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해 필요한 것들
8월 17일(Sat) 16:58
* 오늘 새벽, 일행들과 헤어졌다. 일부는 애들레이드로, 일부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나는 멜버른에 남았다. 떠나고 남는 것은 익숙한 여행 방식이다. 2009년엔 류블라냐에 남겨졌고, 2010년에는 이스탄불에 남겨졌었다.
개인여행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간 곳, 페더레이션 광장
야라강 너머로 보이는 유레카타워
이제 단체여행은 끝나고 개인여행이 시작된다. 자유로운 여행이 시작될 것이라 예상하기 쉬우나, 준비되지 않으면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십상이다. 자신의 마음이 가는 곳으로 용기를 내어 나아가는 것이 자유다. 방종, 게으름, 비겁함은 마음 대로 하는 것일 뿐 자유가 아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방종, 탁월함을 향한 수고와 평범함을 향한 편안함 중 후자만을 쫓는 게으름, 자신의 마음이 가는 곳으로 용기내어 전진하지 못하고 수월한 차선책을 선택하는 비겁함. 이러한 방종과 게으름 그리고 비겁으로는 자유를 얻을 수 없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1) 열망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이 없으면 주어진 시간이 많을수록 막막함도 커진다. 무얼 하든, 어디를 가든,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자유다.
2) 용기가 필요하다. 열망에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열망의 크기만큼 두려움과 절망감이 쌓여간다. 두려움을 넘어서려고 용기를 발휘하는 것, 그것이 자유다.
3) 자원이 필요하다. 이론적인 자유가 아니라 삶의 자유를 누리려면 시간적, 경제적, 육체적 자원이 필요하다.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할 줄 알고, 신체적 에너지를 드높이고, 약간의 돈을 지니는 것, 그것이 자유다.
열망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행지에 대해 공부하고 조사해야 하고,
용기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너머에 있는 자신의 꿈을 바라보아야 한다.
자원을 갖추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
돈을 얻기 위해 일에 몰입하고, 건강을 위해 식욕을 조절하고 운동을 즐기며,
시간을 얻기 위해 세상의 분주함으로부터 물러설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 점심 식사 후, 로얄 보타닉 가든(왕립식물원)에 갔다.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벤치에 잠시 누워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한가로이 주말 오후를 즐기는 호주의 젊은이들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싶었지만, 움직이지 않고 있기에는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가든을 벗어날 무렵, 문득 와우팀원 은미와 구 선생님 생각이 났다. 은미는 여행이 끝나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녀에게 건넨 말은 아니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끝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거라고. 그녀는 자신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아직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 그래서 늘 외부의 구속을 필요로 한다. 누군가와의 약속, 직장의 업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세운 규율 등.
구 선생님은 벚꽃을 좋아했다. 그는 벚꽃처럼 황홀하게 피었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벚꽃도, 그의 삶도 한때였다. 삶이 무상하다는 생각을, 나는 이제 하지 않게 되었다. ‘한때’는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한때의 법칙’은 세상 모든 동식물 뿐만 아니라 빌딩과 전자기기에도 적용된다. 영원한 것은 없고,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의 법칙)은 전 우주에 적용된다. 그러니 나는 인생을 ‘덧없다’고 하지 않겠다. 기쁨이되 ‘찰나’일 뿐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 콜린스 거리의 Dymocks Books의 카페. 내가 이 글을 쓴 장소다. 토요일 오후, 북적한 거리와는 달리 이곳은 한적하다. 나는 초코릿 한 조각과 Large size의 카푸치노 한 잔을 마셨고, 잠깐 졸기도 하면서 90분 가까이 머물고 있다. 글을 쓰는데 약 30분의 시간이 지났다. 배가 출출해졌다. 노트북을 닫고 서점을 둘러본 후에 식사하러 가야겠다. 식사는 홀로 다니는 여행의 난제다. 다음 포스팅은 여행 중의 식사에 대해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