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70

맥주와 소시지

in Berlin 8월 28일 오후 11시 40분 도착 9월 01일 오후 12시 35분 출발 묘하다. 오후가 되면 맥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J와 함께 있을 때에는 그저 J를 따라 마셨을 뿐이고, 체코에서는 맥주가 워낙 싸서 마셨었다. 그런데 독일 베를린에 와서부터는 맥주가 당긴다. 대략 3~4시 즈음이 되면 맥주가 그리워진다. 그럴 때면 어서 빨리 저녁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체코에서 몇 번 낮에 맥주를 마셨는데 취하곤 했기에. 이상하게도 낮에 먹는 한 잔은 금새 취하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엔 맥주를 찾게 된다. 중국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발마사지라면 독일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한 잔의 맥주다. 아껴 두었던 비용을 저녁 레스토랑에서의 맥주에 투자한다. 오늘 마신 맥주는 ERDING..

카이저 빌헬름 교회

쿠담 거리를 빠져 나와 카이저 빌헬름 교회로 향했다. 초역에서 나왔을 때 확인해 두었고, 먼 발치에서 카이저 빌헬름 교회와 잠깐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기에 교회의 위치는 잘 알고 있다. 어느 새 불쑥 나타난 교회의 부서진 첨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격으로 붕괴된 교회의 지붕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베를린의 상징이 된 바로 그 부분.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여행자를 잠시 멈추게 했다. 1943년 11월 22일, 영국군은 베를린을 폭격했다. 독일 초대 황제 빌헬름 1세를 기념비적인 업적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카이저 빌헬름 교회도 폭격 당했다. 서쪽 탑이 무너졌다. 1895년 완공되었으니, 50년이 채 못 되어 일어난 일이었다. 이후,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

하고 싶은 일을 하시게

※ 인생의 후배님들에게 간곡히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베를린 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았습니다. 보보가 후배에게 하는 말이구나, 하고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대가 무엇을 하고 싶든, 바로 그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너무 꿈같은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말은 마십시오. 그대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도 마십시오. 나도 유럽을 유랑하는 한국인 배낭여행자가 이렇게 많은 줄 차마 몰랐습니다. 유럽에는 이리도 많은 여행자들을 서울 역삼동에서 일상을 살아갈 때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요. 길을 떠나야 여행자를 만나듯 그 일을 찾아 해내기 시작하면 그대의 꿈벗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어떤 두려움이 찾아와도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지 마십시오.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

부유한 여행이 시작되다

"배낭여행은 저렴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 근거를 알 수 없는 명제가 지금까지의 여행을 지배해 왔다. 물론, 나는 인내심이 강하지 못하고 절제력도 없어 처절한 배낭여행의 근처에도 못 간다. 그러나, 보다 저렴한 비용을 위해 노력은 했다. 베를린에서는 13유로짜리 8인실 도미토리에 묵고 있고, (내일은 16인실 10유로 60센트짜리로 옮길까 고민 중이다.) 30분 전에는 코카콜라가 그리도 먹고 싶었는데, 50센트 저렴한 '카카오'라는 이름의 음료를 구입했다. 그러다 보니 최초 예산보다 비용을 절감했다. 저렴한 배낭여행은 좋은데, 위의 명제를 지키려다 보니 종종 자유가 구속당한다. 콜라를 먹고 싶은 자유, 맛있는 빵을 먹고 싶은 자유 말이다. 오늘부터 비용보다 자유를 우위에 두기로 결정했다. 사실, 대부분..

여행자를 돕는 사람들

in Hambrug 8월 26일 오후 7시 35분 도착 8월 28일 오후 9시 21분 떠남 여행자를 돕는 사람들 Dammtor 역에서 내렸다. 동물원으로 가려면 조금 더 가야하지만, 트램의 바깥쪽으로 보이는 함부르크 대학의 이정표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Dammtor 역을 빠져나오고 말았다. 여행책자에 함부르크 대학에 대한 안내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 곳에 가야할 이유를 가졌다. 세상에 가볼 만한 여행 장소를 추천하는 정보는 넘쳐나지만, 꼭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를 갖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오늘 나의 여행은 즐겁다. 나는 드러커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함부르크에 왔다. 그가 다녔던 함부르크 대학 법학부에 갈 것이다. 이 하나의 이유로 방문한 함부르크다. 역에서 나온 나는 캠퍼스가 있을..

