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 266

세인트존스 대학의 공부 풍경

[도서소개] 조한별 지음,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바다출판사, 2016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세인트존스 대학의 커리큘럼을 저자의 공부 경험담과 함께 진솔하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당분간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 리버럴 아츠(교양교육을 위한 기초교과, Liberal Arts)를 주제로 한 도서와 공부법에 관한 포스팅을 이어가겠습니다. 이 글을 읽기 전, (클릭)을 먼저 읽으시면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좀 더 이해하실 겁니다. 1.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이하 『세인트존스』)은 한국인 졸업생(조한별 양)이 쓴 책이다. 세인트존스 대학은 교양교육(liberation education)의 이념대로 교육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이다. 이 책을 읽으면, 미국의 리버럴 아츠..

감동과 깨달음의 이야기보따리

감동과 깨달음의 이야기 보따리-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할아버지의 기도』 나는 자주 글을 씁니다. 메모도 많이 하는 편이고, 어딘가를 여행할 때 사진도 적잖이 찍어대는 사람입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시집을 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고(실제로 80여편의 시를 쓰기도 했지요), 대학생부터는 언젠가 책을 내겠다는 목표로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일도 즐겼습니다. 10년 동안 와우스토리랩의 리더로서 수업을 진행한 기록들, 수백 번의 강연을 하며 작성한 PPT 자료들, 책을 내기 위해 꾸준히 써 왔던 9편의 원고도 노트북의 폴더로 가지런하게 정돈해 두었지요. 그러다가 불행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2011년 1월 19일, 노트북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생겨 저장된 데이터를 모두 날려버린 겁니다. 복구를..

『채식주의자』를 읽어야 할까

1.6월 26일, 다수의 매체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기사화했다. "교보문고 ·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6주째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작이니만큼 관심이 뜨겁다. 지금으로서는 일시적인 반응이 될지, 문학 열풍으로 이어질런지 알 수 없지만 우선은 반갑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반갑다고 해서 모든 손님을 내 집에 초대할 의무는 없으니까. 2016년 상반기 나의 공부 계획에는 장편소설, 작가 한 강, 채식주의, 문학상 등의 키워드가 없다. 일시적 호기심이 나의 목적을 흐트리지 않도록 주의하기! 이것이 집중이다. 2.삶을 목표나 계획만으로 살 수는 없다. 최소한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1) 삶은 계획보다 크다. 삶을 이해하지 못한 계획은 때때로 우리를 당..

저녁이 없는 삶의 처연함

- 편해영의 단편 「첫 번째 기념일」을 읽고 "집에 있는 휴일이면 늘 십여 통의 이력서를 썼다. 검정색 펜으로 천천히 글씨를 써서 이력서 칸을 메웠다. 고등학교로 끝나는 최종 학력과 여기저기에서의 단기간 경력을 적는 동안, 그는 어쩌자고 이렇게 볼품없이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낚싯줄처럼 그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 던져져 연민을 잡아 끌어냈다. 뒷면을 뗀 증명사진은 고체형 풀을 발라 사진란에 붙였다. 사진은 가급적 우스꽝스럽게 나오도록 찍었다. 불쌍해 보이는 것보다는 우스워 보이는 게 나았다. 다 쓴 이력서는 전부 큰 도시에 있는 사업체로 보냈다. 이력 때문인지 사진 때문인지 대부분은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력서를 작성하는 사내는 도시의 변두리 지역 담당의 택배 기사다. 이 작품은 ..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1.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황문수 역)을 읽었다. 이해하고 해석하는 정도야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얼마간의 감동과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높은 가독성은 플라톤 초기 대화편의 공통점이다.) 나는 2년 전 종로의 투썸플레이스에서 이 책을 처음 완독했었다. 두번째 독서를 하면서 두 가지를 느꼈다. 1) 그때의 결심을 아직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구나. 답답한지고! 2) 그때보다 더욱 풍성한 독서의 결실을 맛보고 있구나. 놀라운지고! 읽을 때마다 놀라움(메시지의 풍성함, 해석의 새로움, 영원한 현재성)을 안기는 점이야말로 고전의 특징이겠다. 2. 소크라테스는 대화하고 검토하는 삶을 살았다.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검토(성찰)하지 않는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강철웅 역) 우리..

