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새로운 인생의 첫날처럼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렸다. 내게 머물지도 않고'이제 간다'는 기별도 없이 어제는 나를 떠나갔다. 순간을 음미하거나지긋이 석양을 바라보지 못했다.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지도못했다. 하루를 못나게 살았다. 왜 그리 살았냐는 자책 없이이만하면 괜찮다는 자족 없이건강하고 명랑한 영혼으로 다시 일어나 걸어야지. 아직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아기처럼.마치 오늘이 새로운 인생의 첫날이듯이. 밤이 지나 오늘이 되었다.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하루가 살며시 내게로 왔다. 나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야지. 멍하고 차분한 마음 한 구석에서 신선한 공기 같은 감정이 샘솟는다.고마움이다. 다시, 찾아와 준 하루에 대한 고마움.

오늘 내가 잠 못 든 이유

자유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갓 전역했다. 거리에는 모세의 과 윤도현의 신곡 가 흘러나왔다. 친구들이 나를 반겼다. 초등학교 친구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며 젊음의 날들을 향유했다. 전역과 취업 사이의 그 시절이 종종 그립다. 나를 구속하는 일이 없어 자유로웠고, 시간에 쫓기는 일이 없어 여유로웠다. 친구들이 적은 편이 아니라 늦게 귀가하기 일쑤였다. 새벽에 들어가도 아침 일찍 일어났다. 며칠을 그리 보내도 피곤함을 몰랐던 날들이었다. 한 마디로 젊었다는 말이다. 2005년 늦봄과 초여름의 일들이다. 불과 10년 전인데... 지금의 나보다 어린 모습에... 세월을 느낀다. 두 장은 2005년 5월과 7월에 찍은 사진이다. 전역한 직후라 머릿칼이 짧다. 여전히 작은 눈을 제외하면, 머리숱과 피부 그리고..

오랫동안 독서를 한다는 것

(부제 : 학습조직화 연수를 마친 개인적 후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최하고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주관한 에서, 나는 2박 3일 동안 진행되는 에 여섯 번 참가했다. 그 중 한 번은 참관이었고, 다섯 번은 워크숍 강사로서 진행했다. 올봄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적잖이 스트레스도 받았던 교육이었다. 다소 늦었지만, 배우고 느낀 것들을 되돌아본다. 1. 퍼실리테이션의 가치를 발견하다 워크숍을 잘 진행하려면 두 가지에 능숙해야 한다. 첫째, 교육 주제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다. (이를 주제 장악력이라 부르자.)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청중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확률이 높다.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아는 사람이 모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모르는 것을 전달할 수는..

깊은 웃음

1.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연수! 2016년의 봄을 오롯이 투자한 교육이 끝나가고 있다.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진행되는 연수가 종료되면, 약 3개월 동안 준비하고 진행한 과정에서 해방되는 게다. 오늘은 1일차가 종료된 밤! 아직 2, 3일차가 남았는데도 설렌다. 곧 내게 찾아들 얼마간의 여유가 기다려진다. 밀린 업무가 적지 않지만, 지방으로 내려갈 일도 꼬박 3~4일을 바쳐야 할 일도 없으니, 강연에 비해 업무는 자유로운 구속이다. 학습조직에 대한 지식이 쌓여갈 즈음에 종료되어 아쉬울 것도 같지만, 책읽기와 글쓰기 등 하고 싶었던 이들이 달래어 줄 것이다. 연수는 끝이 나더라도 '학습조직'에 대한 공부는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6월에는 『살아있는 학습조직』을 읽을 계획을 세웠다. 이번 연수를 진행하..

언젠가 부르고픈 노래들

1.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았다. 일반인과 가수가 노래 경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전문가에게 도전한다는 포맷 자체가 흥미를 끌었다. 케이윌에 도전한 지우진 씨는 라는 노래를 깊은 감성으로 불러냈다. 근소한 차이로 케이윌이 승리했지만, 나는 지우진 씨가 더 우세했다고 느꼈다. 윤도현에 도전한 과학 선생은 반듯한 태도와는 달리, 실력이나 연출력은 시시했다. 윤도현의 압도적인 승리가 당연했다. 밋밋하게 부른 JK김동욱에게 방효준(?) 씨가 승리한 것도 마땅했다. 지우진 씨가 아쉬웠다. 2.과학 선생은 윤도현의 를 불렀다. 1994년에 발표된 이 곡은 먹먹한 추억을 불러냈다. 우리는 고등학생이었다. 나와 나의 친구들 말이다.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이었을 때나, 우리의 유흥은 비슷했다. 저녁부터 술을 마시..

