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나름대로 예술만끽 44

삶을 돕는 선율과 노랫말들

삶의 무게는 힘겹다.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다. 때로는 어떤 사람이, 때로는 어떤 것이 우리 삶을 돕는다. 당신은 힘들 때, 누구로부터 또는 무엇으로부터 도움을 얻는가? 음악(과 글쓰기)! 내 답변이다. 가수 이상은의 노랫말을 보자. “삶은 계속되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으니. 수많은 풍경 속을 혼자 걸어가는 걸 두려워했을 뿐.” 음악은 나의 두려움을 공감하고 위무한다. “하지만 이젠 알아 혼자 비바람 속을 걸어갈 수 있어야 했던 걸.” 이처럼 음악은 지혜를 상기한다. 그리고 음악은 내 마음을 만져 부드럽게 만든다. “의미를 모를 땐 하얀 태양 바라봐. 얼었던 영혼이 녹으리.” 어둠을 만나지 못한 빛은 어둠이 내려오면 자취를 감춘다. 어둠 속에서 빚어진 빛은 어둠이 내려오면 더..

그림 앞에서 물끄러미

[미술 감상의 첫걸음] 그림 앞에서 물끄러미 절친한 친구가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른일곱이 되던 해, 그는 여러 점의 그림을 구입했다. 인사동 갤러리를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 몇 점에 값을 치르거나, 밝은 채색감이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다며 고흐의 대형 유화를 침실에 걸어두기도 했다. 그와 나는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다닌 단짝이다. 서로의 성격과 취향을 잘 안다. 그림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 그는 갑자기 무엇 때문에 돈과 시간을 그림에 투자한 걸까? 죽음이 다가오면 오감이 민감해진다는 말을 언젠가 들었다. 작은 소리도 민감하게 잡아내고 짙어진 감수성으로 세상을 세심히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친구를 통해 알았다. 친구가 그림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췌장암..

<폼페이>를 통해 얻은 생각들

는 역사를 복원한 영화다. 무엇을 복원했는가? 그것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인간 화석은 사실인가? 나는 영화가 ‘역사’가 아님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영화 를 두고 왜 역사와 다르냐고 따지진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역사를 다룬 이 영화가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1. 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당시 로마의 배경을 살펴보자. 영화가 다룬 시간적 배경은 로마 제국의 시대다. 정확하게는 서기 79년인데, 이때는 어떠한 시대였나? 전후의 역사적 흐름은 다음과 같다. 기원전 8세기 중엽에 세워진 로마는 510년에 공화정을 거쳐 기원전 27년에 제정 시대를 열었다. (제정은 황제가 광대한 영토의 제국을 다스리는 정치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로마가 초강대국의 길로 ..

다이애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영화 를 보러 가는 기대감의 정체는 호기심이었다. 화려하게 보였던 그녀의 삶 그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녀의 죽음! 그렇다. 무엇보다 그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궁금했다. 영화는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지 못했지만, 호기심 충족이 아닌 다른 것으로 기대감을 채웠다. 영화 의 관심은 '그녀의 죽음'이 아니라 '그녀의 삶'이다. 다이애나가 어떤 여자였고,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서 다이애나라는 사람의 일면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으리라. 나의 리뷰도 영화를 통해 이해한 다이애나에 대한 단상들이다. '당신은 다이애나를 아는가? 그녀는 어떤 사람인가?' 1. 다이애나는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슴으로 '느끼는 사람'이다. 전략이나 전술은 그녀의 단어가 아니다...

여운이 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감독 장 마크 발레)을 보았다. 에이즈 감염으로 30일 시한부 인생을 선고를 받은 한 남자의 실화다. 감동과 성찰을 안기는 실화! 그는 불합리한 이익 집단(미국 식품의약국)에 맞서며 7년을 더 살았다. 그 과정에서 금지된 약물을 판매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에이즈 환자들을 생명을 연장시켰다. 영화의 여운은 진했다. 1. 주인공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는 거친 사내다.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섹스를 즐기고, 로데오 경기에서 돈을 떼먹고 달아나는 식이다. '도무지 나랑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겠군' 영화 초반에서 느낀 감정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 나는 론에게 빠져버렸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고, 금지된 법..

