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훌쩍 한국여행 17

사진으로 보는 제주여행(2)

비 오는 날의 금능으뜸원해변이다. 날씨가 잔뜩 흐린데도 바다가 에머랄드 빛을 띄어서 단숨에 반한 곳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에는 차에 머물다가 잠시 비가 그치면 나가서 잠시 바다를 관조했다. 바다 너머 보이는 비양도는 정말 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다. 이 해변을 5박 6일을 머무는 동안 세 번을 찾았다. 두 번째 방문은 밤이었다. 나는 어둔 해변 속을 거닐며 인생을 생각했다.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한 시간짜리 소요(逍遙)학파 철학자였다. 생각의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리 되겠다. 단순한 삶! 단순함이 간단한 건 아니다. 단순함이 쉬운 것도 아니다. (단순한 명제의 모습을 띠는 지혜를 실천하기란 얼마나 힘든가!) 2016년 11월 초에 오픈한 한림읍네의 콩나물국밥..

사진으로 보는 제주여행(1)

제주 바다의 따뜻한 첫 인상이다. 공천포 앞바다가 나를 반겼는데,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얼마 전 이런 얘길 들었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 진실 여부야 알 수가 없지만, 우리 가족도 반려견을 키운 적이 있기에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던 말이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공천포 앞바다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우리 집에서 16년을 살았던 푸들이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듯이 햇빛을 머금고 나를 안아 주었다. 남원큰엉해안경승지는 황홀한 해안산책로다. 신영영화박물관과 금호리조트 뒷쪽 산책로가 특히 아름답다. 절벽을 따라 걷다보면 절경에 감탄하고 마음까지 후련해진다. 한반도 모양을 빚어내는 산책로도 유명하다. 이번에는 혼자 해가 질 무렵에 들렀다...

나는 왜 호텔에서 잘까

여행 첫날, 와우들과 헤어진 후, 숙소부터 잡아야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자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 다른 여행자들과 잠시 어울릴 가능성이 있잖아.' 머릿속에는 얼마전 제주를 다녀온 지인의 스토리가 떠올랐다. 그녀는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 이튿날에는 차를 얻어 타고 한라산에 갔다. 나는 바로 그 이유, 다시 말해 사람들과 엮일(^^) 수도 있다는 작은 가능성 때문에 '게스트하우스'라는 옵션을 지웠다. 이번 제주 여행도 날마다 호텔에서 잤다.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귀찮게 여기는 폐쇄족일까? 아니다. 귀찮게 느끼는 쪽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 중에는 혼자만의 시간만을 고집하는 고독파도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삶의 행..

공감이 깃든 친절을 만나다

제주 여행의 첫 목적지는 공천포 식당이었다. 그곳에서 두 명의 와우팀원을 만나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메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저 반가운 마음으로 차를 몰아갔다. 공천포는 지도에서 서귀포 시 우측에 있는 남원읍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서귀포시청 제1청사와 남원읍내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식당을 300~400 미터 앞둔 때였다.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길을 서행하는데 물비늘로 출렁이는 바다가 나를 반겼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에게 인사부터 했다. "안녕! 바다야. 이번에는 자주 만나자." 공천포 식당에선 세 사람 (아이까지 하면 네 사람) 모두 모듬물회를 먹었다. 벌써 십여년 전 일이지만, 제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라는 '자리물회'를 먹느라 고생한 적이 있었다. 치아가 고른 편이 아니라 가시가 ..

봄날의 경리단길 투어

경리단길 투어의 핵심 키워드는 크래프트 비어와 장진우 거리 그리고 글로벌한 이국적 맛집이다. 하나를 덧붙이자면 근사한 카페 이나 (일명 조인성 카페)에서 즐기는 작은 호사다. 시래기 맛집 이나 스테이크 전문점 에서의 호젓한 식사를 끼워넣고 싶은 분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경리단길은 핫한 지역이다. 연예인 부동산 고수 길용우 씨가 건물을 사들였다는 뉴스가 하나의 반증이 되겠다. 나에게 경리단길은 무엇보다 대한민국 로컬 문화의 중심지로 다가온다.

