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497

그리움이 짙어지는 날

4월은 그리움이 짙어지는 달이다. 밤에 감상하는 벚꽃은 영락없이 선생님을 떠올리게 한다. 2013년 4월 15일,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던 밤, 벚꽃나무를 만났다. 봄바람이 불었고 벚꽃잎이 흩날렸다. '언젠가 내 인생의 꽃도 선생님처럼, 저 벚꽃처럼 떨어지는 날이 오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그날 밤의 인상이 선명하다. 1992년 4월, 청명했던 하늘 아래에서 어미를 잃고 울부짖었던 열다섯짜리 중학생의 기억이 희미해진 것과 대조적이다. 4월을 조금은 쓸쓸하게 보내게 된다. 얼마간은 가슴 아리게 보내기도 한다. 어찌할 수 없는 내 인생이다. 두 분과 관계 없는 별개의 작은 슬픔이 선생님이나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4월에만 유독 그런 걸까? 모르겠다.) 선생님 사진 폴더를 ..

4월 첫 날의 순간포착

07:256시에 일어나 지금까지의 시간을 살뜰하게 보내지 못했음을 인식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아침 10시 미팅(교재 개발 건을 준비해야 하고, 워크숍 교재 모듈을 적어도 하나는 완성해야 하고, 오후에는 창원으로 내려가 독서 강연을 하고, 내일 글쓰기 수업도 준비해야 하는 오늘인데... 아이 참! (잠시 동안이지만) 한심했군.' 나는 정신을 차렸고, 마이클 조던이 떠올랐다. 정신차림과 조던의 상관 관계나 연결 관계가 있을까. 둘 사이에 순차적으로 이어진 생각은 있겠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나는 5분을 투자하여 조던의 영상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봤고, 매번 그렇듯이 감동하고 울컥했다. 특히 오늘은 마지막 장면, 트로피를 끌어안고 우는 조던의 모습에 눈물이 날 뻔 했다. 조던을 보고 나서,..

아침을 깨우는 노래들

"음악은 신성하거나 세속스럽거나 둘중에 하나이다. 신성한 음악은 그 음악이 위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신성하다, 그리고 그 신성함으로 삶에 훌륭한 영향을 끼친다, 신성한 음악은 모든 시대와 모든 세기를 가로질러서 영향을 끼친다. 세속적인 음악은 항상 어디에서나 쾌활하며 명랑하다." -괴테 괴테의 수많은 명언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세속적 음악을 비꼰 말인지, 예찬한 말인지는 몰라도, 그의 의도는 중요치 않다. 실제로 음악은 나에게, 신성하고 장엄한 걸음으로 또는 쾌활하고 명랑한 잰걸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소한 아침에 듣는 음악은 장엄하거나 명랑하거나 둘 중 하나다. (밤에 듣는 음악은 걸어오지 않는다. 밤의 노래들은 낭만적인 포즈로 소파에 앉아 나를 유혹한다.) 듀크 엘링턴과 콜맨 ..

밤 10시 28분이다

밤을 좋아한다. 석양이 하늘을 사랑빛으로 붉게 물들일 무렵부터 나는 황홀해진다. 친구가 그리워지고 와인과 음악이 아른거린다. 대학생이었을 때에는 새벽 2시를 좋아했었다. 세상이 잠들고 나만 깨어있는 그 시간은 은밀했고, 그 공간은 나만의 요새였다. 직업인이 된 지금은 밤 10시와 11시 즈음이 가장 좋다. 심규선의 , 짙은의 , 키이라 나이틀리의 를 듣기 좋은 시간. 기타 선율이 사랑스럽다. 밤에 듣는 어쿠스틱 사운드는 마음을 녹인다. "우리는 길 잃은 별들. 어둠을 밝히고 싶어하는." 밤 10시 28분이다. 친구와 함께 와인잔을 부딪치기에도 혼자 에세이를 읽거나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듣기에도 기막히게 어울리는 시간. 나 에 게 밤은... 낭만이다.

가장 아름다운 선물

1. 일이 많아질 조짐을 느낀 하루였다. 낮에는 학습조직에 관한 워크숍 진행을 제안 받아 관련 미팅을 했다.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2박 3일짜리 워크숍을 서너 차례 할 수 있게 됐다. 최소한 두 차례를 진행하고픈 생각이다. 오랜만에 워크숍을 하면서 퍼실리테이터로서의 감각을 느끼고 싶기에. 저녁에는 '팔로워십'을 주제로 한 특강 의뢰를 받았다. 강연을 즐기긴 해도, 두 가지 모두 놀이가 아닌 '일'이다. 준비해야 하고 진행하는 데에도 시간을 써야 하는 일. (주제와 대상이 내게 맞춤한 강연은 내게 놀이다. 이번 강연은 새롭게 준비하고 개발해야 하는 영역이 많아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는 점에서 얼마간은 부담이다.) 3월의 일은 이 즈음에서 그만 받아야겠다. 공부와 놀이, 휴식도 중요하니깐. 2. "진다고..

