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2

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바쁘셨다. 학교 어머니회 일원으로서 학교 행사를 돕거나 교회 집사님으로서 결혼식 피로연 준비 등의 교회 행사에 참여하거나 회사에서 긴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나와 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버느라 바쁘셨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가 생활비를 집으로 가져다 주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늘 고단하셨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던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오토바이를 타고 200원 짜리 '스콜'이라는 음료를 배달하셨다. 판자촌의 골목엔 비탈길이 있었고, 우리가 살던 허름한 집의 대문은 작았다. 100cc 짜리 오토바이를 대문 밖으로 내었다가 들이는 일은 힘겨웠을 것이다. 지아비는 심리적 안정을 주지 못했고, 생활고는 어머니께 육체적 편안함을 주지 못했다. 나는 가난..

가난해지는 법

이모할머니는 오래 전에 물난리를 당했던 일을 들려 주신 적이 있다. 홍수가 마을을 삼켜 버렸고 이모할머니네 집엔 무릎 높이 이상으로 물이 찼단다. 참담함은 물이 빠진 후에 드러났다. 모든 가전제품을 내다 버려야 했고, 흙탕물에 뒤덮였던 가재 도구들은 못쓰게 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늠할 수 없는 절망에도 할머니는 꿋꿋이 살아오셨다. 6남매를 키워내시며. 지난 해,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붕괴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최첨단 금융상품인 줄은 모르고 그저 은행예금인 줄 알고 투자했다가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날려 버린 시골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참이나 안타까웠었다. 노후 자금으로 모았던 전재산을 날려 버린 할머니는 얼굴에 깊게 패인 주름 만큼이나 앞으로의 날들이 험난하게 보였다. 문득, 그 분들이 떠오..