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216

무엇이 인문학 공부인가

1. 인문학 공부는 교양과 지식 쌓기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인간 이해와 삶의 지혜를 '인문정신'이라 한다면, 인문정신의 함양이 인문학 공부의 목적이다. 어떤 학문이 인간 이해를 돕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순서대로 학문을 배열한다면, 문학 역사 철학이 수위를 차지하고 심리학, 종교학 등이 뒤따를 것이다. 문사철은 인문정신을 고양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지, 문사철 지식 자체가 인문 소양은 아니다. 인문학 공부의 최종 실현은 인간다움의 회복이니까. 2. 출판계에 교양과 지식 쌓기 책이 유행인 까닭은, 인문정신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가르치는 일에는 능한 저자들이 인문서를 써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인문주의의 부재가 원인이다. 스스로 인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

인생의 책을 만나는 법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 소유하고 싶은 물건의 등장은 인생살이의 평범한 일면인데, 이번엔 좀 특별하다. 몇 해 전부터 이것만큼은 꼭 가지고 싶었다. 답변은 새삼스럽다. '책'이니까. 하지만 보통의 책은 아니다. 거듭 읽고, 깊이 읽어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책 몇 권을 갖고 싶다. 이것이 소유인지, 경험인지 모르겠지만(아마 소유와 경험의 합작품이리라), '열 번 이상 읽은 책' 한 권 정도는 소유하고 싶다. 평생을 사는 동안, 홀딱 반해서 빠져들게 된 책 한 권을 갖는 일! 이것이야말로 고상한 삶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동시에 진정한 독서가로 거듭나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는..

우직하게 그리고 기민하게

#. B씨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읽는다.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 선물 받은 책, 강연에서 추천 받은 책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책과 북카페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들이 그의 손에 번갈아 오르내린다. 그의 관심사는 폭넓다. 주변의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한다. 세상과 더불어 산다는 점에서 이것은 커다란 강점이다. 한 가지를 오랫동안 붙잡고 있으면 싫증나는 기질적 특성대로 많은 것들을 조금씩 알려고 한다는 점은 아쉽다. 대화 역시 여러 주제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나, 깊이 있게 다루는 주제는 거의 없다. #. C씨는 한 분야의 책을 심도 있게 읽는다. 분야를 정하면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그도 책 선물을 받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북 카페에 가지만, 독서모임에서 다루는 책들은 그의 ..

구입할 책들이 쌓여간다

1.제목부터가 신선한 『북유럽 공부법』(북유럽 스타일이 아니라, 북유럽 공부법이라니!), 1만 시간의 법칙을 발견한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에릭슨은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자신의 실험 결과를 오해하도록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쓸모없는 짓의 행복』(책 소개를 보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찾도록 독자를 자극하고 고무시키는 책이라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강유석의 착한 중고차』(중고차를 구입할까 하던 차에 만난 반가운 신간),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나는 『고민하는 힘』을 읽은 이후로 강상중 교수 에세이의 팬이 되었다), 『고통에 반대하며』(아우슈비츠 생존작가 프리모 레비의 성찰과 통찰이 깃든 에세이집),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제목에서부터 ..

나는 3가지 원칙으로 책을 산다

구입하고 싶은 책들이 쌓여가지만 좀처럼 지갑을 열진 않는다.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에 가더라도 구매를 자제한다. 그렇게 최근 몇 달 동안 책을 거의 사지 않았다. 책장에는 읽을 책들이 넘쳐나고, 그동안 다소 헤프게 책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4~5년 전까지는 3대 인터넷 서점에서 최상의 구매 등급(플래티넘)을 유지했다.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모두 월평균 구매 금액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다는 말이다. 책 구입을 자제하기는 쉽지 않다. 힘든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은 들쑥날쑥하지 않고, 하나의 방향을 향해야 결실을 맺는다. 마음은 바뀌거나 흔들리기 일쑤다. 원칙이 노력을 빛낸다. 마음 가는 대로 해라! 이 말은 자기 길을 결정하려는 이들에게는 근사한 푯대가 되지만, 올찬 자기경영을 하려..