물을 보면 마음을 씻는다

관수세심(觀水洗心). 물을 보면 마음을 씻는다는 말이다. 양평은 관수세심하기에 좋은 곳이다. 남한강이 양평을 동서로 가로지르고, 북한강은 남북을 흐른다. 아름다운 두 강변을 따라 맛집과 카페도 많다. 호젓하게 흐르는 한강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도 여럿이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양수리 일대도 멋지고, 서종면 카페에서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아름답다. 풍광의 백미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다. (둘째를 꼽는다면 남양주 다산유적지공원이리라. 정식명칭은 다산지구공원.) 마음 맞는 네 사람이 평일 오후를 즐기기 위해 양평으로 떠났다. 맛집과 동선은 내가 맡았다. (풍류를 아는 사람이고픈 나는 맛과 경치를 찾아 떠나곤 했고, 마음에 드는 곳들을 기억해 두는 편이다.) 캠핑을 좋아하는 성격의 일행 한 ..

[영월여행] 절경과 비극을 만나다

동강은 곳곳에 비경을 품고 있다.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 앞을 흐르는 동강도 아름답고, 정선 아우라지에서 보이는 골지천과 영월의 어라연 계속에서 내려다보는 동강도 절경이다. 태백시의 검룡소에서 시작한 골지천과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이 만나 동강을 이룬다.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 서강을 이룬다. 동강과 영월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된다. 남한강은 충주, 여주를 거쳐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만나 한강을 이룬다. 서울에 접어든 한강은 서해로 흘러든다. 영월은 동강과 서강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천혜의 여행지다. 요선정, 한반도 지형, 선돌, 청령포에서는 서강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영월읍에서 어라연 계곡까지 이르는 지방도로를 달리면서는 동강의 절경을 곳곳에서 만난다. 영월은 조선 역사상 가장 슬픔..

경기도 여주의 명소와 맛집들

어제, 여주 신륵사에 갔었다. wow4ever(4기 와우팀)들과 다녀온지 6년 만이다. 그간 여주에 두어번 다녀왔는데, 여주 명소 이곳저곳을 여행한 소감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여주를 가로지르는 남한강 514km를 흐르는 한강은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네 번째로 긴 강이다.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평창강, 주천강 등과 합치며 동에서 서로 흐른다. 양평군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을 이룬다. (북한강과 남한강, 두 개의 강물이 만나는 곳 '두물머리'는 양평군의 명소다.) 서울을 관통한 한강은 서해를 만나며 500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마친다. (남)한강을 굽어 볼 수 있는 명소는 서울 응봉산과 아차산, 양평군 두물머리, 여주 신륵사, 충주호와 청풍문화재단지, 단양의..

제주 패키지관광을 다녀오다

1. 8월 초의 제주는 덥고 습했다. 가이드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의 엄청난 폭우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제주엔 몇 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라고 했다. 가뭄과 폭우를 만난 제주와 서울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벗어나 살 수는 없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태양이 내리쬐면 땀을 흘리며 살아야 한다. 기후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되지만, 자기 인생을 피할 수 있는 여행은 없다. 외면이나 도피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날 순 있겠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머지않아 이전에 머물던 곳에서의 인생과 비슷한 삶을 만들 것이다. 자기 인생에서 벌어진 중요한 일이라도 다른 사람에겐 중요치 않다. 자신에게 짜증이 나는 일도 타인에겐 성가신 일이 아니..

사진으로 보는 강릉여행

월정사, 지난 해부터 따지면 벌써 네번째 방문입니다. 전나무 숲길이 좋아 영동지방 여행을 오가며 자주 들렀기 때문입니다. 일주문에서 월정사를 잇는 1km 남짓한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힙니다. 전남 부안의 내소사 전나무숲과 남양주의 광릉수목원과 함께 말이죠. 저는 모두 갔었는데, 월정사를 즐겨 찾게 되네요. (서로를 비교해보지 않았기에) 가장 좋아서가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동 여행의 들머리처럼 방문해서요. 이번 여행에서도 월정사가 아니라 대관령과 강릉이 주요 방문지였지만, 가는 길에 월정사를 들렀네요. 영동 고속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도 자주 들르는 이유겠군요. 오죽헌에서 올려다 본 하늘입니다. 늦봄을 맞아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었지만, 저는 청량감 가득한 하늘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