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과 에세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학의 두 양식.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과 에세이를 모두 잘 쓴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아니, 아주 가끔 읽는다(는 표현이 맞겠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앉아 책장에 꽂힌 하루키의 에세이집 『더 스크랩』을 꺼내 들었다. 하루키의 에세이, 2년 만이다. 『더 스크랩』은 제목 그대로의 책이다. 하루키가 1980년대에 , 일요판 등을 ‘스크랩’하여 일본 잡지 에 연재했던 글을 엮었다. 하루키는 책을 여는 글에서 독자들에게 당부했다.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은 내가 스크랩한 글은 대부분이 아무 상관없는 사소한 화제뿐이다. 다 읽고 나면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인간성이 좋아진다거나 그런 유의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삿짐을 싸다 벽장에서 나온 오래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