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 118

어머니께 바친 나의 첫번째 책

"엄마 나 왔어요. 아들이 첫 책 들고 왔어요." 8월의 뜨거운 햇살이 쨍쨍 내리쬐던 어느 날, 나는 친구와 함께 엄마 묘 앞에 섰다. 내 손에는 갓 출간된 '이희석'의 책이 들려 있었다. 엄마에게 책의 몇 구절을 읽어 드렸다. 눈물이 났다. 기뻐하시는 엄마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 오듯 흘러내린 땀과 눈물로 얼굴은 뒤범벅이 됐다. 참 기쁜 소식인데 엄마에게 전해 드리니 슬픈 일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언제쯤이면 이곳에 올 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도 기쁜 소식을 들고 올 때 만큼은 눈물 한 방울을 흘리게 될 것 같다. 돌아오기 전, 한 권의 책을 비닐에 싸서 엄마 묘 앞에 고이 두었다. '어머니가 읽어보세요.' 오래 전부터 소망해 왔던 장면이다. 올해 초 보..

경주 가족여행

내 동생 정우다. 어떤 기분으로 어젯밤을 보냈을까? 울진 않았을까? 짜식, 잘 적응하길... 동생은 어제 입대했다. 누구나 다 가는 곳이라지만, 나 역시도 거쳐 왔지만 그렇다고 하여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괜히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군대 가기 전에 해외여행을 함께 데려갔다.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었고, 나 개인적으로 입대 전의 중국 여행이 군생활을 하며 힘들 때 많은 도움이 되었기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경주 가족여행의 일정이 6월 말이 된 것도 동생의 입대일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군생활은 쉽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곧 적응을 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뒤집어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도의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왠지 변화를 두려워하며 요리 저리 외..

여행 길에서

여행길에서 우리의 삶은 늘 찾으면서 떠나고 찾으면서 끝나지 진부해서 지루했던 사랑의 표현도 새로이 해보고 달밤에 배꽃 지듯 흩날리며 사라졌던 나의 시간들도 새로이 사랑하며 걸어가는 여행길 어디엘 가면 행복을 만날까 이 세상 어디에도 집은 없는데…… 집을 찾는 동안의 행복을 우리는 늘 놓치면서 사는 게 아닐까 * 중국 여행을 떠나며 이해인 시인의 시선집을 가방에 챙겼습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그 풍경 안에 머무르며 시를 읽었습니다. '여행길에서'는 나의 마음에 들어왔던 시들 중 하나입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울림을 주었습니다. 찾으면서 시작된 삶이 찾으면서 끝난다는 시인의 말. 그 찾음은 자신이 뜻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뜻한 것이든, 아니든 과정에서 의미와 행복을 발견..

[강연여행] 섹시한 바람과 유쾌한 바람

강릉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강연을 위해 떠난 1박 2일 간의 강원도 여행은 편안함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떠났기에 잠옷처럼 기분이 편안했으며 맛있는 먹을 것과 좋은 공기로 인해 즐거움이 가득했다. 2월의 마지막 날, 강릉의 바닷바람은 시원하고 섹시했다. 바람이 불어와 내 볼을 만지고 목덜미를 쓰다듬은 후에 달아났다. 살을 에는 차가움도, 부드러운 따뜻함도 아닌 것이 기분이 알싸하게 좋다.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강릉대학교 강단에 섰다. 1,200명의 신입생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서 동행이 떨리지 않냐고 묻는다. 떨리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강연에 자신감이 생겼나 보다. ^^ 강연 반응이 좋았다. 학교 교직원 분들의 반응이 좋아 기분좋게 마쳤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대관령 목장에..

2008년 첫날, 도봉산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일출

2008년 1월 1일, 새해가 밝아오는 것을 도봉산에서 바라보았습니다. 겨울 도봉산에서의 일출은 정말 감격적이었습니다. 햇살이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한지 체험적으로 알게 된 날입니다. 산 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 때에는 붉은 색이었습니다. 이 태양이 떠오르는 짧은 순간 동안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참으로 선명하게 보여서 운수 좋은 날이었지요. 붉은 빛을 띤 저 태양은 불덩이 처럼 빛나면서 솟아 올랐습니다. (위) 2~3분 만에 완전히 솟아오르더니 이제는 밝은 노란색으로 불타올랐습니다. (아래) 겨울에는 덥지 않아서 태양을 계속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의 찬란함을 만끽할 수 있더군요. 떠오른지 5분이 채 되지 않은 태양은 눈부시지도 않더군요. (30분만 지나면 눈부심 때문에 태양을 바라보지 못하기에 ..

여행의 기술

여행은 우리에게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선물합니다. 그 낯설음이 우리에게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상과 생각들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용기를 얻고,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은 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여행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돌아오기 위해 떠나기 저는 자주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왜 갑니까? 라는 질문에 “살아가며 내 등에 짊어지게 된 욕심과 못된 마음을 버리려고 갑니다!” 라고 답변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배우려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비우려고 가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입니다. 고마움을 느낀 모든 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갈 수는 없습니다. 나그네가 강을 건너게 해 준 나룻배가 고마워 그 나룻배를 ..

[부산 여행] 다시 찾은 태종대는 여전히 빛났다!

집에 돌아오니 비가 막 쏟아진다. ^^ 타이밍 참 좋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가 조금 못 되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니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샤워 전에 틀어준 재즈 선율이 방안에 가득하다. 샤워한 후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미리 틀어둔 것이다. 따뜻한 브로컬리 스프를 홀짝이며 부산 여행을 돌아본다. 2007년 7월 3일. 예정보다 늦게 출발했다. 강연 요청이 들어왔고, 강연 유인물을 보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11:00 출발 KTX 였다. 차비 절약을 위해 무궁화호를 타고 갈 계획이었으나 늦게 출발한 바람에 급히 KTX로 바꾸었다. 10시 58분, 서울역 철도회원 발권기 도착! 캬,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고 안도하며 철도회원 번호를 눌렀다. 화면상으로는 티켓이 떴지만 승차권 출력은 안 되었..

[여유당 기행] 아! 다산 선생님...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에 주섬주섬 여장을 꾸려 다산 생가 ‘여유당(與猶堂)’행 길을 나섰다. 하필이면 여행가는 날에 웬 비람, 하고 투정 섞인 생각이 들었다. 다산 선생님이 쓰신 책과 누군가가 다산 선생님에 관하여 쓴 책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 우산도 챙겨들었다. 마음먹은 일을 행하는 길이니 발걸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들고 읽었다. 집에는 다산 선생이 쓰신, 혹은 다산 선생에 관한 7~8권의 책이 있었다. 그 중에 어떤 책을 넣어갈까, 하는 짧은 고민 후에 선택된 책은 『뜬 세상의 아름다움』이라는 가벼운 다산 산문집이었다. 책을 펼쳐 들었는데, 첫 장의 첫 구절이 그대로 마음에 와 닿았다. “벼르고 벼른 끝의 다산 생가 행이었다.” 하하. 저자는 여유당으로 가는 길이다. 나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