대중이 사랑한 소설가들

관심을 부르는 기사를 읽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최근 10년간 누적 판매량 Best 10 작가를 다룬 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기욤 뮈소가 뒤를 이었다. 5위부터 7위는 한국 작가였다. 신경숙, 김진명, 공지영! 내 눈엔 김진명과 기욤 뮈소가 의외다. 21세기 히트 소설에 별 관심이 없었던 탓이리라. 미국과 독일 작가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 이채롭고 한국 작가의 선전이 눈에 띈다. 내가 읽은 책이 거의 없다는 점도 또렷한 인상이다. 문학과 소설을 좋아하긴 해도 고전 소설을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현대 작품까지 읽을 여력은 없었다. 전체 장르 중 소설의 판매량이 압도적이라는 점과 소설가 중에서도 인기 작가라는 점을..

올해를 잘 살고 싶은 이유

나는 향유하는 독서가다 - 올해를 잘 살고 싶은 이유 나는 언제나 머무는 여행자였다. "거기 다녀왔다"는 결말보다는 "거기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 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곳에서의 경험을 통한 변화와 성장을 추구했다.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 내 영혼을 붙잡는 도시에서는 예정보다 많은 날들을 보냈다.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독일 바이마르에서 7일씩 머물렀던 까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괴테 하우스에서는 여섯 시간을 머물렀다. 3층 괴테의 방에서 네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동안, 방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괴테와의 대화』를 읽었고, 가구들을 살폈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관광객이 아무도 없을 때에는 나무 의자에 슬쩍 앉아 쉬기도 했다. 괴테가 공부하는 장면을 그려보기도..

수업공지 <황금빛 아테네>

그리스는 매혹적인 이름입니다. 여행객들은 산토리니, 크레타섬 등 매혹적인 관광지로서 현대의 그리스를 동경하고, 지성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정신과 지적 유산을 예찬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유산은 교양교육과 인문학 공부에서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화이트헤드는 “플라톤 이후의 모든 철학은 그에 대한 주석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지성인 매튜 아놀드는 “세계의 문화는 헬레니즘과 히브리즘, 두 축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리스 정신과 기독교 정신의 두축이 세계 문화를 이끌었다는 겁니다. 영국의 고전학자 키토의 말도 인용해 보죠. “소설을 제외한 모든 학문 형식은 그리스인에 의해 창조되고 완성되었다.” 소설은 르네상스 이후에 등장했지만, 서사시, 서정시, 비극과 희극 등의 모든 문..

우선적으로 읽을 교양 고전들

시카고대학교 총장이었던 로버트 허친스와 같은 학교의 교수였던 모티머 애들러는 각각 편집장과 부편집장을 맡아 많은 학자들과 8년간 협업하여 54권의 『서양의 위대한 책들 Great books of the western world』(1952년, 이하『Great books』)을 출간했습니다. 호메로스부터 프로이트까지 2,800년을 가로지르는 저자 74명의 443 편의 저작 목록입니다. 20세기 후반에는 6권이 늘어나 60권이 되었으니 수록된 저작 목록은 좀 더 많아졌습니다. 1권과 2권은 60권의 주요 개념을 소개하는 색인(신토피콘)이고 3권부터 서양의 고전이 실렸습니다. 3권에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가 3권에는 아이스퀼로스와 소포클레스의 비극 전편(각 7편)이 수록되었으니 각 권마다 분량이..

세 권의 교양과학 도서

1.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교수가 쓴『세상 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2015)을 읽는 중입니다. 이 책을 집어든 이유은 세 가지입니다. 1) 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저술 분야 수상작이라는 점과 2) 물리학을 교양 수준으로나마 알고 싶은 지적인 열망 때문입니다. 3) 좀 엉뚱한 이유인데,『세상 물정의 사회학』(사계절, 2013)과 출판사가 다른데 어찌 자매편과 같은 제목을 달게 되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독서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중간 평가를 하자면, 1) 수상할 정도까지의 좋은 책인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물리학은 접하기에도 세상 물정을 알기에도 가벼운 내용 일색입니다. 교양서로 자리매김하려면 이 정도의 난이도로 맞춰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하는 중이네요. 2) 통계물리학이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