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많이 읽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유아기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그림책을 즐겨 보았던 것도 아닐 겁니다. 부모님은 생계를 꾸려가느라 책을 읽어주실 여력이 없으셨을 테니까요. 무엇보다 저희 집에서 그림책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마도 내가 스스로 글자를 읽을 무렵에야 집 안에 책을 들인 듯 합니다. 부모님이 책읽기를 즐기시는지, 아닌지는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책장에 단행본이 많은지, 전집류가 많은지를 보면 알 수 있지요. 전집만 있다면 그건 장식용이거나 교육용이겠지요. 책을 안 읽는 부모님일지라도 아이들을 위해서 전집을 들여놓곤 하시니까요. 저희 집도 그랬습니다. 단행본은 거의 없었지만, 서너 질의 아동 전집이 있었습니다. 계몽사 어린이 한국의 동화, 출판사 이름이 가물가물한 스무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