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 118

정신없이 여행을 떠나다

1. 여행 준비도 일이다. 그것도 이중의 일이다. 숙박 예약, 동선 파악, 여행지 조사 등 여행 자체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하고, 부재 중일 때를 대비한 일상의 업무도 몇 가지는 처리해 두어야 한다. 여행이 설레임과 함께 얼마간의 부담감으로도 다가오는 까닭이다. 12월 8일부터 22일까지의 미국 여행은 내게 설레임보다는 부담감이 컸다. 여행 직전의 일정이 다소 빡빡했고, 지난 9월에 벌어진 데이터 유실 사고의 후유증으로부터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했기에 해야 할 업무도 많았다. 왜 이럴 때 여행을 떠나냐고? 내가 그 말이다. 나는 7월 이후, 줄곧 슬프거나 힘겨웠다. 여행이라도 떠나야지, 했던 때가 10월 초였다. 그때 계획한 여행이 이번 미국 여행이다. 계획된 일정을 피하다보니, 출발일이 12월 8일이 되..

물을 보면 마음을 씻는다

관수세심(觀水洗心). 물을 보면 마음을 씻는다는 말이다. 양평은 관수세심하기에 좋은 곳이다. 남한강이 양평을 동서로 가로지르고, 북한강은 남북을 흐른다. 아름다운 두 강변을 따라 맛집과 카페도 많다. 호젓하게 흐르는 한강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도 여럿이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양수리 일대도 멋지고, 서종면 카페에서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아름답다. 풍광의 백미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다. (둘째를 꼽는다면 남양주 다산유적지공원이리라. 정식명칭은 다산지구공원.) 마음 맞는 네 사람이 평일 오후를 즐기기 위해 양평으로 떠났다. 맛집과 동선은 내가 맡았다. (풍류를 아는 사람이고픈 나는 맛과 경치를 찾아 떠나곤 했고, 마음에 드는 곳들을 기억해 두는 편이다.) 캠핑을 좋아하는 성격의 일행 한 ..

[영월여행] 절경과 비극을 만나다

동강은 곳곳에 비경을 품고 있다.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 앞을 흐르는 동강도 아름답고, 정선 아우라지에서 보이는 골지천과 영월의 어라연 계속에서 내려다보는 동강도 절경이다. 태백시의 검룡소에서 시작한 골지천과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이 만나 동강을 이룬다. 평창강과 주천강이 만나 서강을 이룬다. 동강과 영월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된다. 남한강은 충주, 여주를 거쳐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만나 한강을 이룬다. 서울에 접어든 한강은 서해로 흘러든다. 영월은 동강과 서강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천혜의 여행지다. 요선정, 한반도 지형, 선돌, 청령포에서는 서강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영월읍에서 어라연 계곡까지 이르는 지방도로를 달리면서는 동강의 절경을 곳곳에서 만난다. 영월은 조선 역사상 가장 슬픔..

경기도 여주의 명소와 맛집들

어제, 여주 신륵사에 갔었다. wow4ever(4기 와우팀)들과 다녀온지 6년 만이다. 그간 여주에 두어번 다녀왔는데, 여주 명소 이곳저곳을 여행한 소감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여주를 가로지르는 남한강 514km를 흐르는 한강은 압록강, 두만강, 낙동강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네 번째로 긴 강이다.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평창강, 주천강 등과 합치며 동에서 서로 흐른다. 양평군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을 이룬다. (북한강과 남한강, 두 개의 강물이 만나는 곳 '두물머리'는 양평군의 명소다.) 서울을 관통한 한강은 서해를 만나며 500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마친다. (남)한강을 굽어 볼 수 있는 명소는 서울 응봉산과 아차산, 양평군 두물머리, 여주 신륵사, 충주호와 청풍문화재단지, 단양의..

Think About Your Future!

시드니 여행일지 (2013년 8월 22일) 1. 오전 시간을 MSM 카페에서 보냈다. 시드니 헤이마켓 인근의 호텔에 묵으면서 자주 애용한 카페다. My Sweet Memory라는 말의 이니셜을 따온 이름만큼이나 내게는 달콤한 기억으로 남을 공간이다. 로맨스를 만났거나 애틋한 추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글을 썼고, 잠시 책을 읽었고, 차를 마셨을 뿐이다.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차 한 잔의 여유는 내 삶의 즐거움이다. 내게는 충분히 달콤한 추억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마켓시티'(차이나타운에 있는 쇼핑몰)에서 저녁 식사를 먹고서 '조지 스트리트'의 남단을 거닐었다. 대부분의 카페가 9시 경 문을 닫았기에, 밤 11시까지 영업한다는 MSM 직원의 말에 흐뭇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오늘 숙소..

