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70

『파우스트』의 무대였던 술집에 가다

in Leipzig 9월 03일 오후 7시 10분 도착 9월 06일 오전 11시 15분 떠남 드레스덴을 떠나 라이프치히 행 ICH 열차에 몸을 실었다. 쾌적한 열차로 1시간 15분을 달려 라이프치히에 도착했다. 라이프치히 역사는 엄청 컸다. 독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역사란다. 역사 내에 큰 쇼핑센터가 있어 아주 편리했다. 높은 천장에 지하 2층까지 이어진 쇼핑몰의 사진 몇 장을 서둘러 찍었다. 서두른 까닭은 오늘 밤 저녁 식사를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서다. 서두른다고 해도 조금 걸음을 빨리 하는 것이지 성미 급한 사람들의 ‘천천히’ 만큼도 안 될 것이다. 여행자인 나의 걸음은 ‘느릿느릿‘고, 거리를 둘러보는 시선은 늘 ‘두리번두리번’이어서 남들이 보면 내가 서두르고 있는 중임을 전혀 모를 것이다. 라이프치..

행복한 인생살이의 비결

in Frankfurt 9월 12일 오후 18시 41분 도착 9월 14일 오후 16시 15분 떠남 저녁 7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빠져나왔다. 나의 성능 좋은 방향 감각은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카이저 거리로 향하는 나의 직감은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행복한 인생살이의 비결은 정체성과 방향성을 알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 어느 한 단어도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정체성 : 나는 누구인가? 방향성 :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누가 이 질문에 대하여 쉽게 대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행인 것은 대답을 빨리 찾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젊은 날에는 질문에 답을 해야만 회사에 입사하는 줄 알았고 답을 가져야만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줄 알았다. 이제는 안다.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

End는 또 하나의 And

2009년 9월 29일. 나는 밤을 날아 한국에 도착했다. 홀가분하게 떠나 54일 동안 자유로이 여행했다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귀국했다. 세상에 한국어가 난무하는 곳이 있다니.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있는 곳이 있다니. 두 귀로 한국어를 듣고, 두 눈으로 한국인들을 바라보니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여행을 시작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 곳'을 여행한 목적은 '이 곳'에서의 삶을 위함이었을 느낀다. 사람들은 긴 여행이라고들 하지만 내게는 짧은 여행이었다. 퍽이나 즐거웠고 깊은 깨달음의 순간들이 많았다. 예상했던 외로움은 나를 찾아들지 않았고 여유와 배움이 가득한 날들을 보내며 기뻐했다. 나는 기대했던 것보다 혼자만의 여행을 더욱 잘 즐기는 사람이었다. 어떤 배낭여행자들은 이제 풍광도 지겹다면서 집이 ..

안녕! 드레스덴

in Dresden 9월 01일 오후 2시 45분 도착 9월 03일 오후 5시 54분 떠남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드레스덴 중앙역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은 라이프치히에서 묵을 것이다.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하루 종일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사라지자 하늘이 파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구름에 낯을 숨겼던 햇살도 잠깐씩 고성을 비출 때마다 기품 있는 고성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잠깐 멈춰서서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이 맑아지고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배낭의 무게도 거뜬하게 느껴지다니. 문득, 짐을 모두 맨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드레스덴 성을 배경으로 찍고 싶지만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츠빙거 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풍류와 교훈

비행기에서는 너무 높아 볼 수 없고 기차, 자동차에서는 너무 빨라 볼 수 없던 아름다운 풍광과 사람들의 모습이 배를 타고 유유히 흘러가니 지긋이 바라볼 수 있구나. 의미 있는 옛 건물이나 특별한 장소를 지날 때마다 가이드의 설명이 곁들여지니 조금 더 제대로 보게 된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것이 천천히 보니 관심이 생기고, 설명을 듣고 보니 의미가 된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사람들이 들이키는 맥주도 시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대화가 흥겨우니 나는 굳이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좋다. 엘베강을 따라 그저 흘러가는 것만도 좋다. 어디든지 흘러가고 싶은 이 기분. 어디에 도착한들 어떠하리. 나는 여행자인걸. 도착한 곳이 곧 나의 여행지인 걸. 언제 도착한들 어떠하리. 나는 여행자인걸. 기다리..