폴 데스먼드에 취하는 밤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이 를 연주했다. 나는 폴 데스먼드의 연주를 사랑한다. 아름다운 여성에게 첫 눈에 반하듯 폴의 도입부를 듣자마자 반했다. 온 몸을 감싸는 소파에 눕듯이 앉아, 와인과 함께 이 곡을 듣고 싶다. 데스먼드가 쳇 베이커와 함께 녹음한 앨범 의 몇몇 곡들은 나를 황홀케 한다. 존 콜트레인, 스탄 겟츠, 아트 블래키, 디지 길레스피, 듀크 엘링턴, 리 모건, 빌 에반스, 카운트 베이시, 데이브 브루벡, 마일즈 데이비스 등 많은 재즈 거장들을 20대에 접했다. 알토 색소폰을 연주했던 폴 데스먼드는 삼십 대에 알게 된 뮤지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다. 부드럽고 강렬하다. 도 브루벡이나 데스먼드의 곡 모두가 좋다. 우연히 플루트로 연주되는 를 들었는데,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꼈다. 무슨 악기로든..

나, 다시 돌아갈래!

플라잉 요가 강사가 TV에 나와 만성피로를 풀어주는 동작 서너 가지를 알려주었다. 어깨와 목에 통증을 자주 느끼는 터라 유심히 보았다. 서른 살 전후로 보이는 여성 강사가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자세를 선보였다. 카메라가 그녀의 전신 모습을 잡았다. 발뒤꿈치의 굳은살과 발바닥의 못박힘(길게 패인 굳은살)이 내 눈에 들어왔다. ‘몸매는 관리해도 발 관리에는 관심 없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 내 머릿속엔 태아의 발 이미지가 떠올랐다. 한 살, 두 살 배기 아가들의 발은 내게 하나의 '경이'다. ‘나도 어릴 적에는 굳은살 하나 없이 저리도 매끄러웠겠지. 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마찬가지였을 테고.’ 내게 아가의 발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순수'의 상징이다. 살면서 아가들의 발이 떠오를 때가 있다. 길을 ..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면서

1.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의 연수를 진행하는 요즘이다. 3월 말부터 교재 개발에 시간을 할애했고, 5월은 경주, 광주, 대전, 서울을 돌면서 워크숍을 진행한다. 교재 개발과 연수 진행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피해의식을 맛보지만, 얼마간의 보람과 희열도 느낀다. 특히 어제 끝난 광주 연수의 만족도 점수는 꽤 높았다. 교육에 참가했던 분들의 문자 메시지까지 이어지는 걸 보니, 교육 만족도가 높았음을 실감한다. 3일 간의 수고가 보람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기쁨이요 감사거리다. 2. 오전에는 늘 일하는 카페로 나가 다음 주 월요일로 예정된 '리버럴 아츠' 특강을 준비했다. PPT 교안을 만들어 담장자에게 전했다. 내일 진행될 웅진씽크빅 '리더십' 특강에 대한 인지연 설계도 마쳤다. 5월에는 지방 강연이..

독서가로 자처하려면

정약용은 그를 몹시 존경했다. "문자로 쓰인 모든 학술이, 한번 물으면 모조리 술술 쏟아져 나와 막힘이 없을 뿐 아니라, 각 부분을 전공한 학자처럼 모두 깊이 있게 파악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한 사람이 놀라서 귀신이라도 의아해할 정도였다." 그는 유학 13경 뿐만 아니라 제자백가, 과학기술서, 의학서까지 능통했다. 『고전산문산책』(안대회 저, 휴머니스트)이 소개한 18세기 조선의 지적 거장, 이가환 선생의 얘기다. 조대구란 사람이 아들을 위해 공부방을 마련하고서 이가환에게 공부에 도움 될 글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세상에 독서하는 사람은 있지만 독서하는 장소란 없다. 독서하고자 한다면 쓰러져가는 초가집이나 부뚜막 위, 부서진 의자 위, 망가진 담요 위도 모두 책이 쌓여 있는 도서실이다. 반면에 책을 ..

한 시간, 마음대로 살기

1. 딱 30분만(!)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고서 책상 앞에 앉았다. '블로그 포스팅'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독서'가 뒤를 이었고, '15분 수면'도 끌린다. '아! 30분으론 안 되겠구나...' 나는 큰 마음을 먹고 1시간을 나에게 선사하기로 했다. 갑자기 이마에 땀이 맺혔다. '오전에 할 일이 많은데... 이래도 되나?' 나의 내면에는 삶의 여유를 앗아가는 '의무감'라는 이름의 꼰대가 산다. 귓가의 허공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스 수업 녹음 파일도 보내야 하잖아!' 1시간을 나에게 써도 오늘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녹음파일은 보낼 수 있겠다는 계산을 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 숨을 쉰다. 이 놈의 나쁜 꼰대! 2. 얼른 포스팅을 마무리한 후에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다가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