♣ Life is Travel 2013.08.22

시드니에서 만난 첫번째 인연

달링 하버를 유람하던 중이었다. 킹 스트리트 워프(wharp) 앞을 지날 때였다. 한 여인이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녀는 끼적이지 않았다. 한 줄 쓰고 생각에 잠기고 또 잠시 후에 뭔가를 끼적이는 식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노트의 페이지를 넘겨가며 문장들을 쏟아냈다. 나도 근처에 앉아 뭔가를 쓰고 싶어졌다. 나는 곧 쓸 꺼리가 떨어졌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쓰고 있다. 처음에는 '쓴다'는 것 자체에 관심이 갔지만, 나중에는 '작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녀는 작가일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기다렸다. 그녀의 영감이 바닥났나, 할 말이 끝이 났나, 그녀는 아무튼 펜놀림을 멈추고 노트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녀가 자리를 뜨기 전에 얼른 곁으로 가서 앉아도 되는지를 물었다..

♣ Life is Travel 2013.08.21

할 말을 잃은 '런던 브릿지'

런던 브릿지를 보았다. 감격스러웠다. 절경을 보자마자 할 말을 잃어버렸고 가슴이 뭉클했다. 눈물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자동차에 올라타서 내가 감탄했다고 하자, 와우팀원은 내게 무엇이 그리 감격스러웠냐고 물었다. 이미 잃어버린 말을 되찾을 길은 없었다. 나는 무어라 말은 했지만 횡설수설 했던 것 같다. 할 말을 잃은 까닭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나는 여섯 살 연우에게 물었다. "인생이 뭐니, 연우야?" 인생이요? 몰라요. 그의 대답이었다. 아이에게 인생을 묻거나 자동차의 작동 원리에 대해 물으면, 창의적인 답변을 기대할 순 있겠지만. 깊은 견해를 듣기는 힘들다. 이해하지 못한 것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대자연 앞에서 나는 아이였다. 나는 내 감정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이곳에 오게 된..

♣ Life is Travel 2013.08.15

제주 패키지관광을 다녀오다

1. 8월 초의 제주는 덥고 습했다. 가이드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의 엄청난 폭우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제주엔 몇 개월째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라고 했다. 가뭄과 폭우를 만난 제주와 서울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벗어나 살 수는 없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태양이 내리쬐면 땀을 흘리며 살아야 한다. 기후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되지만, 자기 인생을 피할 수 있는 여행은 없다. 외면이나 도피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날 순 있겠지만, 새로운 곳에서도 머지않아 이전에 머물던 곳에서의 인생과 비슷한 삶을 만들 것이다. 자기 인생에서 벌어진 중요한 일이라도 다른 사람에겐 중요치 않다. 자신에게 짜증이 나는 일도 타인에겐 성가신 일이 아니..

사진으로 보는 강릉여행

월정사, 지난 해부터 따지면 벌써 네번째 방문입니다. 전나무 숲길이 좋아 영동지방 여행을 오가며 자주 들렀기 때문입니다. 일주문에서 월정사를 잇는 1km 남짓한 전나무 숲길은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힙니다. 전남 부안의 내소사 전나무숲과 남양주의 광릉수목원과 함께 말이죠. 저는 모두 갔었는데, 월정사를 즐겨 찾게 되네요. (서로를 비교해보지 않았기에) 가장 좋아서가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동 여행의 들머리처럼 방문해서요. 이번 여행에서도 월정사가 아니라 대관령과 강릉이 주요 방문지였지만, 가는 길에 월정사를 들렀네요. 영동 고속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도 자주 들르는 이유겠군요. 오죽헌에서 올려다 본 하늘입니다. 늦봄을 맞아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었지만, 저는 청량감 가득한 하늘이 더..

[평창] 멋진 여행을 만들려면!

이번 여행지로 평창을 선택한 것은 어느 지인의 말 때문입니다. 최근에 평창 여행을 다녀온 그는 "강원도엔 갈 데가 없더라"고 했습니다.아니란 답변을 못했습니다.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고, 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만한 사이도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그의 여행 냉소주의를 넘어설 평창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소심한 항변인 셈입니다. "강원도에 얼마나 멋진 곳이 많은데"라는 항변. 항변의 첫번째 근거지는 평창입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를 단박에 이어주는 고속도로 여행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근대화의 상징인 고속도로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 대신, 과정의 즐거움을 앗아갑니다. 나는 여유로운 국도여행을 즐기는 편입니다. 가는 길에 멋진 곳이 있으면 잠시 쉬어 정취를 느끼고 풍광을 구경하며 하는 여행! 이것이 내가 여행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