숙소

in Hambrug 8월 26일 오후 7시 35분 도착 8월 28일 오후 9시 21분 떠남 숙소 샹첸슈테른 게스트하우스 Schanzenstern Gasthaus. 함부르크의 중앙역에서 S 트램을 타면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Sternschanze 역이 있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샹첸슈테른이 있다. 나는 아직도 역과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이 헷갈린다. 허나, 호스텔에 대한 이미지만큼은 잊지 못한다. 다른 호스텔과 헷갈리지도 않는다. 베테랑 여행자들은 숙소 정하기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있다. 조금 비싸더라도 도심 한가운데로 정하여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하는 이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잠만 자는 곳이니 무조건 저렴한 곳으로 정하는 이들, 안전과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도미토리보다는 3성급 이상의 호텔로 정..

일 년 동안의 배낭여행이라구요?

여행 친구들 이야기 (2) 일 년 동안의 배낭여행이라구요? 베토벤 동상 앞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한 여인이 여러 각도에서 동상 사진을 찍더니 내 옆의 벤치에 와서 앉았다. 곧바로 다른 명소로 이동하지 않고 말이다. 내가 베토벤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했더니 활짝 웃는 표정으로 고맙다고 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베토벤 음악을 들어보길 권하며 MP3를 건넸다. 그 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놀랍게도 많은 얘기를, 다소 깊이 있게(?) 나눴다. 영어권 나라의 사람이 아니어서 좋았다. 쏼라쏼라 좌악 쏟아내지 않고 나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말해 주었으니. ^^ 그녀(이하 E)는 24살의 일본 청년이다. 지금은 배낭여행 중인데, 무려 일년 동안의 일정이라..

베토벤 동상 평균관람 시간

- 8월 16일 (주일) 오후 베토벤 동상을 바라보며 베토벤 교향곡을 들으며 벤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작은 터에 세워진 동상 하나를 보러 오는 관광객은 많지는 않았지만 끊이지도 않았다. 두 명, 세 명 등의 관광객들이 찾아왔다. 일단의 그룹이 온 적은 없었으니 아마도 가이드는 이 곳이 변변찮음을 알고 있으리라. 동상 앞에서 몇 십 분을 앉아 있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이들의 평균 관람 시간은 3분이었다. 이들은 이 곳에 와서 잠시 동상을 바라보고 난 후 (혹은 이것도 생략하고) 동상 앞에 서서 사진을 두 어장 찍는다. 그리고는 사라진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머물다 가서 몇 팀의 시간을 재었더니 3분이었다. 5분을 넘기는 관광객은 아무도 없었다. 베토벤 동상은 오른쪽으로 고개..

멋진 외모, 부드러운 매너남 J

여행 친구들 이야기 (1) 멋진 외모, 부드러운 매너남 J 8월 14일 금요일 오후 6시, 빈에 도착했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기차역에 있을 I(information)에서 숙소 리스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호객꾼들 몇 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가방이 무겁다는 것만이 골칫거리였다. 허나, 나는 두 시간 넘게 숙소를 찾느라 고생했다. 너무 쉽게 생각했나 보다. I에서 얻은 호스텔 리스트는 지도에 표기된 리스트가 아니라 그냥 사진과 주소만 나와 있어서 찾기 힘들었고, 기차역 주변을 어슬렁거려도 다가오는 호객꾼들이 없다. 결국 기차역 근처를 직접 돌아다니며 찾아보기로 했다. 역시 가방 3개가 꽤 무겁다. 거리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근처에 있는 호스텔을 알지 못했다. 결국, I에..

사랑을 희망하다

- 빈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순간, 이정석의 노래 '사랑하기에'가 시작되었다. 여행 단상을 정리 하던 나는 노랫말이 나오자마자 얼어 버렸다. 어린 시절,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 '얼음'이 되어 버린 것처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끝없이 펼쳐지는 옥수수 밭의 푸르른 싱그러움이 빗물로 인해 더욱 진해졌다. 이것은 창밖의 풍광이 보일 때다. 내 곁에 머물던 그녀를 생각한다. 어쩌면 나를 좋아했는지도 모를 그녀를. 나를 초대해 준 그녀의 마음이 고와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예뻐서 때로는 손을 잡아 보고 싶었고 때로는 꼬옥 안아 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내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싶었고 그녀를 아껴주고 싶었던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