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더 힘을 내는 게 중요해요

"에마, 다음엔 뭘 해야 하죠?""폴, 더 힘을 내세요. 그게 중요해요."- 말기 암 환자 폴과 담당의(에마)의 대화,『숨결이 바람될 때』 중에서 『숨결이 바람될 때』(폴 칼라니티 저)는 아름답고 탁월한 책이다. 무엇이 그러한가? 폴의 필력이 아름답다.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자신과 마주하는 폴의 용기와 의지가 탁월하다. 과학과 문학이라는 진리 탐구의 양날을 사용하여 벼리어낸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 역시 놀랍다. 이러한 장점들은 내게는 슬픔이자 고통으로 작용했다. 2년 전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끊임없이 떠올리게 했으니까. 슬픔을 마주하리란 걸 예상하고서 읽었다. 아니, 마주해야 했다. 마주하고 싶기도 했다. 나에게는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희망을 창조하는 영혼의 성소에 머물기도 해야..

안주하면 나아갈 수 없다

1.이라는 독서 모임의 2주년 파티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가장 열심히 읽은 소설이고 이 책에 대해 쓴 글이 많은데도, 자평하자면 흡족하지 못한 강의였다. 무엇보다 시간을 초과했고 청중에게 어울리지 않은 방식의 진행이었다. 좀 더 청중들의 관점과 성향을 헤아렸어야 했다. 심해로 나아가는 잠수함처럼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가기보다는 시냇물을 건너듯이 여러 주제를 경쾌하게 다루어야 했다. 다른 책이 아니라 『그리스인 조르바』였기에 감동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평범한 강연에 머물렀다. '정상'을 꿈꾸는 이가 '8할 높이의 산등성이'에서 안주할 순 없다. 또한 함께 등정한 이들과의 인연도 놓치고 싶지 않다. 몇몇 분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기억한다. 그분들 덕분에 즐겁게 진행했다. ..

멈춰라 그리고 생각하라

1.교보문고 홈페이지에 독립선언문들이 올라왔다. 독립(讀立)이란다! 읽고 선다, 라고 생각하니 독서를 통한 성장과 삶의 변혁을 꿈꾸는 이들이 좋아하는 말놀이겠구나 싶었다. 교보문고에서는 "독서 실천의 뜻을 세우다"라고 단어 뜻의 외연을 조금 더 확장했다. 수많은 선언에 나도 한 줄 보탰다. 과연 2017년은 책 52권을 읽는 해가 될 수 있을까? "2017년에는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겠다. 사유하고 실천하는 독서! 배움의 깊이를 더하는 서평!" 2.『그리스인 조르바』는 내게 하나의 경이다. 내 삶도 하나의 경이가 되기를 꿈꾸게 하는 소설이다. 이 책으로 여러 번 수업을 진행했는데, 오늘 또 한 번의 수업을 하게 된다. 설렌다. 나는 열린책들 번역본만 해도 두 권을 가지고 있다. 더 오래된 책..

어느 그윽한 만남

지난 주말이었다. 양평 다녀오는 길에 전화가 왔다.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 점심 때 시간 되세요? 진석 오빠도 휴가라서요.” 머릿속으로 다음 주 일정을 떠올려보았다. 화요일은 모 건축회사 인사팀과의 회의가 있는 날이다. “민지야 아마도 월요일이 될 것 같은데, 지금 내가 운전 중이라 10~20분이면 도착하거든. 확인해서 연락할게.” 전화를 끊으면서 고마움에 젖어들었다. 휴가 때, 신랑 신부가 함께 선생을 찾아준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돌아와서 깜빡 잊었다가 저녁에 메시지를 보냈다. “월요일 점심을 함께 먹자. 장소는 너희 가족이 움직이기에 편한 곳으로 하시게. 내가 움직일게.” 30개월 남짓의 딸이 있는 데다 몸도 무거운 그녀였다. 반면 나는 몸 하나가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신랑과 상의하더니 회신..

올 겨울의 반려 음악

운명처럼 만난 앨범이다. 속주곡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에서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 첫 곡에서부터 평온을 느꼈다. 은 우아하고 경쾌하다. 베이스와 심벌즈라는 부드러운 대지가 곡을 받쳐주고, 색소폰과 트럼펫이라는 두 유쾌한 인생이 행진한다. 에서는 두 인생이 길의 방향을 살짝 바꾸어 새로운 스텝을 구사한다. 춤마저 가미된 느낌이다. 이번 겨울은 내게 혹독하다. 내면의 고통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내는 중이다. 추운 날씨는 안중에도 없다. 불면의 날들이 이어졌고 식욕이 떨어졌다. 그래도 산다. 밥을 거르지 않았고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덕분에 집안이 조금씩 깔끔해졌다. 얼굴 살이 부쩍 빠졌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는 ‘얼른 회복해야지’ 다짐한다. 나는 요즘 내면의 짙은 상실감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창원, 길들여짐 & 구원의 책

