는 유럽의 여행지 리스트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 아이고야. 목록에 이유를 달아 본다. 영국.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파리.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도시라고 생각해서. 이탈리아. 그냥. 빈. 드러커의 생가에 가고 싶어서. 크로아티아. 이번 여행의 출발지니까. 이런 밋밋하고 재미 없는 까닭들이라니. 이대로는 안 되리라. 삶은 자기 소원으로 채워져야지. 절절하게. 새벽녘까지 책 한 권을 읽었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내가..

삶은 여행

태국에 갔을 때, 가이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저건 뭐지? 맛이 어때? 먹을만 하니? 라고 서로에게 묻지 마세요. 그냥 한 번 먹어 보세요. 먹을만 하니까 파는 게지요.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때에도 직접 체험해 보세요. 그래야 여행의 맛이 느껴지지요." 관광이 아닌 여행으로 온 분들이라면 새로운 음식은 직접 맛을 보고 이 길, 저 길을 자신의 두 발로 직접 걸어보아야 한다. 관광은 구경만 하고 돌아가도 되지만, 여행은 맛보고 찾아 헤매는 것이다.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라고 혀끝만 살짝 대는 자세는 여행자의 태도가 아니다. 그런 소극적인 태도는 모든 감각을 축소시켜 한껏 즐길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삶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가능..

브라질 여행 후 달라진 것들 (사고편)

한 달 동안의 여행을 건강히 마치고 지난 주에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인들은 여행이 일주일만 넘어가도 '와! 길게 다녀왔네'라고 하지만, 여행길에서 만난 외국 친구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해, 친구와 함께 7일 동안 베트남 하노이와 하롱베이로의 여행 중에 만난, 네덜란드 청년들은 왜 이렇게 짧게 여행을 왔냐고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들은 2달 째 동남아 여행 중이고, 한 달 후에나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다시 그들을 만나면 명함 정도는 내밀 수 있게 됐다. ^^ 이번에 다녀온 브라질-캐나다 여행이 한 달은 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28일) 2002년에 38일 동안의 중국 배낭 여행을 다녀온 뒤로는 가장 긴 여행이었다. 헝그리 정신으로 떠났던 중국 배낭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잘 먹고 잘 쉬었던 여행..

브라질 여행 후 달라진 것들 (일상편)

한 달 동안의 여행을 건강히 마치고 지난 주에 한국에 돌아왔다. 한 달은 짧지 않은 시간인가 보다. 새로운 습관이 생겼고, 오늘로써 6일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바뀐 밤낮에 이리도 헤매고 있으니. ^^ 브라질 여행 후, 몇 가지 일상의 모습들이 달라졌다. 이것은 여행이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었다는 뜻이다. 습관이 생기고 일상이 바뀌었다면... 이건 중요한 일이다. 삶을 살아가다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일궈내기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면... 그것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무엇이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사람마다 변화를 일으키는 동력은 조금씩 다르기에) 변화된 모습은 자신이 원했던 것인지, (모든 변화가 긍정적은 것은 아니기에) 이런 변화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삶..

[벤쿠버여행 3일차] 나는 지금 보보 스타일로 여행 중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웨이하이 여행 지난 해, 중국 웨이하이 여행은 아주 짜릿한 여행이었다. 다녀온 직후에는 참 괜찮네... 하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멋진 여행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마음은 편했고 정신은 자유로웠으며 짧은 시간 내내 중국을 느끼고 왔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이었고, 홀로가 아닌 3명이 함께 간 여행이었다. 두 명 이상이 되면 진정한 자유에서는 멀어지곤 하는데, 우리 모두는 참 자유롭게 다녀왔다. ^^ 모양으로는 30대 초반(나)의 남성이 30대 후반, 40대 후반의 두 누님을 모시고 간 격이었지만 우리는 그저 친한 동료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마음을 맞추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웃음이 나올만큼 묘한 구성이기는 하다. ^^ 허나, 정말 멋진 추억이 되었다. 다음과 같은 ..