유머와 진실 ^^

드레스덴의 셋째 날에는 비가 왔다. 잠시 비가 내리지 않을 때에도 잔뜩 흐린 하늘이 '곧 비 올 예정임'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비가 그친 순간을 이용하여 드레스덴 성과 성모 교회를 관람했다. 성모 교회에는 11시 50분에 들어갔는데, 거의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예배가 있는 날임을 직감하고 얼른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파이프 오르간만 연주하는가 싶었는데 예배였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었지만 설교 시간에 졸음이 왔다. 결국 졸았다. 독일어 설교는 몇 번째 들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오르간 연주가 끝나고 설교가 시작되기 직전에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을 빠져 나갔는데, 어찌 그 절묘한 타이밍을 알고 갔을까. 함께 나갈 걸 그랬다. 25분간 설교를 듣다가 결국 나도 나왔다. 성모 교회 주변을 ..

모리츠부르크 성에서

모리츠부르크 성 근처의 어느 벤치에 앉았다. 『괴테와의 대화』를 읽다가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이 성의 꼭대기에 걸려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제 갈 길을 못가는 듯하지만 잠시 후 다시 올려다보면 구름은 저만치 나아가 있다. 시간의 흐름만큼 전진하고 성장하는 무언가를 볼 때마다 나 역시도 그러하길 바라곤 한다. 그러면서 혼자 기분 좋아한다. 관광지마다 노인 관광객이 많다. 모리츠부르크 성엔 더욱 그런 것 같다. 특히 홀로 오신 남성 노인이 많다. 부부가 함께 와서 손을 꼬옥 잡고 걷는 모양이 제일 보기 좋다. 그리고 모리츠부르크 성은 성 근처에 다가와 가까이서 보는 것보다 정문 밖 호수를 사이에 두고 저만치서 보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 성 뿐만 아니라 구름까지 물그림자에 비춰져 멋진 풍광을 빚어낸다..

드레스덴 첫인상

in Dresden 9월 01일 오후 2시 45분 도착 9월 03일 오후 5시 54분 떠남 신시가지의 알베르트 광장에 섰을 때 참 푸근한 느낌이었다. 드레스덴은 그렇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엘베강으로 향하는 하우프트 거리는 조용하면서도 쾌적했다. 구시가지로 건너가는 아우구스투스 다리가 나타나면서부터 흥분하기 시작했다. 엘베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바로크 건물군들의 아름다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마치 프라하에서 카렐교 건너편으로 프라하 성을 바라보는 듯했다. 프라하에서보다 좋았던 것은 관광객이 아주 적다는 것이다. 엘베강변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에는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날씨가 참 좋다. 다시 여름으로 돌아간 듯 한 날씨다. 저녁 10시, 이 글..

작별 인사

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박물관의 도시라 불리는 그대의 면면을 낱낱이 돌아보지 못해 미안하오. 페르가몬을 방문한 나의 정성을 이해해 주오. 음악과 유흥에 내 몸을 맡기지 못한 건 부끄럽소. 어렸을 때부터 잘 놀지 못하여 쑥스러워 그런 것이니 노여워 말고 이것 역시 넓게 이해해 주시오. 무엇보다 미안한 것은 포츠담 광장에서 베를린 장벽의 흔적을 보면서도 카이저 빌헬름 교회의 부서진 모습을 보면서도 전쟁과 분쟁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지 못한 것이오. 때론 내가 뒤늦게 곱씹으며 깨닫곤 하니 이번에도 그리 하기를 바라고 있소. 순간마다 그대가 보여 준 의미와 깨달음을 그저 세월에 따라 흘려보내진 않을 것이니 안심하오. 값싸게 맥주를 건네 주어 ..

베를린대성당

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베를린대성당은 규모도 거대했지만 화려한 내부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 한 번, 화창한 날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을 보았더니 성당의 외관은 뚜렷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자신이 보고 경험한 일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들의 경험은 보통 사람들처럼 얕고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표현해 내고 싶은 대상이 있을 때에 애정으로, 온 감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이라는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 한 송이를 예쁘고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감성 뒤에는 오랜 시간과 가까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