『채식주의자』를 읽어야 할까

1.6월 26일, 다수의 매체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기사화했다. "교보문고 ·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6주째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작이니만큼 관심이 뜨겁다. 지금으로서는 일시적인 반응이 될지, 문학 열풍으로 이어질런지 알 수 없지만 우선은 반갑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반갑다고 해서 모든 손님을 내 집에 초대할 의무는 없으니까. 2016년 상반기 나의 공부 계획에는 장편소설, 작가 한 강, 채식주의, 문학상 등의 키워드가 없다. 일시적 호기심이 나의 목적을 흐트리지 않도록 주의하기! 이것이 집중이다. 2.삶을 목표나 계획만으로 살 수는 없다. 최소한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1) 삶은 계획보다 크다. 삶을 이해하지 못한 계획은 때때로 우리를 당..

저녁이 없는 삶의 처연함

- 편해영의 단편 「첫 번째 기념일」을 읽고 "집에 있는 휴일이면 늘 십여 통의 이력서를 썼다. 검정색 펜으로 천천히 글씨를 써서 이력서 칸을 메웠다. 고등학교로 끝나는 최종 학력과 여기저기에서의 단기간 경력을 적는 동안, 그는 어쩌자고 이렇게 볼품없이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낚싯줄처럼 그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 던져져 연민을 잡아 끌어냈다. 뒷면을 뗀 증명사진은 고체형 풀을 발라 사진란에 붙였다. 사진은 가급적 우스꽝스럽게 나오도록 찍었다. 불쌍해 보이는 것보다는 우스워 보이는 게 나았다. 다 쓴 이력서는 전부 큰 도시에 있는 사업체로 보냈다. 이력 때문인지 사진 때문인지 대부분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력서를 작성하는 사내는 도시의 변두리 지역 담당의 택배 기사다. 이 작품은 ..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1.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황문수 역)을 읽었다. 이해하고 해석하는 정도야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얼마간의 감동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높은 가독성은 플라톤 초기 대화편의 공통점이다.) 나는 2년 전 종로의 투썸플레이스에서 이 책을 처음 완독했었다. 두번째 독서를 하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1) 그때의 결심을 아직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구나. 답답한지고! 2) 그때보다 더욱 풍성한 독서의 결실을 맛보고 있구나. 놀라운지고! 읽을 때마다 놀라움(메시지의 풍성함, 해석의 새로움, 영원한 현재성)을 안기는 점이야말로 고전의 특징이겠다. 2. 소크라테스는 대화하고 검토하는 삶을 살았다.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검토(성찰)하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강철웅 역) 우리..

대중이 사랑한 소설가들

관심을 부르는 기사를 읽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최근 10년간 누적 판매량 Best 10 작가를 다룬 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기욤 뮈소가 뒤를 이었다. 5위부터 7위는 한국 작가였다. 신경숙, 김진명, 공지영! 내 눈엔 김진명과 기욤 뮈소가 의외다. 21세기 히트 소설에 별 관심이 없었던 탓이리라. 미국과 독일 작가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이채롭고 한국 작가의 선전이 눈에 띈다. 내가 읽은 책이 거의 없다는 점도 또렷한 인상이다. 문학과 소설을 좋아하긴 해도 고전 소설을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현대 작품까지 읽을 여력은 없었다. 전체 장르 중 소설의 판매량이 압도적이라는 점과 소설가 중에서도 인기 작가라는 점을..

올해를 잘 살고 싶은 이유

나는 향유하는 독서가다 - 올해를 잘 살고 싶은 이유 나는 언제나 머무는 여행자였다. "거기 다녀왔다"는 결말보다는 "거기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 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곳에서의 경험을 통한 변화와 성장을 추구했다.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 내 영혼을 붙잡는 도시에서는 예정보다 많은 날들을 보냈다.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독일 바이마르에서 7일씩 머물렀던 까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괴테 하우스에서는 여섯 시간을 머물렀다. 3층 괴테의 방에서 네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동안, 방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괴테와의 대화』를 읽었고, 가구들을 살폈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관광객이 아무도 없을 때에는 나무 의자에 슬쩍 앉아 쉬기도 했다. 괴테가 공부하는 장면을 그려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