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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주 보지 말자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 마. 희경씨. 버스나 전철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재래시장에 많이 가. 그곳에서 야채파는 아줌마들을, 할머니들 손을, 주름 봐. 그게 예쁜거야. 골프 치지 마. 대중 목욕탕에 가. 우리 자주 보지 말자. 그냥 열심히 살자. 희경씨. 제 삶의 지표가 된 나문희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 드라마작가 노희경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은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일을 통해 세상에 공헌합니다. 그들도 누군가가 보고 싶을 때에는 시간을 내어 만납니다.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길 나누다가 일 이야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는 넋두리나 하소연이 아닙니다. 도전과 열정의 이야기요, 에너지가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나문희 선생님의 말씀 중 "우리 자주 보지 말자. 그냥 열심히..

허접한 결과물이 나와도

"어쩌면 내가 쓰는 소설이 아주 작은 살구씨를 품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고통만 있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겪는 산고가 아무 소용이 없는 짓이 되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양분을 흡수하고 가슴을 부풀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꾸물꾸물 움직이는 동물이 아니어도,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넓히는 나무 한 그루를 내 속에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면, 그리하여 단 한 사람에게라도 새콤한 살구 맛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되지 않을까? 나는 단단한 껍데기가 열리고 싹을 틔우는, 내 몸에 자리잡은, 하나의 살구씨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깥으로 내보이기 위해 거쳐야 할 고통을 기쁘게 맞을 것이다." 소설가 천운영의 말이다. 희망과 위로가 적절히 뒤엉킨 이 소설..

포트폴리오 생활자

나는 밥벌이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재정 관리를 못해 돈이 솔솔 새어나가곤 한다. 과소비를 한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4년 전, 할머니께서 오시면 보신다는 목적으로 설치한 케이블 TV 시청료가 그 예다. 나는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TV를 켜고, 할머니는 요즘 거의 대구 본가에 계신다. 매월 통장에서는 3만원 남짓의 케이블 TV 이용료가 빠져 나간다. 참 비합리적인 모습이다. (일년에 6개월 동안은 그나마 좋다. 프로야구를 볼 수 있으니.) 이런 사정이 여럿 있으니 돈을 모으는 데에는 '꽝'이다. 물론, 잘 하는 것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에는 약간의 모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

[하루NA] (9) 카페 데 베르

7월 23일. 카페 데 베르. Cafe des Verts. 지금도 Jazz가 흐른다. 언제나 그렇듯이. 넓은 테이블은 책을 읽기에도, 작업을 하기에도 편하다. Jazz와 테이블은 언제나 나를 반긴다. 이 곳에 일백 번도 넘게 방문했으리라. 종업원들의 얼굴은 안 봐도 그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인사 한 번 나누지 못한 것은 바쁜 직장인들의 삶(허나 조금은 메마른)을 아는 종업원들의 배려일까? 나의 수줍음 때문일까? 테헤란로에 위치한 이곳의 영업은 직장인들의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다. 테헤란로의 휴일은 여유롭고 건물들은 외롭다. 이 곳이 가장 여유롭게 편안한 곳이 되는 날이다. 평일의 오전은, 직장인들이 업무에 몰두하는 시간이고 이 곳에 아침의 상쾌함과 음악의 경쾌함이 깃드는 시간이다. 점심 시간 이후(..

나의 사랑스런 일~!

오늘부터 3일 동안은 하루에 두 번 씩의 강연이 있어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주간입니다. 강연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일정을 좋아하는 제 성향에 비추어 다소 빡빡한 스케쥴이어서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그래도, 강연을 마치고 다음 강연장으로 이동하는 그 긴장감이 싫지는 않습니다. 마치 내가 유명인이라도 된 듯한 순간적인 느낌도 즐겁습니다. 물론 이것은 느낌에 불과하지만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 착각이니 슬쩍 허락합니다. 오전에는 삼전복지관에서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강연했지요. 40대도 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참가자 분들이 40대든, 60대든 참 편안해졌습니다. 오히려 60대 분들 앞에 서면 포근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그 분들을 변화시키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이 말이 노력이나 열정 없이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