김연아가 우리에게 보여 준 것들

오늘 새벽, 현역으로서의 마지막이 될 김연아의 경기를 보았다. 아니 예술활동을 보았다. 다른 피겨 선수들은 스포츠를 했고, 김연아를 예술을 했다. 이것이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한 줄의 소감이다. 그녀는 4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에 낄 예술 작품을 창조해내는, 스포츠 예술가다. 마이클 조던의 더블클러치, 리오넬 메시의 환상 드리블에 버금간다. 그녀의 경기를 앞두고서 내 안엔 얼마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금메달을 땄던 쇼트트랙 계주 경기를 생방송으로 챙겨보지 못한 것! 반 바퀴를 채 못 남겨둔 상황에서 막판 추월에 성공한 심석희의 근성을 리플레이로 거듭 보았지만, 생방송으로 보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살다가 감격의 눈물을 맛본다는 것은 얼마나 짜릿하고 경이..

문인들의 말로 살펴본 김현

수많은 문인들이 '김현'을 말했다. 목포문학관 내의 김현 전시관은 한쪽 벽면에 김현을 기리는 말들을 전시해 두었다. 고종석에서부터 김병익 선생까지, 소설가와 비평가들의 김현 상찬을 모두 읽었다. 특히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말들이 있어 정리해 둔다. 감정은 중요하다! 감정의 주인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보여주니까. 이번 울림은... 아마도... 내가 어떤 평론을 써야 하고, 쓰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푯대이리라. 말하자면 내 비평쓰기의 가치들! 끝내 획득할 자신은 없더라도 힘껏 추구하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에게는 지금 달려갈 푯대, 다시 말해 가치가 필요한 것이다. 김현을 둘러싼 말들을 내 깜냥대로 세 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1. "김현, 술에 젖어 초월과 폭력의 문제를 입에 걸고 함께 아우..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 영화 감상기 1. 은 상실을 다룬 영화다. 피해자는 세상의 모든 노인들이고, 피의자는 쏜살같이 빠른 세월이다.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것은 젊음이다. 세월은 저만치 흘러갔고, 영화 속 주인공인 4명의 은퇴한 뮤지션들은 이만치 늙어갔다. 씨씨(폴린 콜린스)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최정상급의 소프라노였던 진(매기 스미스)도 은퇴하여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세월은 한 세대를 풍미한 음악가라도 해도 비켜가지 않았다. 2. “재능이 사라졌어.” “그런 게 인생이야.” 이야기는 은퇴한 음악가들이 모여 사는 비첨하우스에서 진행된다. 진은 비첨하우스로 입주하고서 전 남편 레지를 만났다. “왜 음악을 관두게 됐어?” 레지가 물었다. 진은 비평가들이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더 이상 예전의..

사람답게 사는 비결 하나

사람답게 사는 비결 하나, 꿈에 도전하기! - 영화 감상기 1. 영화 는 두 개의 테마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하나는 '꿈꾸는 자의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사제지간의 우애'다. 성악가를 꿈꾸는 깡패 이장호(이제훈 분)에게 감정이입이 되면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의 꿈을 생각할 것이고, 성악 천재의 길을 걷다가 성대 결절로 인해 꿈이 좌절되고 지금은 시골 예고의 시니컬한 음악 선생이 된 나상진(한석규 분)에 몰입하면 제자를 거두어가는 선생 이야기에 감동할 것이다. 2. 나는 를 보는 내내 꿈을 생각했다. 노래 부를 때 장호가 행복해하는 표정을 보면서 '그래 저것이 꿈을 꾸는 자의 모습이지' 생각하며 니체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지는 그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걷는 것을 보..

알 수 없는 것들

알 수 없는 것들 친구의 아내가 사망했다. 친구는 슬플까? 후련할까? 망자를 두고 이런 질문을 던진 나는, 매정한 걸까? 무심한 걸까? 아니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일까? 괜히 이런 질문을 두고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친구가 "그년! 차라리 어디 가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떠올라서 그런다. 친구와 아내는 많이도 싸웠다. 나를 찾는 전화 중에 가장 진절머리 나는 전화가 녀석이 싸운 후에 거는 전화다. 이런 말을 하고 나니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진절머리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아 준 것을 우정이라 생각해 주면 좋겠다. 둘은 서로를 구속하고 속박하고 다투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밤이 되면 달라진다.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