교보문고를 애용하는 이유

"금요일 저녁에 시간 되나? 안 봤으면 초대 티켓 하나 남았는데 같이 가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초대' 티켓이라는 말이 부담 되었다. 무료니까 어떤 행사가 덧붙여질 가능성이 있으리라. 위안부 실화를 담은 영화이니 공익 행사나 기부 순서가 있을지도 모르고. 나는 시간 내고 돈 낼 바에는 내 돈 들여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친구 지인들도 함께하는 자리라고 하니, 더욱 꺼려졌다. 나는 확인 문자를 보냈다. "영화만 딱 보고 오는 건가? 끝나고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 건가 싶어서."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아직 정해진 게 없으니 너 편한 대로 하면 될 듯." 그다운 대답이었다. 나처럼 까탈스럽게 사전행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여느 때와 달리 나는 초대에 응했다. "영화 보고 ..

추억을 부르는 이름, 리 모건

리모건! 90년대 말 온라인 카페에서 사용한 나의 첫 번째 닉네임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리모건'이 무슨 뜻이고 물었다. 리모컨을 잘못 쓴 거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리 모건이라는 재즈 뮤지션 이름이에요." 정말 궁금해 하는 이들에겐 조금 길게 답변했다. "설명하기가 쉽진 않지만 그의 음악에 끌려요. 요절한 것도 그렇고요. 서른 넷의 나이에 연인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거든요.“ 리 모건 Lee Morgan(1938~1972)에 관해 위키피디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5세 때부터 밴드를 결성하여 클럽에서 주급 받으며 연주 활동 시작. 이때 클럽에서 우연히 마일즈 데이비스, 디지 길레스피, 클리포드 브라운 만남. 디지 길레스피의 대표곡 를 연주하며 각광 받음. 1956년부터 최고의 재즈레이블 ..

내가 사랑하는 재즈곡들

행복이다! 새로 구입한 PC 스피커가 내게 감동을 준다. 듀크 엘링턴과 콜맨 호킨스가 연주한 와 존 콜트레인의 을 연달아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곡의 재즈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두 곡이 나를 서로 다른 세계로 실어다 주었다. 나는 경쾌하게 뉴욕 거리를 거닐다가 몽펠리에의 어느 바에서 와인을 즐겼다. 는 언제 들어도 스무살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예전 스피커에 문제가 생긴지는 꽤 되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구입을 미루었다. 예산을 20만원 정도까지 책정했다가 결국 3만원 짜리로 결정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데도 아직은 막귀인가 보다. 어쩌면 100만 불짜리 감수성을 지녔는지도 모르겠다. 은 밤에 더욱 어울리는 곡이다. 오늘 밤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또 들어야겠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두 곡을..

첫 출근길

첫 출근길 네가 살아 있구나 지금 떨고 있으니 너는 존재하는구나 오감이 만개했으니 새로우니까 두렵고 처음이니까 설렌다 잘 해낼까 걱정되고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고 옳은 선택일 텐데도 이처럼 떨리는 건 처음이니까 새로운 시작이니까 "사람 있는 곳이라면 배려와 성실만 갖추어도 눈 밖에 나진 않을 게다." 어머니 말씀 붙잡고 "우리는 정확히 목적지를 향할 때에도 방황하면서 걸어간다." 지혜를 푯대 삼아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힘차게 살아 보시게 파김치가 된 퇴근길 미소를 깃들이기 위해! * 오늘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는 와우들이 있습니다. 어젯밤, 그들을 생각하며 메일 하나 써야지 했는데... 미루다가 아침이 밝았네요. '출근 전날에 보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위 시를 실어 보냈습니다. 보내고 나서,..

3분 36초의 시간 있으세요

여유, 향유, 자유, 공유!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어제는 한 곡의 팝송을 통해 네 가지 단어들을 모두 누렸다. 카카오톡 단체창에서 조지 이즈라(George Ezra)의 가 링크되었다. 음악 감상은 3분 36초가 요구되는 일이었다. '들어볼까? 하던 일이나 할까?' 여유가 없으면 후자로 귀결된다. 휴식이나 예술을 향유하려면 잠깐의 여유가 필요하다. 시간적 여유만이 아니다. 때때로 마음의 여유가 더욱 중요하다. 하루 중 3분 36초를 내지 못할 만큼 바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그리 믿는다. 3~4분은 엉뚱한 활동으로 쉽사리 소비되는 짧은 시간이다. 시시콜콜한 카톡으로, 전화 통화로, 인터넷 서핑으로, 물건을 찾는 일로, 딴 생각이나 멍 때림으로 수십 분을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5분을 내지 못하는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