[브라질 여행 단상] 배움에 성실하기

해외 여행을 하면 기회가 될 때마다 호텔 수영장을 이용한다. 팔라우에서 묵었던 호텔 수영장은 아주 근사했다. 바닷가처럼 운치 있는 분위기~ ^^ 큰 수영장이 두 개나 있었고, 재미있는 슬라이딩도 있어서 즐거움이 더했다. 이번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의 꼬빠까바나 팰리스 호텔에서 수영했던 장면도 기억난다. 아름다운 호텔 건물 사이에 있는 수영장은 은은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었다. 수영장 옆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는 사람들의 즐거운 대화가 이루어졌고, 수영장에서는 나 홀로 이리 저리 몸을 유영한 수영한 행복하게 이루어졌다. 팔라우 바다 한 가운데에서 스노우 클링을 할 때, 구명조끼 없이 수영했던 경험은 아주 짜릿했다.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배 주위를 수영했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베트남의 하롱베이 ..

신의 의도를 생각하면 삶의 무게가 거뜬해진다.

[브라질 여행 단상] 신의 의도를 생각하면 삶의 무게가 거뜬해진다. 덩치가 큰 그는 비행기 좌석을 두 개에 걸쳐 앉았다. 몸이 아주 불편하여 거동하기도 쉽지 않았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데에만 10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는 선반에서 짐을 끄집어 냈다. 작지 않은 가방이었다. 나는 그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도와 드릴까요?" 그는 단호함과 다정함을 섞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나를 쳐다보며) 고마워요." 그는 어느 친절한 청년의 호의를 거절했다. 자신이 들어야 할 삶의 무게는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고 믿는 것처럼. 그 무게를 포기하면 자신이 점점 연약해진다고 믿는 것처럼. 그는 자기 가방을 자신의 어깨에 둘러매고, 한 손으로는..

[7일차 여행일지] 브라질에서 본 이과수 폭포

2월 11일 수요일 새벽 3시 30분. (현지시각) 9시 30분에 잠들어서 3시 30분에 깼으니, 6시간을 잤다. 중간에 한 번 깨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가장 오래 잠을 잔 게다. 이제 거의 시차 적응을 끝낸 것인가? 딱 일주일 만이네. 내일은 몇 시에 일어나게 될지.. ^^ 오늘은 브라질 쪽에서 이과수 폭포를 보게 된다. 8시 30분에 가이드를 만나 출발했다. 기념품점에 잠시 들른 후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에 도착하니 9시 15분 경. 티켓팅을 하고, 차로 이동, 간이 기차를 기다렸다가 정글 탐험. 기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니 몸이 약간 으스스했다.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기차에서 내려 600m 정글 속을 걸었다. 10여 분 걸었으려나, 이과수 강이 ..

[닷새날 여행일지] 열정적인 도시, 히오데자네이루

2시 20분 즈음에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이 시각은 어제보다 이른 시각 아닌가. 기상 시간을 조금 더 늘려가는 것이 시차 적응이란 생각이 들어 억지로 잠을 청했다. 어느 새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뜨니 5시였다. 야호~! 최고로 많이 잔 날이다. 5시간 정도. ^^ 오늘(현지 2월 9일)은 '히오'로 여행가는 날이다. 호텔 체크아웃을 해야 하니 짐을 싸야 했다. 2~3일 정도 밀린 메일 회신을 하고, 짐을 꾸리고 식사를 하고. 그러다 보니 공항으로의 출발 시각인 8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토머스님의 회사 직원 한 분이 오셔서 공항으로 데려다 주셨다. 나는 이곳 교포들을 만날 때마다 이것 저것을 여쭙곤 했다. 언제 이민 오셨는지, 어떤 일 하시는지, 브라질에서의 삶과 문화 등에 대해서. 그리고 꼭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