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움 6

인생은 여성같다고 생각한 소년

소년은 많이 울었다. 오늘처럼 운 적이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침대에 엎드려 울던 그는 몸을 일으켰다. 집에 있는 게 답답하여 밖으로 나왔다. 가야 할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지만 집을 나서고 싶었다. 밖으로 나서자마자,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초봄 오후에 내리는 가랑비였다. 소년의 마음은 가는 빗줄기처럼 약해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약해지다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년은 곧 다른 생각을 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라고. 친한 사람들은 소년을 두고,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 소년은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다.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소년의 외할머니는,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힘겨워도 내색하지 않는 소년을 섭섭해 했었다. 소년을 이..

유리처럼 지내게 되는 20대

지난 주말에 김광석 동영상을 여러 편 보았습니다. 문득 그가 그리울 때 동영상은 나를 달래어 줍니다. 때로는 더 짙은 그리움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그의 노래를 듣다가 그리워졌고, 그리워서 그의 콘서트 영상을 몇 개 보았습니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차분해졌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지요. "행복하십쇼" 라는 담백한 그 말을.주말 아침 들었던 노래, 따라 부르다가 눈물을 흘렸던 노래는 였습니다. 나는 이 노래가 좋습니다. 깊은 울림으로 다가 온 곡들 중의 하나입니다. 언젠가 이 곡에 관한 글을 썼는데 블로그에 올렸던 것 같습니다. 곡은 생의 허탈함이 아닌, 고마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것이 노래 덕분인지, 제 가치관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노래는 감동적입니다. ..

멋진 미래를 창조하는 비결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는 목표는 달성 가능성이 낮습니다. 누구나 자기에게 중요한 것을 추구하느라 다른 일에는 소홀해지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도 옷을 차려입고 꾸미는 데에는 남못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 역시 책을 사고 잡지를 구독하는 일에는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어떤 이는 넉넉치 못한 살림에도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기도 합니다. 책을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중요한 것을 추구할 에너지는 항상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 합니다. 나의 동생은 저와 열살 터울이라 아직 이십 대 중반입니다.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돈을 벌지만, 소지품은 나보다 항상 비싼 걸 쓰지요. 제가 2만 5천원 짜리 손목시계를 차고 다닐 때, 그는 20만원에 가까운 걸 애용..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 절망과 좌절, 힘겨움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게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을 무엇입니까? 나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그 일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살면서 더욱 많이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내가 열다섯 살에 일어난 어머니와의 사별입니다. 어쩌면 제가 여든 살에 이 질문을 받는다고 해도 답변이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답변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인생에 그 슬픔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비전을 이루고 싶기 때문이고, 살다 보면 더 깊은 슬픔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인생에 대한 겸허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12월이면, 나는 '2011년 나만의 10대 뉴스'를 작성할 것입니다. 1위는 이미 정..

가난해지는 법

이모할머니는 오래 전에 물난리를 당했던 일을 들려 주신 적이 있다. 홍수가 마을을 삼켜 버렸고 이모할머니네 집엔 무릎 높이 이상으로 물이 찼단다. 참담함은 물이 빠진 후에 드러났다. 모든 가전제품을 내다 버려야 했고, 흙탕물에 뒤덮였던 가재 도구들은 못쓰게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절망에도 할머니는 꿋꿋이 살아오셨다. 6남매를 키워내시며. 지난 해,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붕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최첨단 금융상품인 줄은 모르고 그저 은행예금인 줄 알고 투자했다가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날려 버린 시골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참이나 안타까웠었다. 노후 자금으로 모았던 전재산을 날려 버린 할머니는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 만큼이나 앞으로의 날들이 험난하게 보였다. 문득, 그 분들이 떠오..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누구나 삶을 살며 조금씩은 힘겨움을 겪지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사별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고서 뒤늦게 사랑을 그리워하기도 했지요. 여행에세이를 내고 싶어 두 달 동안 여행하며 빼곡히 기록한 노트와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며 구입한 자료들을 몽땅 잃어버리기도 했지요. 참 보고 싶었던 선생님을 찾아 뵈었더니 2년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며 준비한 꽃다발을 동료 선생님께 전하면서는 또 얼마나 울었는지요. 이 모든 일은 제가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들이지요. 어떤 슬픔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평생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묘한 것은 한없이 기쁠 때에도 슬픔이 슬쩍 지나가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첫 책을 출간하고서 저는 참으로 기뻤는데요,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