1.10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해, 아슬아슬하게 열차에 올라탔다. 창원행 새벽 기차다. 졸린 눈, 어두운 창밖. 26장을 몇 장 읽다가 잠들었다. 꿈을 꾸었다. 잠들기 전에 읽었던 "우리의 이별은 칼로 벤 듯이 깨끗했다"는 말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객실을 나와 출입문 앞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 앞의 모든 것이 빠르게 스쳐갔다. 우리네 인생처럼! 시선을 먼 산 쪽으로 던졌더니 풍광이 서서히 지나간다. 하루하루의 시간 같다! 어제 오늘의 하루는 눈으로 그려볼 수 있지만, 지나간 10년의 세월은 몇 조각의 흔적처럼 느껴진다.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가?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의미를 모를 땐 하얀 태양 바라 봐."(이상은, 삶은 여행) 마산역에 도착했더니, 아침 햇살이 나를 반겼다. 2.열차 안에..

마음 한 조각을 덜어내니

드물지만, 강연을 진행하고서 손해보는 경우가 있다. 수강료는 적은데 교재를 그럴듯하게 제작하거나 공지를 느지막이 올리는 바람에 참가자가 적은 경우다. 한 번은 교재비가 비싸 참가자가 늘어날수록 손해가 커지기도 했다.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와우가 답답해했다. '꽤 괜찮은 콘텐츠인데, 선생이 왜 이러시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 염려가 고마웠다. "이번만 이런 거야. 나도 생각이 있지." 그때만 그랬던 건 아니다(아마 그도 알리라). 전략이라 부를 법한 대비책 같은 것도 없었다. 내 마음을 따랐을 뿐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긴 하다. 1) 가끔씩 내 수업을 찾아준 이들이 가슴 시리도록 고마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작은 보답 차원의 수업을 기획한다. 2) 누군가가 내 수업을 원하면, 머릿속 계산기를 ..

노래 한 곡 들었을 뿐인데

왜 이리 기분이 좋지? 노래 한 곡 들었을 뿐인데…. 첫 소절의 기타 연주만으로도 사람을 홀리더니 연주하는 내내, 노래하는 줄곧, 전율을 안긴다. 당장 기타를 안고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저이처럼 부르고 연주할 순 없으니, 듣고 또 듣고, 보고 또 본다. 황홀이다! 심사위원들은 뭐라 평했을까, 궁금하지만 훌륭한 예술은 비평 없이도 우뚝 존재한다. 신들린 한 소녀가 글망을 불러일으킨다. * 글망 = 글을 잘 쓰고픈 열망! ^^

11기 와우 모집을 어떡할까

1.11기 와우팀원을 어찌 할까? 오랫동안 나의 고민이었습니다. 새로운 와우팀원을 모집할까 말까를 두고 몇달 동안 갈등했지요. 어떤 날에는 '10기를 끝으로 그만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며칠 후에는 '아니지, 새 기수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11기까지는 하겠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자'며 나의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4/4분기가 되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죠. 급기야 그리스 여행을 떠나면서 "와우 11기를 해야 하는가를 결정하고 돌아오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미코노스 섬에서 잠시 나만의 시간이 주어져 와우에 관한 여러 가지를 곰곰히 생각했습니다만, 확고한 결정 없이 귀국하고 말았네요. 우유부단은 저의 취약점입니다. 2.내면에 존재하는 11기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렇습니다. - 와우는 부담이 되는 프..

아뿔싸! 또 글이라니!

느닷없이 핸드폰 전원이 꺼지곤 한다. 37개월째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노트3' 얘기다. 증상이 나타난 지 한 달 남짓 지났다. 금방 다시 켜진다면 일시적 현상이라 여기겠지만, 한 번은 대여섯 시간 동안 켜지지 않았다. 조바심이나 걱정은 없었다. 이내 다시 켜질 것 같았고, 켜지지 않더라도 데이터는 구할 거라고 생각했다. 영원히 사망하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 최근에 찍은 사진들과 핸드폰으로 주고받았던 인간관계의 흔적들이 아쉬울 뿐. (노트북과 두 번 결별한 내게는 경미한 사태다.) 아직은 휴대폰을 다시 살 생각이 없다. 최소 6개월, 최장 1년은 더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열흘 전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핸드폰 케이스를 구매했다(사용하던 짙은 파란색 케이스는 봄과 여름용이었다). 가격은 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